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누며 드리는 기도

2008. 2. 28. 오전 11:05:28

글자
똥 누며 드리는 기도
 
하느님,
오늘도 일용할 양식을 주신 당신께 감사를 드립니다.
밥상에 앉아 생명의 밥이신 주님을 내 안에 모시며 깊은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것처럼
오늘 이 아침에 뒷간에 홀로 앉아 똥을 눌 때에도 기도하게 하옵소서.
 
 
내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내 뒷구멍으로 나오는 것이오니
오늘 내가 눈 똥을 보고 어제 내가 먹은 것을 반성하게 하옵소서.
남의 것을 빼앗아 먹지는 않았는지,
일용할 양식 이외에 불필요한 것을 먹지는 않았는지,
이기와 탐욕에 물든 것을 먹은 것은 없는지,
 
 
오늘 내가 눈 똥을 보고 어제 내가 먹은 것을 묵상하게 하옵소서.
어제 사랑을 먹고 이슬을 마시고 풀잎 하나 씹어 먹으면
오늘 내 똥은 솜털구름에서 미끄러지듯 술술 내려오고
어제 욕망을 먹고 이기를 마시고 남의 살을 씹어 먹으면
오늘 내 똥은 제 아무리 힘을 주고 문고리를 잡고 밀어내어도
똥이 똥구멍에 꽉 막혀 내려오질 않습니다.
 
 
오 주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똥 한번 제대로 누지 못하며 살아가는 가엾은 저를 용서하소서.
 
 
내일 눌 똥을 염려하지 않고
오늘 내 입으로 들어갈 감미롭고 달콤함에 눈이 먼 장님 같은 내 인생을 용서하여 주옵소서.
 
 
하느님, 어제 먹은 것을 오늘 비우게 하시니 감사드립니다.
뒷간에 홀로 앉아 똥을 누는 시간은 내 몸을 비워 바람이 통하게 하고 물이 흐르게 하고
그래서 하느님 당신으로 흐르게 하는 시간임을 알게 하소서.
 
 
오늘 똥을 누지 않으면 내일 하느님을 만날 수 없음에
오늘 나는 온 힘을 다해 이슬방울 떨구며 온 정성을 다해
어제 내 입으로 들어간 것들을 반성하며 똥을 눕니다.
 
 
오늘 내가 눈 똥이 잘 썩어 내일의 양식이 되게 하시고
오늘 내가 눈 똥이 허튼 곳에 뿌려져 대지를 오염시키고 물을 더럽히지 않게 하옵소서.
 
 
하느님,
오늘 내가 눈 똥이 굵고 노랗고 길으면 어제 내가 하느님의 뜻대로 잘 살았구나
그렇구나 정말 그렇구나
오늘도 그렇게 살아야지 감사하며
뒷간 문을 열고 세상으로 나오게 하옵소서. 아멘.

댓글 2

  • 2008년 2월 28일 오후 6:27

    다시..또느끼며 돌아보는삶을주셔서감사합니다 읽을수록가슴에와닿네요

  • 2008년 2월 29일 오후 11:33

    희영이에게 보여주면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지만 좋아하겠네요.코팅해서 붙여 놓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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