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성사의 어원
聖事(성사)라는 용어는 가톨릭 교회의 전문용어인 라틴어 'Sacramentum'
(사크라멘뚬)의 약어이다. 사크라멘뚬은 神秘(신비)를 뜻하는 그리스어 '미스테리온'의 동의어로서, 여기서 신비라는 말은 단순히 이해할 수 없는 것 또는 감추어진 것이라는 뜻이 아니고 초월적이면서 구원을 주는 신적 사물이 계시에 의하여 어느정도 가시적으로 나타난 것을 뜻한다.
2. 역사 안에서의 성사이해
1)교부시대의 성사이해
아우구스티누스(AD354~430)는 성사개념을 '거룩한 표지'로 이해하면서, 오늘날 성사를 이해하는 데 기본이 되는 네 가지 중요한 원리를 밝혔다.
가)성사는 거룩한 표징(이미지,상징,표현)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은총을 감지할 수 있고 또 실재로 그 은총을 받는다.
나)성사를 표현하는 상징은 두가지로 이루어지는데 하나는 재료(質料)요 또 하나는 축성하는 말(形相)이다.
다)세례성사, 견진성사, 성품성사는 한 번 밖에 받지 못한다. 그러한 성사는 일생동안 실효를 내는데 그것은 하느님 백성 가운데서 일생동안 헌신하는 명부에 올린다고 할 수 있다.
라)성사를 최종적으로 이루시는 분은 그리스도이기 때문에 은총과 성화의 선물은 집전자의 과실이 있더라도 그 성사는 유효하다.
2)중세 시대
12세기부터 성사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은 학구적인 체계와 설명을 갖추게 되었다. 교회의 수 백 가지 성사들 가운데서 일곱 가지 성사가 강조되기 시작하였으며 '성사'라는 말은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일곱가지 성사들에 대해서만 사용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그리하여 1439년 플로렌스 공의회에서 칠성사에 대한 교리가 공식으로 채택되었다. 이 일곱 가지 성사로써 하느님이 '예식 자체를 통하여'우리에게 은총을 베푸신다. 그리고 다른 기도문이나 신심행위는 다만 우리의 개인적 신심의 계기가 되거나 하느님의 은총을 받기위한 도구일 뿐이다, 따라서 교회의 성사는 일곱 가지이지만 많은 準聖事(준성사)가 있다.
중세의 대표적 신학자인 토마스 아퀴나스는 기존의 정의들을 종합하고 보다 완전한 정의로서 "성사는 인간을 성화 시키는 거룩한 사물의 표지이다"
라고 했다. 나아가 그는 성사를 그리스도의 인성과 비교하여 그리스도의 인성은 영원한 말씀과 하나가 되기 위해서 화해와 구원이라는 하느님의 계획을 이루는 일차적인 수단이라고 하였다.
3)종교개혁 시대
종교개혁자들은 성사의 예식을 간소화하는 데에 관심을 갖고, 죄사함을 받는 은총에 대한 인격적 체험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하느님은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는데, 그것은 선행을 함으로써가 아니라 하느님 말씀에 온전히 자신을 맡기는 신앙으로써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이에 대해 트렌토 공의회(1545~1563)는 그리스도교 은총 안에 칠성사가 있슴을 강조하면서 성사를 통하여 하느님의 은총과 생명을 선물로 받을 수 있는 수단 또는 도구라고 가르쳤다. 여기서 성체성사 안에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실제로 현존한다는 것, 세례성사로써 원죄가 사해진다는 것, 고백성사 때 모든 대죄를 고백해야 한다는 것들을 제시함으로써, 설교에 역점을 두려는데 대한 개신교의 위험성을 막고 성사의 개념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4)현대의 성사론
현대의 성사신학은 성서학과 교부학 그리고 종교 인간학과 더불어 현격히 발전했다. 교회신학의 성장은 성사의 사회적 차원을 이해시키는데 공헌하였다. 성사는 연구의 대상이라기 보다는 생활을 위한 신비이기 때문에 신학보다는 전례면이 앞선다. 성사라는 말은 교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성화와 흠숭의 일곱가지 예식만이 아닌 보다 넓은 의미로 이해되고 있다.
즉 성사는 인간의 성화와 그리스도의 몸의 건설, 또한 하느님께 대한 흠숭을 목적으로 한다. 그리고 표징으로서의 교육적 역활도 한다. 이 성사들은 말과 사물로 신앙을 기르고 굳세게 하고 드러낸다. 그래서 신앙을 전제로 한 신앙의 성사들이라 불린다.(전례헌장59항)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육화된 말씀으로서 그리고 온전히 '타인을 위한'사람으로서 자신의 생명을 바치셨다. 그리하여 그분은 우리를 하느님과 만나게 해주는 '원성사'(原聖事)이다.
교회는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의 공동체로서 '기본적인 성사'로 이해된다. 이 성사로서의 교회를 통하여 하느님은 표징 안에서 자신을 계시하며, 교회는 인류에게 베푸시는 하느님의 궁극적인 선물의 표징이요 도구가 된다.
