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여년만의 상봉-프랑스 후손들 신앙 선조 순교지 순례

2005. 10. 28. 오후 5:3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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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여년만의 상봉-프랑스 후손들 신앙 선조 순교지 순례
844호
발행일 : 2005-10-30

"주님 사랑, 한국 신자들 통해 확인했어요"
 한국교회 주춧돌을 놓은 프랑스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앵베르(1796~1839, 제2대 조선교구장) 주교와 모방(1803~1839)ㆍ샤스탕(1803~1839) 신부의 고향 신자 37명이 19일 8박9일 일정으로 한국교회를 방문했다. 이들은 엑상 프로방스대교구(앵베르 주교)ㆍ리지외 바이어교구(모방 신부)ㆍ디녀 교구(샤스탕 신부) 소속 신자들로, 세 순교 성인의 출신 교구장 주교들과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이 함께 한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프랑스 순례단의 이번 방문은 지난해 10월 프랑스 마리냔에서 개최된 앵베르 주교 시성 20주년 기념 현양대회에 한국순교자현양회 임원들과 합창단원들이 참가한 것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당시 한국 순례단은 앵베르 주교 유해 일부와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 초청 서한을 전했다.

 ○…19일 오전 한국에 도착한 프랑스 순례단은 곧장 절두산순교성지를 방문해 지하 경당에 안치된 앵베르 주교와 모방ㆍ샤스탕 신부 유해를 참배. 유해 앞에서 '순교자 찬가'를 노래하고 '사도신경'을 바치며 후손들이 먼 길을 달려왔음을 알린 순례단은 감격에 겨운 듯 한결같이 눈시울을 붉혔다.

 세 성인과 만남을 끝낸 순례단은  환영미사에 참례. 클로드 페이드(엑상 프로방스대교구장) 대주교는 "같은 순교 성인을 모신 우리는 신앙 안에서 한 형제이며 가족"이라고 강조. 이날 미사에서는 특별히 한국순교자현양합창단이 샤를르 구노가 세 성인의 순교 소식을 듣고 작곡한 '순교자 찬가'(가톨릭성가 284 '무궁무진세에')를 불러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프랑스 순례단은 19일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를 예방. "선임 교구장이셨던 앵베르ㆍ베르뇌ㆍ다블뤼 세분 성인 주교님들을 늘 생각하며 살고 있다"는 정 대주교는 "지난 1984년 103위 시성식 이후 한국교회가 급속히 성장했다"며 "아직까지 사제가 한명도 상주하고 있지 않는 북한 땅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당부.

 페이드 대주교는 정 대주교에게 지난해 10월 앵베르 주교 시성 20주년 기념행사 때 앵베르 주교 유해를 보내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전했으며, 페이드 주교를 비롯한 피에르 피캉(바이어교구장)ㆍ프랑소아 사비에 루아조(디녀교구장) 주교는 "프랑스교회를 위해 한국인 사제를 파견해 달라"고 요청.
 
 ○…20일 오전 일행과 함께 김수환 추기경을 예방한 교구장 주교 3명은 "이젠 한국인들이 프랑스에 와서 우리를 복음화 시켜줘야 한다"며 한국인 사제 파견을 거듭 요청.

 피캉 주교는 "세 성인이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순교한 것이 인연이 돼 세 교구가 형제처럼 가깝게 지낸다"며 "한국교회를 방문하니 형제애를 더욱 가깝게 느낄 수 있어 기쁘다"고 인사하고 소화 데레사 유해 일부를 선물.

 김 추기경은 순례단원들과 일일이 사진을 찍으며 "여러분이 바라는 것 모두 하느님 뜻대로 그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앵베르 주교 고향인 마리냔본당 주임 티에리 데스트르모 신부는 "고향 사람들조차 앵베르 주교에 대해 잘 몰랐는데 지난해 한국 신자들이 방문한 것을 계기로 성인에 대한 공경의 불길이 타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20일 저녁 삼성산본당(주임 김상국 신부) 신자 가정에서 민박한 순례단은 앵베르ㆍ모방ㆍ샤스탕 성인 묘소에 이르는 십자가의 길 기도로 21일 일정을 시작. 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번갈아 십자가를 지며 삼성산본당 신자들과 함께 묘소에 도착한 순례단은 성인들을 참배한 후 세 성인의 고향에서 가져온 흙을 섞으며 기념 식수를 했다.

