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교안자료)
구약성서 안의 여성 :
(사라, 리브가, 라헬)
함정민(가톨릭대학교 종교학과 대학원, 교리교육전공)
지도교수: 김웅태 신부
1. 사라
고대에 있어 첫 족장 아브라함의 아내, 사라보다 더 자유로운 여인은 없다. 그녀는 남편에게 동등하게 대우받았고, 이사악의 어머니가 되고, 에사오와 야곱의 할머니가 되었다. 야곱에 의해 사라는 이스라엘의 열 두 지파를 이룬 시조들의 증조모가 되었다. 사라는 아브라함의 동반자로서 항상 곁에 있었고, 함께 길을 갔다. 아브라함과 함께 사라는 하란에서 남쪽으로 가기도 하고, 유프라테스 강의 평평한 뚝을 따라 걷기도 하고, 나일 강의 아름다운 계곡을 지나기도 하며, 긴 여행을 걸쳐 마침내 가나안의 땅에 정착하였다. 사라는 너무나 아름다워 아빌멜렉 왕은 그를 후궁으로 삼으려 했으나 사라는 기적적으로 탈출하고 아브라함과 함께 다시 가나안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파라오의 궁에서 사라를 구출한 것은 바로 야훼 하느님이셨고 그것은 곧 이스라엘에 대한 야훼 하느님의 첫 번째 구원 행위였다. 다시 말해 이스라엘 민족을 구원하신 야훼 하느님의 구원 대상이 곧 이스라엘 여인 사라였던 것이다.
사라는 모든 면에서 자유인이었으나, 수십 년 동안 꼭 한가지 자유가 없었다. 그는 임신을 할 수 없었고, 아이를 출산한다는 일은 거의 절망적이었다. 마침내 그는 아브라함에게 자신의 몸종 하갈을 소실로 받아들일 것을 요구했고 그로 인해 사라는 임신한 몸종 하갈에게 멸시받게 되었다. 이에 화가 난 사라는 하갈을 심하게 다루었고 하갈은 그의 곁을 피해 도망쳤다. 그러나 하갈은 천사의 도움으로 다시 돌아와 아들 이스마엘을 낳았다. 후에 사라가 나이 먹고, 늙어서 기적적으로 이사악을 출산했을 때, 하갈은 점점 더 그의 상전에게 오만하게 굴었다. 이스마엘도, 그의 어머니와 같이 사라의 아들을 조롱하고 비웃었다. - 이 가정적 불화는 지금까지도 히브리 인과 아랍 인 사이의 분쟁거리가 되어 있다. 사라의 아들 이스마엘의 사라가 거의 90세가 되어서 태어났다. 바오로는 이 일은 오직 믿음으로만 가능했다고 한다. 그러므로 사라는 믿음의 어머니이다.
사라는 고대 히브리 인 중에서 가장 슬기로운 여인들 중의 하나이다. 그는 그의 결혼 생활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그는 정당한 적자로 이사악을 낳았다. 그는 다른 여인에 의해 파괴될 뻔한 가정을 지켰고, 동시에 그의 남편의 사랑을 계속해서 확보할 수 있었다. 그는 어떤 어려운 환경에서도 도피하려 하지 않았고, 그 어려움에 걸려 넘어지지도 않았다. 그는 꿋꿋하게 공기를 가지고 어떤 일이 닥쳐와도 이겨냈다. 사라는 강하고 고집 세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려고 자신의 신분을 마음껏 이용하는 여인이고 또 자기보다 낮은 신분의 하갈을 박대하고 추방하기까지 한 여성이다. 가부장적 제도 속에서 그녀는 스스로 억압당하기도 하면서 또 가족을 위해 스스로 주도권을 휘두르는 의지를 보이는 그리고 심지어는 자신보다 낮은 신분의 사람을 학대하고 추방한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라야말로 아브라함 언약의 실제적인 수령자였다는 것이다. 아브라함에게 네 후손이 하늘의 별처럼 많을 것이라고 하신 약속은 사실상 사라에게 주신 약속이었고, 사라를 통해서만 이루어진 약속이었기 때문이다. 아브라함의 첫 아들이 이스라엘의 조상이 된 것이 아니고 사라의 아들이 이스라엘의 조상이 된 것이다.