5)성사의 기본적인 정의
성사란 외적으로 지각할 수 있는 모든 형태 안에서 주어지는 구원의 은총이요 사랑인 것이다. 따라서 성사는 하나의 표지이다.
성사은 볼 수 있는 표징에 의해서 하느님과 인간의 인격적인 만남이 일어나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표징은 표징 배후에 있는 실재와의 친교와 은총이다. 이런 일상적인 상징과 표징으로써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구원 은총을 성사 안에서 우리와 만나 함께 생활하신다.
즉 성사는 보이지 않는 실재를 예측케 하는 볼 수 있는 가시적 표지만이 아니라, 성사는 보이지 않는 실재와 우리를 일치시켜주는, 눈으로 볼 수 있는 상징적 표지이다. 그러므로 가장 위대한 성사는 예수 그리스도이다.
성사에 관한 기본적인 명제들은
첫 째, 성사는 그리스도의 행위이다.
둘 째, 성사는 거룩한 표지이다.
셋 째. 성사는 은총의 표지이다.
넷 째, 성사는 신앙의 표지이다.
다섯째, 성사는 교회의 표지이다.
이렇게 볼 때 성사생활은 그 자체로 하느님의 은총을 받는 도구이며 門
이기 때문이다.
3.하느님의 성사인 그리스도와 그리스도의 성사인 교회
1)하느님의 성사인 그리스도
표지라는 개념은 우리에게 보이신 그리스도 행위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표지란 내면의 것을 나타내기 위한 외적인 표시로서 상징을 말한다. 즉 그 본질상 영적이고 불가견적인 모든 의미와 정의와 태도를 나타내려고 하는 상징이다.
인간은 감각적인 표지와 인간적인 언어를 통해서 비로서 통교할 수 있는 존재이다. 그리고 감각적인 사물을 통해서 정신적이고 초자연적인 현실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육체를 가진 인간의 공통된 조건이다.
그래서 하느님의 구원행위도 언제나 창조된 질서 안에서 이루어진다.
즉 하느님께서 초자연적인 상태로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방법으로 드러내시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역사 안에서 인간의 언어와 인간적인 방법을 통해서 계시하신다.
성사를 '보이지 않는 은총의 가시적 표지'라는 전통적 신학의 개념으로 정의한다면, 우리는 그리스도를 '원성사(原聖事)'라고 말할 수 있다. 그분의 인간성은 눈에 보이지 않는 천상적 실재를 계시하는 표지이다.
하느님, 즉 보이지 않는 하느님이 그리스도를 통해 보이게 되었고 감촉할 수 있게 되었다. 그르므로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성사이다.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의 결합은 하느님의 아들인 동시에 가시적인 인간의 형태를 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르므로 그리스도는 살아서 눈에 보이는 하느님이시고, 그분이 하시는 행위는 모두 하느님의 행위가 되고 동시에 인간의 행위가 된다.
그분께서는 수난과 죽음, 부활과 승천으로 구원사업을 성취하심으로써 하느님의 사랑을 가시적이고 실질적으로 드러내셨다. 인간 예수의 사랑은 바로 하느님의 구원적 사랑의 육화(肉化)이다.
이와같이 하느님 구원의 힘이 우리의 눈에 보이는 형태로 나타나고 인간은 감각적인 그리스도를 만남으로 구원의 은총을 받게 되었고, 하느님을 알게 되었다. 그르므로 그리스도는 우리를 하느님과 만날 수 있게 해주시는 '하느님의 성사'이다.
2)그리스도의 성사인 교회
교회는 예수께 대한 믿음을 통해 부활한 그리스도와 함께 '사랑의 공간으로 탄생한다' 교회라는 이 공간 안에서, 사랑을 갈망하는 인간과 그 갈망에 응답하는 하느님과의 만남과, 인간이자 또 하느님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이룩되는 올라가고 내려오는 두 움직임의 만남이 발생한다.
그리스도는 신앙인들의 공동체요 부활하신 주님을 믿는 신앙의 공동체인 교회 안에서 살아 계시며 역사를 뚫고 흐르면서 체험된다.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는 구원 역사의 전과정을 통하여 그리스도의 출현을 실현시킨다. 교회는 말씀(Logos)의 지속적 현존 일 뿐이다. 제2위 성자이신 로고스는 절대적 은총이시며 무시(無時)로부터 발설되고 거기 계신 성사적 원형이시다.
교회는 그의 머리이신 그리스도와 더불어 근본적으로 성사이며, 또한 현실적으로는 모든 성사의 원천이다.
성사는 지상적 옷을 입은 그리스도의 구원의 신비이다. 이것이 바로 구체적으로 눈에 보이는 교회이다.
교회는 가시적이나 은총은 불가시적이다. 교회 안에서 행해지는 모든 것이 성사이며, 동시에 성사적인 것이다. 보이지 않는 하느님이 교회 안에서 드러나고, 보이지 않는 은총이 보이는 형태로 주어지는 것이 성사이다. 그래서 교회는 그리스도의 성사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