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미꾸라지 입니다.

2000. 12. 3. 오전 12:49:06

글자

문득 내 가슴 속 깊숙히 있는 창으로 나를 객관적으로 보았습니다. 그렇게 본 나는 너무나도 삶을 의미 없이 사는 그런 형편 없는 아이 였습니다. 쓸데 없이 자존심만 센그런 아이 였어요. 언젠가 제일 친한 친구가 제게 말 하더군요"넌 자존심이 너무세. 우리 오빠도 남에게 지는거 질색이라서 아는데 그런 사람들 대부분이 오히려 더 힘들어..." 맞습니다. 전 자존심이 참 세고 고집도 세고 남에게 지는것은 질색 입니다. 그렇다고 진 것을 인정하지 않는 비겁한 짓은 안해요 --; 휴~요즘 참 많이 심난합니다. 내신 때문에 친한 친구들이 하나둘씩 자퇴를 해 가고 , 그런 친구들을 막지 않는 선생님들은 너무나도 밉습니다. 난 그런 선생님들을 비난 했지만, 내 가슴 속 깊숙한 곳의 창으로 본 나 역시 그 친구들이 그러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 도 모르고 그 친구들을 진정한 친구보다 학교에 같이 속해 있는 그런 경쟁자로 봤었던 적이 있는것을 발견했습니다. 정말 너무 가슴이 아프고 쓰라 립니다. 추어탕으로 만들어지기전 소금으로 온몸을 난자당하는 미꾸라지의 아픔이 아주 조금은 이해가 갈것 같습니다.  문득 내속의 창으로 객관적으로 바라본 나는 참 비겁 했습니다. 삶을 즐길줄 모르는 17살 반 소녀였고, 친구의 고민을 들어줄 만큼 여유롭지 못 했고, 쓸데 없는 자존심과 고집으로 치장하고 있었고, 가슴이 아파도 실컷 울지 못하는 바보였고, 이렇게 내가 많이 아프다는것 을 모르고 자란 비겁한 아이였습니다. 내 가슴 깊숙한 창의 크기도 이제 점점 작아져 가는걸 느낍니다. 언젠가 그 창이 너무나도 작아져서 내가 열 수 없게 되면, 이제 아예 날 객관적으로 볼 수 조차 없게 되겠죠? 그럼 우매한 나는 나를 더이상 추스릴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삶이란 존재를 더이상 믿을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두렵습니다.........

어쩌면 마지막 까지 요동치는 미꾸라지와 같은힘조차 나에겐 남아있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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