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서의 여인들-미리암, 드보라, 한나-

2006. 11. 10. 오후 8:06:59

글자

(교리교안 자료)

구약성서의 여인들

-미리암, 드보라, 한나-

한은주 (가톨릭대학교 종교학과 대학원, 교리교육전공)

지도교수: 김웅태 신부

1. 미리암

   성서는 미리암에 대해 이스라엘의 이집트의 억압에서 탈출하여 가나안을 향해 가는 해방과정에서 활동한 인물로 간략하게 언급한다(출애 15,20-21). 우리는 이스라엘의 해방 과정에서 미리암의 노래를 통해 해방자이신 야훼 하느님을 찬양하는 적극적인 여예언자 미리암을 만날 수 있다.1)  모세의 유력한 동반자인 미리암과 아론은 모세를 이스라엘의 지도자가 되도록 이끌어 냈다. 아론은 모세의 대변자로서 이스라엘과 모세를 중재했으며 미리암은 어린 아기 모세를 살려낼 때부터 그가 지도자로 성장하기까지 예언자로서 이스라엘의 출애굽을 준비하고 있었다.(출애 4,14; 27)  성서는 미리암을 예언자로 평가하고 있다(출애 15,20) 이집트 탈출을 기념하는 갈대바다의 노래(출애 1,1-18)에서 미리암의 노래(출애 15,1)를 선창으로 찬양이 이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성서학자들은 미리암의 노래(15,21)가 앞의 갈대 바다 노래의 모태였을 것으로 추측한다. 그것은 미리암이 해방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미리암의 노래의 전승과정을 추적하면 그 노래가 전쟁 후의 승전가이며 찬송시임을 알 수 있다.2)

   미리암은 억압 아래에서 해방의 꿈을 키워 온 민중들의 상징이었다. 즉, 이름 없는 민중들의 대표로서 미리암은 앞서 나가 야훼를 찬양하는 인물로 부각된 것이다. 미리암의 노래는 찬양문의 전형으로서 이스라엘의 집단적 힘을 대표하는 인물이며 구체적인 예언가로서 야훼 하느님의 약속을 충실하게 따른 미리암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미리암의 노래는 마리아의 찬가(루가 1,46-56)로 그 맥이 이어진다. 1세기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의 역사 개입의 궁극적 실현인 예수 그리스도의 사건을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의 입에 담아서 노래했다. 즉, 보잘 것 없는 처녀 마리아가 예수의 어머니로서 선택되었음을 알아채고 그 기쁨을 노래하는 것이다. 미리암의 노래와 마리아의 노래에서 우리는 야훼 하느님의 역사적 개입이 언제나 민중에게 궁극적 기쁨이 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3)

   한편 성서에는 미리암에 대한 부정적인 면모가 나온다. 광야에서 모세의 권위에 도전하여 하느님의 진노를 받고 문둥병에 걸렸다고 소개된다 (민수 12,1-6). 이때 온유한 성격의 모세가 하느님께 간청해서 미리암의 병을 낫게 해주었다는 이야기가 있다(민수 12,3-4). 그러나 성서 전승을 거슬러 살펴보면 미리암이 문둥병에 걸렸다는 사실과 그가 모세의 권위에 도전했다는 원인 설정은 별개의 전승이 합쳐진 것임을 알 수 있다. 미리암의 문둥병은 7일 간의 격리 기간이 지난 후에 치유된 미미한 것이었다 (민수 12,5). 광야생활 동안 돌았던 전염병이었을 수도 있고 병든 사람들의 고통에 동참하다가 걸린 병일 수도 있다.

 

2. 드보라

   구약의 여성상 중 가장 의미있는 행위를 한 위대한 여성으로 드보라는 등장한다. 남성중심의 사회상을 드러내는 구약에서조차 드보라에 관한 한 어떤 비하도 찾아볼 수 없이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기술되어 있다. 드보라는 민족을 구원한 예언자인 동시에 백성들의 상담자요 지혜와 영적 통찰력을 지닌 판관이었다. 판관시대 가나안은 도시국가로서 봉건영주들이 지배하는 체제였고 소외계층인 하비루가 있었다. 드보라 시대에도 이스라엘은 20여년 간 가나안의 왕 야빈에게 심한 억압을 받아 왔다(판관 4,3). 판관들은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선택된 지도자들이었고 그들은 야훼로부터 평등공동체를 지켜나갈 임무를 부여받았다.