히브리서 11장에 나오는 믿음의 영웅들의 대열에서 제일 먼저 등장하는 여인이 사라이다. 그녀는 그녀의 실패 때문이 아니라, 그녀가 가졌던 믿음 때문에 명예롭게 기록되었다. 이사악의 출생에서 훌륭하게 나타났던 그녀의 믿음은 그녀의 긴 생애동안 성장한 것이었다. 삶은 사라에게 많은 희생을 요구했다. 그녀느 자기가 사랑했고 원했던 많은 것을 억제해야만 했따. 이것으로 그녀는 이스라엘의 조상이며 위대한 왕녀라고 불려질 수 있었다.
2. 리브가
창세기를 살펴보면 하느님이 이스라엘에게 주신 축복에 이어가는 아브라함, 이사악, 야곱 그리고 요셉으로 이어지는 계승자들이 나온다. 성서에서는 이사악에서 야곱으로 이어지는 축복과정을 매우 극적으로 묘사한다. 대부분 에사오와 야곱 중 야곱을 지나치게 편애하여 형제 간의 갈등을 일으킨 불공평한 어머니로, 남편 이사악까지 속여 장자권을 야곱에게 넘긴 인정머니 어머니로 리브라를 판단한다. 즉, 남편과 자식간의 갈등을 일으킨 장본인, 지혜는 있으나 수단을 가리지 않고 목적을 달성하는 권모술수의 대변자로 보아 온 것이다. 리브가는 반목과 질시의 유혹자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리브가를 바라봄에 편견이 아닌 새로운 모습으로 그녀를 만나야한다.
리브가아 이사악의 만남과 결혼은 매우 신비롭고 극적이다. 아브라함의 명령을 받은 늙은 종 엘리어젤은 이사악의 아내 될 사람을 만나도록 하느님께 기도드리고 나름대로 아브라함의 며느리감 기준을 정한다. 그것은 자신에게 뿐 아니라 낙타에게도 물을 주는 아가씨가 이사악의 아내가 되는 것이었다. 리브가는 우물가에서 만난 엘리어절과 그의 낙타에게 물을 주고 그에게 선물을 받는다. 엘리어젤은 리브가의 오빠 라반과 어머니의 승낙을 얻은 후 리브가에게 선택을 위임한다. 이때 리브가의 선택은 수동적인 형태가 아니라 적극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그것은, 집안에서 결정했기 때문에 순종한 것이 아니라, 우물가에서의 만남과 선물을 받은 행동에 대한 일련의 주체적 행동으로 나타난다.
리브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새로운 세계를 향해 도전하는 여성이었으며, 자신의 삶을 결단하고 머뭇거리지 않고 곧장 실행에 옮기는 적극적인 여성이었다. 결혼 20년 만에 임신한 리브가는 "너의 태중에 두 민족이 들어있다. 태에서 나오기 전 두 부족으로 갈라졌는데 한 부족이 다른 한 부족을 억누를 것이다. 형이 동생을 섬기게 될 것이다."라는 하느님의 말씀을 받고 태어날 아이에 대한 분명한 원칙을 제시한다. 리브가는 쌍둥이 아들을 낳았다. 큰아들은 피부가 붉고 털이 많은 에사오였고 작은아들은 조용한 성격의 얌전한 야곱이었다. 그런데 이사악은 에사오를, 리브가는 야곱을 더 사랑했다.
리브가의 적극적인 성격은 야곱이 장차 축복받을 때 잘 나타난다. 이사악은 나이가 들어 시력도 약해졌다. 어느날 에사오를 불러 사냥을 해 별미를 만들어오면 죽기 전에 정성을 쏟아 복을 빌어주겠다고 약속했다. 부자간의 약속의 말을 엿듣고 야곱에게 알려준 이는 바로 어머니 리브가였다. 리브가는 야곱의 등을 떠밀어 결국 아버지의 축복을 형 대신 받아내게 했다. 교활하고 비사한 방법으로 에사오의 축복을 가로챈 것이었다. 그러나 그 이유는 리브가가 임신중에 들려주신 하느님의 말씀을 절대적으로 신뢰하였기 때문이며, 서로 공생할 수 없는 긴장관계에 있는 두 아들 중 어머니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약자, 힘없는 자 야곱이었다는 점이다. 이는 이스라엘 역사에 개입하시는 하느님의 선택과도 동일하다. 하느님은 항상 고통받는 자, 약자 편에서 행동하시는 분으로 이집트에서 고통당하는 이스라엘을 편야하셨다. 선택해야 할 곳에서 편애하는 근거는 바로 약자, 힘없는 자와 함께하는 것이다. 이런 리브가의 편애는 약자의 편에 선 사랑이었다. 우리는 리브가를 바라봄에 교활하고 아버지를 속이도록 자식을 잘못 인도하는 여성으로서가 아닌, 결단역 있고 적극적으로 하느님의 구원계획을 이루어가는 여성으로 리브가를 재조명해야 할 것이다.
