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이 잠기다니……. ♤ 내가 갇히다니…….
저 높은 곳에 계신 주님을 향해 끊임없이 질주했던 4년간의
수련소 생활을 마치며 시작한 대망의 첫 서원 피정!
다른 여느 피정과는 달리 첫 서원을 앞둔 피정이라
‘주님과 찐한(?) 만남을 꼭 이루어보리라…….’ 두 주먹 불끈 쥐었다.
드디어 피정 첫날, 침묵 중인 나는 본원수녀님들이
모두 식사를 마친 후 따로 늦은 점심을 해야 했다.
‘그 시간 동안 무얼 하며 기다릴까…….’ 생각하다가
논문과 과월호 잡지를 모아두는 수녀원 지하서고로 갔다.
서고 한쪽 구석에 앉아 묵주 알을 굴리고 있는데
‘후다닥’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냥 그런가 보다…….
생각하다가 잠시 후 식사를 하려고 서고를 나서는데
서고의 문이 잠겨 있는 것이 아닌가!
아까 그 ‘후다닥’ 소리가 번뜩 떠올랐다.
서고 안에 개인 작업실을 가진 수녀님이 급히 서고에 들렀다가
아무도 없는 줄 알고 그만 문을 잠그고 간 것이었다.
‘문이 잠기다니……. 내가 갇히다니……. 그것도 피정 첫째 날에…….’
예상치 못한 일에 대한 당혹감과 낭패감에
주님이 얼마나 야속하고 서운하게 느껴지던지…….
시간이 지나도 지나가는 사람은 없었다.
점심도 못 먹어 배는 고프고…….
몇 시간 만에
나는 창문의 방충망을 뜯고 탈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고 피정 첫 강론이 시작되었다.
신부님께서 묵상 주제로 내주신 문구는 요한 묵시록 3장 20절이었다.
“보라, 내가 문 앞에 서서 문을 두드리고 있다.
누구든지 내 목소리를 듣고 문을 열면,
나는 그의 집에 들어가 그와 함께 먹고
그 사람도 나와 함께 먹을 것이다.”
요한 묵시록을 펴서 읽는데 피식 웃음이 났다.
오후에 겪었던 일이 스쳐 지나갔다.
‘성당, 침방 다 놔두고 왜 하필 평소엔 잘 드나들지도 않던
서고로 가서 그 고생이었나. 운도 없지…….’ 싶었는데
그저 우연히 일어난 일이 아니었구나. 묵상 중에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주님의 미풍과 같은 말씀이 들려왔다.
‘얘야, 너를 가둔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네 자신이란다.
갇혀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면 거기서 나오렴.
꼭 잠겨있는 문으로만 나와야 한다는 네 생각을 버린다면
너는 언제든지 자유로운 몸이 될 수 있어.
나는 너의 삶을 구속하지 않고 정말 자유롭게 해주고 싶단다….’
‘자유…….’ 그랬다.
서원의 삶은 구속의 삶이 아닌 참으로 자유의 삶인 것이다.
지난 4년간의 수련소 생활을 돌아보니
마음의 빗장을 친 채 문을 잠그고 갇힌 삶을 살았던 것은
바로 내 자신이 스스로를 가두었기 때문이었다.
늘 이래야 하고 저래야 하고, 이건 맞고 저건 틀리고…….
내 마음의 자로 다른 이를 쉽게 재단하고, 가위질하며
들으려 하지 않고, 보려 하지 않았기에
때론 삶이 고달프고 매여 있는 듯 답답했구나.
그래서 가끔은 ‘즐김’의 삶이 되지 못하고
‘견딤’의 삶을 살 수밖에 없었구나…….
그제야 나는 주님께서 내게 주고자 하는 선물이
얼마나 크고 과분한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나를 구속하는 올가미가 아닌
나를 진정으로 자유롭게 해주는 사랑의 선물이었다.
이제 나 자신에게 가두었던 마음의 빗장을 풀고,
하느님과 이웃에게 문을 열고,
나 자신에게 문을 열어
진정으로 자유로운 영혼의 수도자로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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