   압제당하던 이스라엘 민중들은 야훼께 고통을 호소한다. 그러자 야훼께서는 예언자 드보라를 판관으로 세워 이스라엘 백성들을 구할 책임을 명하신다. 드보라는 바락을 불러 이스라엘의 하느님 야훼의 신탁을 전하고 이스라엘을 구하기 위해 세밀한 작전을 짠다(판관 4,4-7). 그런데 뜻밖에도 바락은 드보라에게 함께 동행할 것을 간청한다. "만일 당신이 저와 함께 가신다면 가겠지만 함께 가시지 않는다면 못 가겠습니다"(판관 4,8). 이것은 그 당시 드보라가 이스라엘 민중들에게 받는 절대적인 지지를 암시하는 것이다. 곧 이어 승리의 영광이 결코 바락에게 돌아가지 않을 것임과 야훼께서 적장 시스라도 여인의 손에 넘기실 것이라고 드보라가 예언함으로써 이스라엘을 가나안의 압제로부터 구하는 해방전쟁의 주체가 바로 여성들이었다는 것을 분명하게 한다(판관 4,8-9). 드보라는 직접 군대를 지휘하지는 않았지만 군사상의 결정을 내렸다. 미리암이 가장 높은 지도자인 모세에게 복종해야 하는 중간 지도자였던 데 비해 드보라는 남성을 통솔하는 최고 지도자였다. 그녀는 전쟁 중에 구조자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용기와 자신감으로 하느님께 전적으로 의지했다.4)

   드보라의 승리는 판관기 5장 드보라의 노래에서 두드러지는데 시의 끊어진 문맥과 문맥 사이에 배열된 구조 속에서 드보라의 위대성을 표현하려는 작가의 의도를 볼 수 있다. 이 노래는 드보라가 떨쳐 일어나 이스라엘을 구하기까지 이스라엘은 죽어 있었다고 노래한다. 이 시의 뒷부분은 위대한 여성인 드보라와 시스라를 죽인 야엘과 대조를 이루는 여성들이 등장한다. 시스라의 어미의 기다림은 한편으로 측은해 보이지만 그 무지함이 돋보인다. 동시대의 여성인 드보라와 야엘이 나라와 민족을 구할 때 그녀들은 같은 여성이 전리품으로 돌아올 것을 무심코 기다리며 옷과 장식품 따위에만 관심을 보인다. 드보라의 노래는 압제자의 고난에서 해방된 민중들의 승전가일 뿐 아니라 자신들의 운명을 숙명적으로 받아들이고 남성 중심적인 문화에 길들여진 여성 자신들이 굴레를 벗고 이미 해방의 기쁨과 자유를 만끽하고있는 드보라와 야엘에게로 달려 나오기를 바라는 것이다. 5)

 

3. 한나

   잉태하지 못하는 여인들이 야훼로 말미암아 아이를 갖게 되는 이야기는 성서에 몇 군데 나온다. 이사악의 어머니 사라는 기다리다 지쳐서 하느님의 천사가 아이를 잉태하리라고 했을 때 비웃었고 어머니 라헬은 남편에게 죽어버리겠다고 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한나는 기도에 매달려 사무엘을 얻는 사람이다. 한나를 기억할 때 우리는 자식을 얻기 위해 기도하고 응답을 받은 신앙인과 지극한 모성의 어머니상을 떠올린다. 사무엘은 이스라엘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이다. 그는 선지자이면서 이스라엘 초기의 왕인 사울과 다윗에게 기름을 붓기 전까지 실질적인 통치를 맡은 판관이었고 제사장이었다. 모세로부터 예수님이 오시기 전까지 선지자, 판관, 제사장의 세 직분을 이행했던 인물은 사무엘 뿐이다.6)