 순례단은 이어 묘소 옆에서 최창화(서울대교구 한국순교자현양위원장) 몬시뇰 주례로 국악 미사를 봉헌. 최 몬시뇰은 강론에서 "삼성산성지는 세 성인 유해가 명동성당으로 옮겨질 때까지 58년간 묻혔던 성지"라고 소개하고, "비록 목숨은 잃었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 영생을 얻은 순교성인들의 열절한 신앙을 본받도록 노력하자"고 당부.

 삼성산본당은 이어 마리냔(엑상 프로방스대교구)ㆍ바시(리지외 바이어교구)ㆍ디녀(디녀교구) 본당과 각각 자매결연을 맺고 △정보 및 문화교류 △정기적 상호 방문 △상부상조 등을 통해 하느님 안에서 한 형제ㆍ자매임을 확인키로 약속했다.

 ○…순례단은 이날 저녁 3개조로 나눠 삼성산본당 신자들이 마련한 환영행사에 참석, 따뜻한 환대 속에 저녁식사를 하며 우의를 다졌다. 모방 성인의 후손인 쟈클린 줄리에트씨는 "너무도 많은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환대해줘서 놀랍고 감동받았다"면서 성대한 환영식을 마련한 삼성산본당 신자들에게 고마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건준(베네딕토) 삼성산본당 사목회 총무는 "프랑스 순례단을 맞기 위해 지난 5월부터 준비해왔는데, 이들을 만나는 순간 그동안 고생이 눈녹듯 사라졌다"며 "하루 종일 비가 와서 아쉽지만 세 성인이 하늘에서 감동의 눈물을 흘리신 것으로 본다"고 만족해했다.

 ○…순례단은 23일 주교좌 명동성당에서 거행된 2005 서울대교구 성체대회 폐막미사에 프랑스 고유 의상을 입고 참례해 눈길. 미사를 주례한 정진석 대주교 소개로 박수갈채를 받은 순례단은 정 대주교에게 앵베르 성인 고향에서 만든 십자가를, 삼성산본당에는 세 성인의 초상화를 각각 선물했다.

 순례단을 대표한 피캉 주교는 인사말을 통해 "전교를 위해 세 성인을 한국에 보내신 하느님 사랑을 성인들이 순교한 이 땅의 신자들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며 "프랑스에 돌아가서도 여러분의 환대와 사랑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24일부터 지방 순례에 나선 순례단은 배론성지를 둘러본 후 안동교구 농은수련원에 도착, 권혁주(안동교구장) 주교와 두봉(전 안동교구장,파리외방전교회) 주교와 만남을 가진 데 이어 25ㆍ26일 하회마을과 경주 일대를 둘러보며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혔다.

  글=남정률 기자njyul@pbc.co.kr
    리길재 기자 teotokos@
    김민경 기자 mksophia@
 사진=백영민 기자 heelen@

평화신문 기자   pbc@pbc.co.kr

(사진설명)
1.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가 23일 교구 성체대회 폐막미사에 참례한 프랑스 순례단으로부터 선물받은 십자가를 들어보이고 있다.              2. 최창화 몬시뇰과 김상국(맨 오른쪽,삼성산본당 주임) 신부를 비롯한 프랑스 세 교구 주교가 21일 삼성산성지에서 열린 자매결연식에서 자매결연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3. 20일 혜화동 신학교 주교관에서 순례단 예방을 받은 김수환 추기경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4. 프랑스 고유 의상을 입은 순례단이 23일 서울대교구 성체대회 폐막미사에서 손을 맞잡고 성가를 부르고 있다.              5. 21일 순례단이 저녁으로 한국 전통 음식인 불고기를 먹고 있다.             6. 순례단 일원이 21일 삼성산성지에서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십자가를 지고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고 있다.              7. 순례단이 19일 절두산 순교 성지 박물관을 둘러보고 있다.

 

댓글 1

  • 2005년 10월 28일 오후 5:41

    8박9일의 순례일정을 무사히 마칠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