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열며(06.02.13) - 연중 제6주일 월요일

2006. 2. 13. 오전 8:34:29

글자
2006년 2월 13일 연중 제6주간 월요일

제1독서
야고보서 1,1-11
1 하느님과 주 예수 그리스도의 종 야고보가 세상에 흩어져 사는 열두 지파에게 인사합니다.
2 나의 형제 여러분, 갖가지 시련에 빠지게 되면 그것을 다시없는 기쁨으로 여기십시오. 3 여러분도 알고 있듯이, 여러분의 믿음이 시험을 받으면 인내가 생겨납니다. 4 그 인내가 완전한 효력을 내도록 하십시오. 그리하면 모든 면에서 모자람 없이 완전하고 온전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5 여러분 가운데에 누구든지 지혜가 모자라면 하느님께 청하십시오. 하느님은 모든 사람에게 너그럽게 베푸시고 나무라지 않으시는 분이십니다. 그러면 받을 것입니다. 6 그러나 결코 의심하는 일 없이 믿음을 가지고 청해야 합니다. 의심하는 사람은 바람에 밀려 출렁이는 바다 물결과 같습니다. 7 그러한 사람은 주님에게서 아무것도 받을 생각을 말아야 합니다. 8 그는 두 마음을 품은 사람으로 어떠한 길을 걷든 안정을 찾지 못합니다.
9 비천한 형제는 자기가 고귀해졌음을 자랑하고, 10 부자는 자기가 비천해졌음을 자랑하십시오. 부자는 풀꽃처럼 스러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11 해가 떠서 뜨겁게 내리쬐면, 풀은 마르고 꽃은 져서 그 아름다운 모습이 없어져 버립니다. 이와 같이 부자도 자기 일에만 골몰하다가 시들어 버릴 것입니다.


복음 마르코 8,11-13
그때에 11 바리사이들이 와서 예수님과 논쟁하기 시작하였다. 그분을 시험하려고 하늘에서 오는 표징을 요구하였던 것이다. 12 예수님께서는 마음속으로 깊이 탄식하며 말씀하셨다. “어찌하여 이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는가?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 세대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
13 그러고 나서 그들을 버려두신 채 다시 배를 타고 건너편으로 가셨다.




얼마 전, 어떤 자매님께서 저를 찾아오시더니만 부탁을 하십니다.

“신부님, 제가 급해서 그런데요. 이 내용 좀 팩스로 넣어 주시겠어요?”

저는 팩스를 이용해서 그 내용을 넣어 드리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만 그 자매님께서는 “신부님, 팩스를 이용해서가 아니라 컴퓨터를 이용해서 팩스를 넣어 주셔야 하는데요?”라고 말씀하시는 것이에요. 저는 한 번도 컴퓨터로는 팩스를 넣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씀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매님, 컴퓨터를 이용해서 팩스를 넣는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제가 한 번도 해보지 못해서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네요.”

그러자 자매님께서는 실망의 눈초리를 보내시면서 제게 이렇게 말씀하세요.

“신부님께서는 컴퓨터 공부도 하셨다면서 그것도 모르세요?”

사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또 한 번은 이런 적도 있었지요. 제게 문서 작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십니다. 저는 신학생 때 이후로는 복잡한 문서를 작성할 일이 없어서 잘 못한다고 말하면 그분들은 꼭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컴퓨터 잘하신다고 하더니만 잘 못하시네요.”

저는 문서 작성이나 팩스 보내는 것을 공부하지는 않았지요. 제가 공부한 분야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이었고, 컴퓨터에 관심이 있다 보니 컴퓨터 A/S 부분만 잘할 뿐인데 사람들은 컴퓨터 잘한다고 하면 모든 점에 있어서 잘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도 모르세요? 잘 못하시네요.”라는 말을 던짐으로써 괜히 저의 자존심을 건드리십니다.

만약 그분들이 제가 무엇을 공부했는지, 그리고 어느 부분을 잘 하는지 아셨다면 이런 말씀도 하시지 않았을테지요. 즉, 저를 잘 몰랐기 때문에 이런 말씀을 하셨던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의 예수님도 저와 비슷한 입장이 아닌가 싶어요. 사람들은 예수님께 표징을 요구합니다. 아마 그때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요? “하느님의 아들이라면서 그것도 못해요? 놀라운 기적을 일으킨다고 하더니만 별 것도 아니네.”

그들이 그렇게 표징만을 요구했던 이유는 무엇입니까? 바로 예수님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진심으로 자신을 구원하실 그리스도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면 그들은 절대로 그러한 요구를 하지 않았겠지요. 대신 “저희를 구원해주십시오.”라는 청을 드렸을 것입니다.

상대를 제대로 알아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듯이, 예수님을 제대로 알아야 내 자신이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얼마나 예수님을 알고 있나요? 아니 알려는 시도는 하고 있나요?

그냥 무조건 받아야 한다는 생각. 그래서 표징을 계속해서 원하는 모습은 이제 버려야 합니다. 대신 예수님을 알려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나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무엇인가를 요구하기 전에, 예수님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생각합시다.



고쳐나가야 할 머릿속 지도(리빙스턴)

사람이 평생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지혜를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우리는 대부분의 것들을 깨지고 아파하며 후회하는 시행 착오를 거친 뒤에야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부모들의 가르침이나 학교에서 배운 지식으로는 삶의 모든 우여곡절을 피해 갈 수가 없습니다.

시험에 떨어진 뒤에야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했는지 알고,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뒤에야 자신에게 어떤 사람이 어울리는지 알게 되고,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난 뒤에야 자신의 생활습관에 문제가 있었음을 깨닫게 됩니니다.

그러니 살면서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을 너무 원망하고 자책하지 마십시오. 실수를 통해 깨달은 바를 하나씩 차곡차곡 머릿속 지도에 담아가다보면 차츰 인생이라는 항해가 조금씩 순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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