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0일> 이것이 은총 받은 사람의 모습입니다/ - 이기양 신부님

2006. 12. 21. 오전 12:10:46

글자

<12월 20일>                   이것이 은총 받은 사람의 모습입니다

 

제 1독서 : 이사 7,10-14 (젊은 여인이 잉태하리라.)
복    음 : 루카 1,26-38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다.)

 

    오늘 복음을 보면 세례자 요한이 천사 가브리엘의 알림대로 엘리사벳에 의해 잉태된 지 6개월이 되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세례자 요한의 임신을 알렸던 천사 가브리엘이 이번에는 나자렛의 성모 마리아를 찾아옵니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루카1,28)
   가브리엘 천사는 마리아를 찾아가 인사하며 이제 마리아가 하느님의 은총을 받아서 주님을 잉태하게 될 것을 전합니다. 바로 이 천사의 인사 “은총을 가득히 받은 이여, 기뻐하여라. 주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가 바로 우리가 매일 드리는 성모송의 시작입니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하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드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우리는 가브리엘 천사의 인사와  엘리사벳이 마리아의 문안을 받았을 때 기쁨에 넘쳐서 성모님이 될 마리아께 칭송을 드렸던 인사를 모아서 성모송으로 바치고 있습니다. 가브리엘 천사는 성모 마리아께 ‘은총을 가득히 받은 여인’이라고 칭송을 했고, 엘리사벳 또한 “여인 중에 가장 복되시며 태중의 아드님 또한 복되시다.”고 찬미 드림으로써 복을 충만히 받은 분이라고 성모님을 소개합니다.

   우리는 늘 하느님께 은총과 복을 청합니다. 어떤 은총과 복을 주십사고 청하고 있습니까? 돈을 많이 벌게 해달라거나 남들보다 한 50년은 더 살게 해달라고 청하십니까? 그런데 실은 그것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더 살면 무엇하며 돈을 많이 벌면 무엇하겠습니까? 죽으면 다 놓고 가야하는 그것들은 복이 아니지요. 돈은 쓸 만큼만 있으면 되는 것입니다. 재산이 많으면 그만큼 욕심이 많이 생기고 근심 걱정 또한 그만큼 쌓이게 됩니다. 하느님께 재물의 풍요를 은총으로 청하려고 한다면 마음을 바꾸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적당한 재산과 적당한 건강이지 넘치는 재산과 건강은 오히려 걸림돌이 될 뿐입니다.
   그렇다면 정말 우리가 하느님께 청해야 될 은총은 무엇이며 또 하느님의 은총을 받은 사람은 살아가면서 어떠한 변화를 보이게 되는 것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성모 마리아를 은총이 충만한 여인이라고 칭하는데 성모 마리아의 모습을 보면 은총을 받은 사람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를 잘 알 수가 있습니다.
   은총을 받으면 기쁨과 평화가 가득합니다. 항상 감사드리는 삶을 살게 되지요. 삶이 즐겁고 결코 세상일에 흔들리지 않게 됩니다. 이러한 참 기쁨과 평화는 하느님이 주시는 것으로써 이 세상이 주는 평화와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세상이 주는 재물을 얻어서 좋은 음식과 좋은 옷을 먹고 입게 되는 기쁨은 잠시 뿐입니다. 잠깐의 기쁨 후에는 고민이 생기게 되지요. 그것을 지키려고 애써야 하고 더 많은 것을 누리고 싶어집니다. 그러나 하느님이 주시는 평화는 계속해서 흘러넘치기 때문에 지키려고 애쓸 필요가 없습니다. 많은 경우에 우리는 재산이나 건강을 통해서 기쁨과 안정을 얻으려고 하지만 거기에서는 끝없는 갈증만 얻게 될 뿐입니다.
   오랜 시간 수련을 한 성직자나 수도자들의 모습을 보면 참 고요하지요. 그들은 후손도 없고 재산도 없으며 건강에도 개의치 않습니다. 살아가는 모습이 세상 사람들의 모습과는 많이 다릅니다. 잔잔하면서도 여유 있고 평화롭지요. 그들은 죽음 앞에서도 자유롭습니다. 은총을 받으면 어떠한 경우에도 흔들리지 않는 평화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요.

   두 번째로 하느님의 은총을 받으면 두려움이 없어집니다. 건강을 잃을까, 자식이 어떻게 될까, 또 재산이 어떻게 될까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루카1,30)
   천사는 마리아께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처녀 잉태를 예고 받았을 때, 마리아의 두려움이 얼마나 컸겠습니까? 약혼자와의 관계, 부모와 이웃 사람들의 시선들, 또 그 당시 율법에 따라 돌에 맞아 죽는 처형을 받는 장면 등이 순식간에 떠올랐을 것입니다. 그런데 마리아는 이러한 처지에서도 자유로웠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을 알면 죽음 앞에서도 자유롭습니다. 바로 순교자들이 그랬습니다. 스테파노는 돌에 맞아 죽으면서도 평화와 사랑이 가득 찬 모습을 보이며 오히려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지요. 이것은 비단 스테파노만이 아닙니다. 모든 순교자들이 다 그랬고 누구보다도 시련과 고난이 많았던 바오로 사도 역시 감옥 안에서 하느님께 감사하며 참 자유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은총을 받으면 하느님께 순명합니다. 하느님이 첫째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모든 것에 다 순명할 수가 있는 것이지요. 은총 없이는 순명할 수 없습니다. 하느님의 은총을 받아 순명을 보인 대표적인 인물로 우리는 아브라함을 떠올릴 수가 있습니다. 아브라함은 하느님의 은총으로 늘그막에 그토록 원했던 자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느님께서는 아들 이사악을 제물로 바칠 것을 요구하셨고 아브라함은 순명했지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을 바치라는 하느님의 요청을 아버지가 받아들인 것입니다. 아브라함은 인간적인 모든 갈등과 이해관계를 넘어서 하느님께 순종하였던 것입니다.
   그런 면에 있어서 하느님을 안다고 하는 사람들의 불순종, 또 비판적인 모습들은 그들이 결코 하느님을 아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잘못 알고 있는 것이지요. 참으로 하느님을 알면 불순종하거나 비판하는 모습 따위는 보일 수가 없습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성모 마리아께서 보여주신 대로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하며 받아들일 수가 있지요. 그리고 이 세상보다도 하느님 안에서의 영원한 삶을 희망하며 살아갑니다. 차원이 다르지요. 은총이 충만한 성인, 성녀들의 삶이 바로 그렇습니다.

   이 세상에서 잘 먹고 잘 사는 은총을 하느님께 청하겠다고 마음먹는다면 그의 신심은 초보자의 수준입니다. 그렇다고 하느님께서 우리를 이 세상에서 박복하게 살게 내버려두신다는 것이 아닙니다. 눈에 보이는 그런 은총은 하느님을 모시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별 것 아닌 부수적인 것이라는 것이지요. 하느님의 은총은 어떤 경우에도 두려움 없이 기쁨과 평화 속에서 하느님의 뜻을 따를 수 있는 차원 높은 삶을 선물합니다.
   한 주간을 시작하면서 주님의 은총 안에서 살기를 청하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바오로 사도는 말씀하셨습니다.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입니다.”(1테살5,16-18)
   이것이 바로 은총 받은 사람의 표징입니다.

   은총 받은 사람은 항상 기뻐할 수 있고 어떠한 처지에서도 감사드릴 수 있는 사람이며 그러한 삶의 모습일 때 그 은총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언제나 기억해야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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