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11월16일 수요일[연중 제33주간 수요일]

2011. 11. 15. 오후 2:20:40

글자

복음

<그렇다면 어찌하여 내 돈을 은행에 넣지 않았더냐?>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9,11-28


그때에 11 예수님께서는 비유 하나를 말씀하셨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가까이 이르신 데다, 사람들이 하느님의 나라가 당장 나타나는 줄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2 그리하여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어떤 귀족이 왕권을 받아 오려고 먼 고장으로 떠나게 되었다.
13 그래서 그는 종 열 사람을 불러 열 미나를 나누어 주며, ‘내가 올 때까지 벌이를 하여라.’ 하고 그들에게 일렀다.
14 그런데 그 나라 백성은 그를 미워하고 있었으므로 사절을 뒤따라 보내어, ‘저희는 이 사람이 저희 임금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하고 말하게 하였다.
15 그러나 그는 왕권을 받고 돌아와, 자기가 돈을 준 종들이 벌이를 얼마나 하였는지 알아볼 생각으로 그들을 불러오라고 분부하였다.
16 첫째 종이 들어와서, ‘주인님, 주인님의 한 미나로 열 미나를 벌어들였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17 그러자 주인이 그에게 일렀다. ‘잘하였다, 착한 종아! 네가 아주 작은 일에 성실하였으니 열 고을을 다스리는 권한을 가져라.’
18 그다음에 둘째 종이 와서, ‘주인님, 주인님의 한 미나로 다섯 미나를 만들었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19 주인은 그에게도 일렀다. ‘너도 다섯 고을을 다스려라.’
20 그런데 다른 종은 와서 이렇게 말하였다. ‘주인님, 주인님의 한 미나가 여기에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수건에 싸서 보관해 두었습니다.

21 주인님께서 냉혹하신 분이어서 가져다 놓지 않은 것을 가져가시고 뿌리지 않은 것을 거두어 가시기에, 저는 주인님이 두려웠습니다.’
22 그러자 주인이 그에게 말하였다. ‘이 악한 종아, 나는 네 입에서 나온 말로 너를 심판한다. 내가 냉혹한 사람이어서, 가져다 놓지 않은 것을 가져가고 뿌리지 않은 것을 거두어 가는 줄로 알고 있었다는 말이냐?

23 그렇다면 어찌하여 내 돈을 은행에 넣지 않았더냐? 그리하였으면 내가 돌아왔을 때 내 돈에 이자를 붙여 되찾았을 것이다.’

24 그러고 나서 곁에 있는 이들에게 일렀다. ‘저자에게서 그 한 미나를 빼앗아 열 미나를 가진 이에게 주어라.’
25 ─ 그러자 그들이 주인에게 말하였다. ‘주인님, 저이는 열 미나나 가지고 있습니다.’ ─

26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가진 자는 더 받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27 그리고 내가 저희들의 임금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은 그 원수들을 이리 끌어다가, 내 앞에서 처형하여라.’”
28 예수님께서는 이 말씀을 하시고 앞장서서 예루살렘으로 오르는 길을 걸어가셨다.

오늘의 묵상

돈 보스코 성인이 돌아가신 후 그분의 시신을 검안했던 의사가 이런 말을 했다지요.


“정말 보기 드문 모습이었습니다. 시신은 마치 모든 것이 다 타고 이제 겨우 재만 남은 것과 같았습니다. 영혼이 빠져 나간 그의 시신에는 거의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돈 보스코 성인은 한평생을 불꽃으로 사시며, 당신의 전 존재를 주님 뜻에 따라 온전히 태워 버리고 이렇게 재 같은 모습이 된 것이지요.


오늘 복음에서 주인이 종들에게 나누어 준 한 ‘미나’는 우리에게 주어진 ‘일생’이라는 ‘시간의 선물’일 수 있습니다. 누구나 이렇게 한 미나씩의 일생을 선물로 받았지만 하느님 뜻을 헤아리며 불꽃처럼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날이 그날이듯 주어진 시간을 무의미하게 받아들이거나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성인과 평범한 사람의 차이는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사실 우리의 삶은 자신이 살았던 ‘향기’만 남습니다. 잘났다고 하고 세상에서 출세하였어도 아무런 향기가 없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소박하고 가난하게 살아도 머무른 자리에 짙은 향기가 남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것은 자기를 끊임없이 내어 주고 산 사람과 자기 것을 채우면서 산 사람의 차이입니다.
김용석 시인의 “가을이 오면”이라는 시가 있지요.


나는 꽃이에요 / 잎은 나비에게 주고 / 꿀을 솔방 벌에게 주고 / 향기는 바람에게 보냈어요. / 그래도 난 잃은 건 하나도 없어요. / 더 많은 열매로 태어날 거예요 / 가을이 오면.


모든 것이 사라진 것 같은 가을 ……. 그러나 꽃은 져도 향기는 바람을 따라 세상 어디엔가 떠돌고 있지요. 나비와 솔방 벌은 또 꽃잎이 준 꿀을 먹고 긴 겨울나기를 할 것입니다. 모든 것을 다 내어 주고 꽃은 사라져도 그 속 깊은 곳에는 생명의 씨앗을 품고 있지요. 우리 삶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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