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한국순교자현양회 신명자(헬레나, 64, 서울 용산본당) 부회장은 한국순교자현양회에서 '성지순례 대모(代母)'로 통한다. 순교자현양회 주요 사업 가운데 하나인 성지순례 안내자 교육을 1987년 본인 주도로 개설한 이래 지금까지 이끌어오면서 성지순례 안내 봉사에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만큼 헌신해왔기 때문이다.
"순교성인들은 복음을 온몸으로 받아들여 실천한 이들입니다. 그분들 삶과 신앙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교과서죠. 순교자들의 절절한 신앙을 피부로 느끼게 해주는 데 성지순례만큼 좋은 게 없습니다."
신씨가 순교성인 신앙에 푹 빠지게 된 것은 1986년 한불수교 100주년 기념행사 참석차 프랑스를 방문하면서였다. 당시 프랑스교회의 열렬한 순교성인 공경이 신씨에게 순교신심에 대한 새로운 눈을 뜨게 해준 것.
한국으로 돌아와 '한국 가톨릭 문화선양회' 부회장을 맡은 신씨는 순교성인들과 성지를 제대로 알려야겠다는 마음에서 성지순례 교육과 봉사자 양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때 시작된 성지순례 안내봉사자 교육은 1995년 문화선양회가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와 통합된 이후에도 이어져왔으며, 이를 통해 양성된 봉사자들은 명동ㆍ서소문ㆍ당고개ㆍ새남터ㆍ절두산 등 서울시내 5개 성지를 중심으로 지난 8년간 4만5000여명의 성지순례를 안내했다.
현재 성지순례 안내 기본교육과 심화교육을 거쳐 활동하는 봉사자는 50여명. 교회사와 성지에 대한 이해 수준은 전문가를 뺨치며, 순교신심에 대한 불타는 열정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신씨는 "성지순례를 통해 순교성인들 신앙에 감동받고 변화하는 신자들을 볼 때마다 더없는 보람과 기쁨을 맛본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멋모르고 따라왔다가 감동받고는 나중에 다른 신자들을 이끌고 몇번씩 성지순례하는 이도 있고, 결혼기념일 여행 대신 성지를 순례하는 부부도 봤습니다. 세례식 때 무려 63명의 한국 순교성인을 세례명으로 정해준 수녀님도 있습니다. 얼마나 뿌듯한지 몰라요."
1주일에 두세 번씩 성지순례 안내에 나설 때는 너무 힘들어 쓰러질 뻔하기도 했다. 그때 가장 좋은 약이 된 것은 순교성인들의 삶이었다. 사제를 모시려고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수없이 중국을 왕래했던 정하상 성인을 생각하면 이깟 어려움쯤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성인들을 생각하면 절로 힘이 솟았다.
그런 신씨가 가장 안타까워하는 점은 예전에 비해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한국교회에 순교신심이 제대로 뿌리내리지 않았을뿐만 아니라 서울에 있는 성지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국교회가 정말 자랑할 수 있는 분들이 바로 순교성인들입니다. 그분들을 제대로 알고 본받는 것은 이땅에 사는 신자들의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젊은이들과 사제가 될 신학생들에게 순교신심이 확산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신씨는 버스 타고 한참 가야 하는 지방의 성지와 함께 서울 시내에 있는 성지에도 관심을 가질 것을 요청했다. 서울에 사는 신자라면 가족과 함께 쉽게 나설 수 있는 유서깊은 성지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씨는 "가능하다면 순교신심을 주제로 하는 피정 프로그램도 만들고 싶다"면서 순교신심과 성지순례에 좀더 애정을 갖고 참여해줄 것을 거듭 당부했다.
남정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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