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단계씩 차근차근
지난해에 퇴소한 한 새터민 아이가 모 대학 사회복지학과에 다니다 한 학기 만에 휴학했다고 알려왔다. 어렵고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이 아이는 원래 간호사가 되는 게 꿈이었다. 그러나 검정고시로 중ㆍ고교 졸업을 인정받은 실력으로는 간호대학에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대입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간호학원에 다니며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는 준비를 시켰다. 학원에 다니며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따면, 입학하는 데 도움이 되고 또 대학에서 배울 어려운 개념을 미리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학원에 두 달 다니다 너무 어렵고 힘들다며 그만뒀다. 그리고 나서 선택한 과목이 사회복지학과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어려워 한 학기를 간신히 마치고 휴학을 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다시 자기가 원하는 간호사가 되고 싶어 또 다시 도전을 해보겠단다. 앞으로 1년간 간호학원에 다니며 준비를 한 뒤 간호전문대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자기 꿈을 이루려 노력하는 아이에게 비록 용기는 줬지만, 아이들 실력을 아는 입장에서는 그 처지가 측은할 뿐이다. 청소년기 학교는 가정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학교는 청소년들이 사회에 나가서 올바른 일꾼이 되도록 지적 교육과 함께 전인교육을 실시하는 요람이기 때문이다. 또 학교는 가정과 더불어 청소년이 자신의 가치관을 형성하도록 돕고 사회생활에 필요불가결한 규범을 내면화하는 배움터이기도 하다. 이런 뜻에서 새터민 청소년들이 당면한 과제는 학교나 학원생활에 대한 부적응으로 인한 심리적 압박인데, 이 아이들이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부분은 수학능력과 학령(學齡) 문제다. 새터민 청소년들의 학교 편입학은 법률상으로 북한 학교교육과정 수료 연수를 기준으로 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북한에서 수료한 학년보다 낮은 학년으로 편입학하는 경우가 많다. 19살에 초등학교를 다녀야 하고, 21살에 중학교를 다녀야 하는 새터민 청소년들은 학령에 따른 편입을 원하고 있다. 사실 이들의 심리발달 측면이나 또래집단 및 학교 적응을 위해서는 학령을 고려한 편입이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실제 교육현장에서는 단계적 학습 과정을 거치지 않은 데서 오는 부작용 또한 무시하지 못해 두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대안은 없다. 학업에 대한 욕구는 강하나 현실적으로 학교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이 아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려면 체계적으로 교육 과정을 거치도록 하는 것이 좋다. 당장은 빨리 상급학교에 다니고 싶어 하더라도 앞으로 삶을 위해 어렵고 힘들지만 시작단계부터 다시 체계적으로 남한 사회에 맞게 배워가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 노공순 수녀(살레시오 수녀회, 꿈사리 공동체 대표) ♣ |
2007.03.21 [묵상] 한 단계씩 차근차근 l 노공순 수녀님
2007. 3. 22. 오전 8:3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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