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턴트 성서

요즘 우리 가톨릭 신자들이 주일 미사 때 가져가는 것 가운데 하나가
<매일미사>이거나 <오늘의 말씀>이라는 책입니다.
이 책 안에는 사제가 외우는 기도만이 아니라
그날 미사의 독서가 실려 있어서 신자들에게 여간 편한 것이 아닙니다.
성서를 들고 다니자니 너무 무겁고, 또 성서 구절을 찾는 것도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고 ....
이런저런 이유로 <매일미사>와 <오늘의 말씀>은 우리 가톨릭 신자들의 애독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책으로 인해 생기는 공해(?)에 대해 생각해 보신 적은 없으신지요?
첫째 공해:
신자들로 하여금 성서를 멀리하게 만들었습니다.
주일 미사에 3년 동안 빠짐없이 참여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성서를 다로 읽지 않으면 성서의 아주 적은 부분만 대하게 됩니다.
주일 미사의 말씀 전례 부분을 보면 복음은 3년에 걸쳐 읽도록 되어 있고,
신약과 구약의 일부분만 취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매일미사>를 애용하는 사람들이 따로 성서를 읽는다면 모르지만,
모르긴 몰라도 대부분의 애용자들이 성서에서 그날 독서의 구절을 찾기가 귀찮아
<매일미사>를 선택하므로, 결국 <매일미사>는 그 자체가 지니고 있는 편리함 대문에
신자들로 하여금 성서를 멀리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 같습니다.
둘째 공해:
미사 중에 소음공해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미사를 드리다 보면 말씀 전례 때 우리 신자들은
하나같이 <매일미사>를 손에 펴들고 있습니다.
고요한 성당 안에서 수백 명의 신자들이 한꺼번에 책장을 넘기는 그 소리가
얼마나 신경을 건드리는지 ...
말씀 전례는 우리가 하느님 말씀을 듣는 시간이지,
성서를 읽는 시간이 아니라는 점은 이미 제가 지적한 바 있습니다.
“듣는다는 것”과 “읽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여러분도 잘 아시겠지요.
하느님의 권위를 인정한다면, 또 그분의 뜻을 헤아려 실천하겠다는 마음이 있다면
마음을 가다듬고 귀를 기울여 독서자를 통해 말씀하시는 하느님께 향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떤 면에서 <매일미사>는 우리가 하느님께 귀를 기울이지 않게 만드는,
“못된”(?) 도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셋째 공해:
환경을 오염시키는 쓰레기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요즘 우리는 쓰레기 줄이기, 재생용품 쓰기 운동을 벌이면서 범국민적으로
절약운동 . 환경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매일미사>는 잡지 형태로 되어 있는 것이라 날짜가 지나면 다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원래 <매일미사>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유럽 여러 나라에서 펴내고 있는
<신자용 미사경본>은 단 두 권(평일용과 주일용)으로 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제적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다달이 책을 펴내면서 한번 사용하고 나면 다시는 이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얼마나 큰 자원이 낭비이며 쓰레기 생산의 주범입니까?
신앙생활은 먼저 하느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또 하느님 말씀을 읽는 데서 시작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인스턴트식품"과 같은 <매일미사>대신
성서를 직접 읽읍시다. 단편적으로 성서 구절이 실려 있는
<매일미사>보다야 하느님 말씀을 전체 맥락 한에서 살펴볼 수 있는 성서가 얼마나 좋은지요.
- 『제대와 감실의 싸움』 김인영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