   성서는 한나의 남편 엘카나에게 또다른 아내 브닌나가 있었다고 한다(2절). 아마도 한나가 아이를 낳지 못했기 때문에 엘카나는 다른 여자를 아내로 맞고 자식을 두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전통적인 입장의 해석은 엘카나가 두 아내를 두었기에 가정불화가 생겼고 브닌나를 매우 심술 사나운 여자로 평가한다. 한나는 계속해서 기도했고 그 간절함의 응답으로 아들을 얻게 되었다. 자녀양육이 여성의 특권인 동시에 여성의 역할이었던 당시에 한나는 그 아들을 하느님께 바친다.  모세의 어머니가 모세에게 야훼신앙을 가르쳤듯이(출애 1,9-10), 한나는 4년 간의 수유기간 동안 충분한 사랑을 주면서 사무엘의 신앙습관을 가르친다(1사무 3,10-18). 사무엘이 이스라엘의 새로운 지도자로 활동했던 배경에는 그 시대의 요구에 적합한 자식을 키워낸 한나의 모성과 교육이 있었음이 분명하다.

   한나는 야훼께 서약했던 대로 사무엘을 성전에 바침으로써(1사무 1,24-25) 아들에 대한 가족 중심적 기대를 포기했다. 한나는 비로소 자식에 대한 소유를 포기함으로서 브닌나와의 경쟁관계를 극복하고 자식을 통해 남은 생을 보장받을 수 있는 가부장적 질서를 넘어선다. 이는 가족중심적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이스라엘 전체의 미래를 위해 자신을 헌신하는 모성을 발휘한 것이다. 한나는 사무엘을 성전에 바침으로써 야훼와 맺은 계약을 실행했다. 결국 한나는 어린 사무엘을 올바로 교육하여 이스라엘의 혼란기를 극복하고 안정된 왕권체제를 이루는 데 큰 역할을 하게 한 것이다. 7)

   한나가 눈물로 기도해서 얻은 자식 사무엘을 야훼께 봉헌하며 부른 찬미가(1사무 2,1-11)의 주제가 성모님의 '마니피캇'(루가 1,46-55) 속에서 다시 반복된다. 온갖 수모 끝에 얻은 아들을 '야훼께서 주셨으니 야훼께 다시 바친' 한나나 외아들 예수님을 인류의 속죄양으로 야훼께 봉헌한 성모 마리아는 그 잉태와 출산과 봉헌에서 서로 이미 일치되어 있는 것이다.8) 어린 아들을 엘리 제사장 앞에 떼어놓고 돌아오면서 드린 이 찬양 속에는 한나의 신앙고백이 드러나 있다. 이 찬가는 한 약한 여인이 하느님의 능력을 체험하고 얼마나 강해져 있었는가를 보여준다.

   한나의 노래는 개인적 차원을 넘어서서 이스라엘의 고통과 기쁨을 드러낸다. 이는 역사적 격동기에 살았던 가련한 한 여성이 자신의 고통 속에서 민족의 고통을 담아내고 있다. 한나의 태도는 동시에 피동적이고 순종적인 여성의 모습을 극복하여 기도라는 울부짖음의 호소를 적극적으로 보여주며 행동으로도 표출하고 있다. 이는 진정한 모성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며 민족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한 헌신이라는 면에서 헌신의 맹목성을 깨뜨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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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및 참고서적)

1. 한국여성신학자협의회, <새롭게 읽는 성서의 여성들>, 대한기독교서회, 1994

2. M. 노트 <출애굽기>, 국제성서주석(한국신학연구소), p. 145

3. 한국여성신학자협의회, 상게서

4. 주디트, A. 갤러리스, <믿음의 여인들>, 바오로 딸, 1997

5. 한국여신학자협의회, 상게서

6. 김중기, <성서 속의 여인들>, 예능, 1991

7. 한국여신학자협의회, 상게서

8. 이인복, <하느님을 체험한 성서의 여인들>, 우진출판사, 1996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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