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수터의 분노 - 이웃카페에서 모셔온 소중한 글 함께 합니다.
약수터의 분노 과천 살 때의 일이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약수터가 있어 가끔 등산 겸 약수를 받으러 다니곤 했다. 어느 스산한 날 방에 웅크리고 있느니 약수나 길어 올까 하여 뒷산 약수터에 갔다. 약수터에는 노인 네 분과 부녀자 몇 분이 약수를 긷기 위해 기다리며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서성이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도 그들 틈에 끼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이야기를 주도하고 있는 70대 노인의 눈을 응시하며 긍정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흥을 돋우었다. 화제는 요즘 애를 한둘만 낳는데 이는 지극히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자식은 많아야 한다는 논리를 펴나가고 있었다. 어렵게 살면서도 많은 자식을 잘 키운 사람은 남들도 무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 자식들이 울타리가 되어 말년이 든든하고 힘이 된다는 것이다. 무자식이 상팔자라고는 하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자기 동네에 자식 없는 노인 한 분은 동네 애들에게 업신여김을 받고 말년을 외롭게 살다 얼어 죽었다는 것이다. 늙을수록 자식이 소중하다고 역설하며 동의를 구하였다. 뿌리 깊은 나무는 어떤 비바람에도 쓰러지지 않고 무성하게 자라 꽃도 피고 열매도 풍성하게 열리는 이치를 모를 리 없건만 요새 젊은이들은 뿌리 의식이 별로 없는 것 같다는 것이다. 가문이나 혈통에 대한 인식이 적어 아들딸 구별 않고 하나나 둘만 낳으면 단산하고 만다. 쩍하면 이혼하니 그 집안의 뿌리가 깊지 못해 조그마한 시련에도 흔들리고 인생이 망가진다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가정은 물론 나라도 결단날 것이라고 한숨을 쉰다. 심각한 표정으로 노인은 한 사람 한 사람 얼굴을 쳐다보며 동의를 구한다. 어느 누구 하나 그분의 이야기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는 없었다. 과거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키우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출산억제 정책을 쓴 정부의 단견을 비판하는 그 노인의 선견지명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도 그분은 자식들이 많고 효도도 잘 해 마음 든든한 모양이다. 자식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서너 분이 약수를 받아 내려갔다. 그분은 아직도 할 말이 많은데 말상대가 줄어든 것이 몹시 서운한 듯했다. 그분은 약수를 받기 위해 물통을 놓고, 담배 한 대를 피우며 앙상한 나무를 쳐다보면서 무슨 상념에 잠긴 듯이 보였다. 그리고 못 다한 이야기를 나와 나누고 싶다는 암시를 보내왔다. 나는 넌지시 자제분은 다 잘 사시는가 보죠? 하고 말문을 여니, 담배 한 모금을 길게 빨고 연기를 내뿜는다. 그분의 얼굴을 자세히 보니 야위고 깡마른 체구가 인생 풍파를 많이 겪었다는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 . . - 사랑방 작가이신 도나도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