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아버지께서 군대에 계실때 친구분과 크림빵 스물다섯갠가를 드셨다는 이야기를 하신적이있었다.
아마도 나 군대 입대한지 얼마안됐을때쯤 들었던 이야기같은데.....
사실 크림빵 스물 몇개는 그냥 농담삼아 하신말이라 생각했었다.
당연하지. 사람이 어떻게 한번에 빵을 스무개를 넘게 먹는단 말인가. 거기에 우유 8개까지 합쳐서 말이다.
오늘 우연히 내 책장위에 잔뜩 쌓여있는 것들에 눈길이 갔는데 그중 유독 눈에 띄는게 부모님 젊으셨을때 사진이 담긴 사진첩이었다.
지금의 나보다 어린시절 엄마의 모습이 있고 지금의 나보다 어린시절 아버지의 군대 사진이 있는 사진첩이다.
사실 그 사진첩보다 유독 그 사진첩안에 있는 알록달록한 노트에 시선이 꽃혔다.
아...예전에 봐서 저게 뭔지 알고있다.
1976년 7월. 1사단 수색대 7중대였던가? 아무튼 M60사수를 했었던 아버지의 후임병들이 써준 아버지의 전역 노트이다.
표지는 어딘가로 달아났는지 원래부터 없었는지 모르겠고 노트중에 몇장은 찢겨져 나갔으리라.
게다가 중간중간 공란에는 내가 그렸는지 누나가 그렸는지모를, 빈공간만 보면 낙서하는 꼬맹이 솜씨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아무튼....30년 가까이 다되가는 그 노트를 몇년만에 아들인 내가 다시 펼쳐 보았다.
예전에는 느끼지못했을, 하지만 군대를 다녀온 지금의 나는 느낄수 있는 전우애가 묻어나는 글귀들. 낙서...그리고 여지없이 빠지지않는 야한 농담들.....
아.....그러고보니 아버지의 빵이야기를 하다 말았군.
글귀의 앞쪽에는 대부분의 아버지 전우들이 아버지를 빵고라고 부르고 있었다.
도대체 빵고가 뭐여하고 생각하며 읽어나가는데 어느분이 속시원히 대답을 적어주셨다.
중대에서도 유명했던 아버지의 빵사랑. 그래서 붙은 별명이 빵을 좋아하는 고참이라는 뜻의 빵고...
하하...아무래도 아버지의 빵이야기는 과장은 됐을지 몰라도 사실은 사실이었나보다.
아마도 아버지께서는 이 노트를 잊고 계실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결혼하시고나서는 거의 한번도 펼쳐보지 않으셨을지도모르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70년대에 줄잘못서면 전역이 한달도 늦춰질수있다는 그 시대의 군대.
그것도 최전방 GOP에서의 힘든 군생활(노트의 글귀를 빌자면 하루종일 줄빠따 맞고 오밤중에 화장실에서 약바르던...)을 하셨던 아버지.
아마도 당시에는 엄청난 고통이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었겠지만 30년이 지난 지금 이 노트를 펼쳐보신다면 간만에 좋은 추억 여행을 하시지 않을까 싶다.
가끔 군복무 하실때의 힘들었던 이야기를 한국 남자 특유의 과장과 함께 즐겨 이야기를 해주시곤하시니 더욱 반가워 하시리라.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저녁에는 아버지께 이 노트를 보여드려야지
아버지 특유의 제스쳐가 있었다는데 그게 뭔지도 물어보고 말야. 훗.........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