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나무가 열매를 많이 맺는 이유

2008. 10. 2. 오후 11: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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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의 새벽 이슬은 매우 차다.
오늘처럼 자욱한 안개면 더 차갑다.
갑자기 목덜미에 툭 떨어진 이슬에 깜짝 놀랐지만
난 아니란 듯 시침 딱 떼는 도토리 나무가 우습고 얄밉기도 하다.
 
마치 장난꾸러기 아이 같지 않은가?
내가 언제 떨어뜨렸느냐?
그러면서 처다 보는 얼굴에 또 떨어 뜨린다.
속내가 훤히 들여다 보여 거짓을 숨기지 못하는 아이처럼... 
 
아이들 장난에 악의가 있을 리 만무하다.
그것을 어떤 이는 관심을 끌기 위한 행동이라 하던데
그렇담 이 도토리 나무도 그럴지 모른다며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나에게 무엇을 봐 달라는 걸까?
푸르고 싱싱한 잎은 이제 곧 끝난다며 아쉽다 그것인가?
하지만 곧 아름다운 단풍으로 바뀔텐데
도대체 무엇을 바라고 가는 사람을 불러 발길을 멈추라 한 것일까?
 
어쩜 그건 잎이 아니라 도토리고 그게 또 당신의 뜻 아니신지?
당신의 방법은 실로 오묘하시고 엉뚱하시어 
진정으로 마음을 열어 듣고 보는 이들 아니면 들리고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마음 깊이 새겨 곰곰히 생각하는 이들만 그 뜻을 알 수 있다.
 
만일 오늘 도토리 나무 찬 이슬이 당신 뜻이라면
또 한 해가 저물어 간다 하시며 자신을 돌아 보라는 것이 분명할 터.
도토리 나무처럼 열매가 많지 않음을 반성하라는 뜻 아니겠는가?
 
열매가 많아야 보다 많은 이웃들과 나눌 수 있고
하찮은 도토리 나무도 많은 열매로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난 그렇게 못했다.
나 자신 것도 힘들다 하면서 나눔을 위한 것은 아예 생각조차 않았다.
 
그런데 그게 얼마나 편협한 생각인가?
도토리 나무는 도토리를 또 사과 나무는 사과를 나누면 되는 것이다.
그 분께서는
도토리 나무에서 사과를 또 사과 나무에서 도토리를 바라시지 않는다.
즉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 했느냐? 이다.
 
도토리 나무들이 해마다 많은 열매를 맺지만
그 모두를 싹 틔우기 위해서가 아니다.
큰 동물들부터 미소한 벌래들까지 골고루 나누기 위해서 이다.
그리고 단 한톨 남기지 않아도 당신께서 필요한 씨앗은 보호해 주신다. 
 
그래서 도토리 나무들은 산마다 없는 곳 없이 울창하다.
그것은 결코 우연한 일 아니며 당신의 뜻에 충실한 결과인 것이다.
그런 것을
난 왜 매일 도토리 나무 길을 다녔으면서 몰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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