예전에 수단에 가서 형이 치료하던 환자를 처음 봤을 때,
그 때는 그 환자가 예수님인 줄 몰랐어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모든 사람을 예수님처럼 생각하며 온 정성을 다해 치료하던 형의 마음에 그들은 분명 예수님이었어요.
형 하느님 나라 가시기 전날...
병원에서 형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는데...
형 얼굴이 너무나 익숙했어요.
마른 얼굴, 감기지 않았던 노란 빛깔의 흰자위, 숨을 헐떡이던 그 모습까지...
어쩌면 이리도 똑같을까?
제가 서품을 받을 때...
앞으로 제 삶 속에서 예수님을 만나게 되면...
마리아 막달레나가 그랬던 것 처럼 "라뽀니"를 외치겠다는 생각으로 제 서품 성구를 "라뽀니"로 정했었어요.
그런데 병원에서 떠나기 전날 형 얼굴을 보는 그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라뽀니"라고 말했어요.
형이 수단에서 늘 만나셨던 그 수 많은 예수님의 얼굴을...
이제 형이 가지고 있었거든요.
"라뽀니!"
그런데...형!
마리아 막달레나가 외쳤던 그 라뽀니는 기쁨의 환성이었는데....
저는 그렇게 기쁘지가 않았어요.
예수님을 만났는데...
왜 아프지?
다만...
조그마한 안심이라고나 할까?
예수님과 하나가 된 모습! 늘 형이 보아 오셨던 그 수 많은 예수님과 일치된 그 모습....
그래요...
형! 형은 지금 예수님이 되었네요...
"예수님! 저를 용서해주세요!"
예수님이 되신 형의 발을 잡고 마음 속으로 기도했어요.
그리고 내 눈 앞에 계신 예수님께 말씀 드렸어요.
"주님, 감사합니다."
2000여년 전 예수님의 얼굴은 참으로 많은 표정이 있으셨을 거예요.
때로는 웃으시기도 하시고, 때로는 화를 내시기도 하시고...
하지만 그 어느 때 보다 가장 많이 우리의 사랑을 그리워하셨을 그 표정!
십자가 위에서의 그 표정을 형이 가지게 되었어요.
앞으로 우리 모두의 사랑이 이제 어느 곳을 향해야 할 지를 가르쳐 준 그 얼굴!
형은 마지막까지 우리에게 예수님을 가르쳐줬어요.
"형, 혹시 하늘에서도 우리 까페 볼 수 있으면 이 글 한 번 봐 주세요...
너무 걱정 마시고요.... 형 떠나고 나서 나중에 나중에 혹시 우리 까페가 식어버려서
아무도 타반이랑 바보야랑 돌보는 사람 없게 되더라도
걱정 마세요! 내가 책임질께요!
그리고 제가 무슨 잘못을 저지르고 살아가는지 이제 다 보이시죠?
그러니 도와주세요... 앞으로 제가 가야 할 길을 똑바로 걸을 수 있게요....
죄송하고... 사랑해요! 잘가요! 나도 나중에 형 있는 데 또 갈 수 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