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에서 배우는 우리의 삶

2015. 8. 3. 오전 8:35:37

글자

합창에서 배우는 우리의 삶 


높은 음의 소프라노는 소프라노대로 

낮은 음의 알토는 알토대로 

그리고 높은 음과 낮은 음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해주는 중간음의 메조는 메조대로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냄으로써 이루어 내는 

그 아름답고 겸손한 합창의 조화를 

나는 늘 새롭게 사랑합니다.


다른 파트가 솔로를 하는 동안은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쉴 수 있으나 절대로 방심 할 수 없는 긴장감을 합창에서 배웁니다


자기 차례가 올 때 까지 고요하고 참을성 있게 깨어 있는 기다림과 인내를 합창에서 배웁니다.


다른 이의 목소리에 조심스레 귀를 기울이는 예민함과 지혜를 합창에서 배웁니다.


목소리가 빼어나도 혼자서만 튀지 않고 다른 이와 맞춰어 가는 겸손과 양보를 합창에서 배웁니다.


그러나 여러 사람의 개성 있는 목소리들이 서로 다르면서도 한 목소리로 아름다운 조화를 이룰 때까지는 얼마나 고된 연습과 훈련을 거듭해야 하는지요.


아주 높은 음을 내는 목소리도 가장 낮은 저음을 내는 목소리도 적당한 중간 목소리도 합창에서는 다 나름대로 쓸모가 있으니 좋습니다.


누구도 내침을 받지 않는 평등함이 마음을 넉넉하고 따뜻하게 해줍니다.


늘 메조 파트에 해당하는 나는 한때 맑고 고운 음을 내는 소프라노를 부러워 했으나 지금은 나의 목소리에 그런 대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노래를 잘 부르진 못해도 동요 정도는 무난히 불러 때로는 지인들에게 웃음을 선사할 수 있음 또한 고맙게 생각합니다.


가정에서 사회에서 교회에서 공동체를 이루어 사는 우리의 삶 또한 합창을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 - 이해인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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