리브가의 헌신은 야곱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 공동체의 아버지로서 야곱을 위한 것이었다. 공동체보다는 개인을 우선하는 오늘의 모습에서 리브가의 결단과 헌신은 우리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강자보다는 약자를 사랑하고, 개인의 생각보다는 하느님의 말씀에 기초한 리브가의 모습에서 여성들이 추구해야 할 원칙을 발견할 수 있다.
3. 라헬
라반에게는 두 딸, 레아와 라헬이 있었다. 레아는 시력이 약했다. 시력이 약하거나 분명하지 않은 것은 당시 근동지방의 미(美)의 기준에서 큰 결점이었다. 라헬은 곱고 아리따운 자태를 지니고 있었다. 곱고 아름다운 여성이 남성의 더 큰 관심을 끄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형의 위협으로부터 도주한 야곱은 라반의 집에 머물러 있었는데 라반의 품삯제의에 라헬과의 결혼을 요구했다. 그러나 야곱은 라반에게 속아 라헬보다 먼저 레아를 부인으로 얻게 되고, 그 다음 비로소 라헬을 부인으로 얻었다. 이스라엘에서는 한 남자가 같은 자매에게 동시에 장가 들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이중 결혼의 결과 두 부인 라헬과 레아가 벌이는 신경전과 경쟁은 극심할 수 밖에 없었다. 야곱은 너무나 곱고 아름다운 아내 라헬을 너무나 사랑했다.
야곱의 열정적이고 끊임없는 사랑을 독차지했던 라헬은 어떤 여성이었을까? 라헬은 겸손하고 순종적인 여성은 아니었던 것 같다. 오히려 활달하고 자신감에 넘쳐흐르는 여성이었다. 일반적으로 미모가 뛰어나 사랑을 독차지하는 여성은 자신의 매력과 아름다움에 자신감과 자부심이 지나쳐 교만해 보이는 모습을 띠기도 한다. 그녀는 야곱의 사랑에 고마워하는 마음을 지니지 않았다. 라헬은 강하고 열정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야곱의 어머니 리브가와 비슷한 점이 많았다. 라헬은 야곱과의 사이에서 아들을 낳지 못하자 언니 레아를 심하게 질투했다. 그러나 야곱의 사랑하는 아내 라헬은 아이를 낳지 못해 실망했고 평생 동안 자녀 없는 생을 보낼 것만 같았다.
라헬은 자신의 몸종 빌하를 통해 두 명의 아들을 낳았다. 그리고 그 후 언니 레아는 아들이 이미 넷이나 있었는데도 그의 몸종 질바를 야곱의 소실로 들여 아들 둘을 낳았다. 그래서 아들이 모두 여덟이 되었다. 레아가 후에 또 아들 둘을 야곱에게 낳아주었다. 마침내 라헬이 야곱에게 그들의 아들 요셉을 낳아주니, 야곱의 평생 기쁨이 되고 야곱이 늙은 후에도 위로가 되었다.
야곱의 가족이 하란을 떠나 가나안으로 돌아간 후 하느님께서는 라헬의 기도를 이뤄주셨다. 베냐민이 탄생한 것이다. 이로 야곱은 열 두 명의 아들을 가지게 되었고, 그들은 이스라엘의 열 두 지파의 족장들이 되었다. 그러나 라헬은 베냐민을 낳은 후 숨을 거두었고 베들레험으로 가는 길에 묻혔다. 라헬이 오랜 동안 아들을 기다리면서 어떻게 느꼇던 간에 라헬은 야곱을 처음 만난 날부터 야곱의 열열한 사랑을 받은 축복받은 여인이었다. 야곱은 아름답고 사랑한 아내를 잃은 슬픔을 영원히 잊지 못했었다.
(2001년 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