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0호(2010.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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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 위에 서다> -정연복-
세상의 모든 길은
어디론가 통하는 모양이다
사랑은 미움으로
기쁨은 슬픔으로
생명은 죽음으로
그 죽음은 다시 한 줌의 흙이 되어
새 생명의 분신(分身)으로
아무리 좋은 길이라도
가만히 머무르지 말라고
길 위에 멈추어 서는 생은
이미 생이 아니라고
작은 몸뚱이로
혼신의 날갯짓을 하여
허공을 가르며 나는
저 가벼운 새들
* <사랑에도 건망증이 필요하다> -노은-
산길을 걷는데 여기저기서 톡톡 떨어지는 소리가 납니다.
경쾌하게 톡 떨어지는 것은 도토리나 상수리일 테고
투박하게 툭 떨어지는 것은 아마도 밤송이일 겁니다.
톡하니 떨어지는 소리가 날 때마다
조르르 스쳐 지나가는 다람쥐도 보입니다.
동그란 눈망울을 빛내며 세상의 모든 꿀밤은 다 내 꺼라고
외치는 것 같습니다. 도토리도 내 꺼, 상수리도 내 꺼…라는 듯
똘망똘망 사라지는 뒷모습이 참 귀엽습니다.
이미 땅속 깊이 보물 창고도 마련해 두었을 테고
겨우내 먹을 양식을 모아 쌓으며 부지런을 떠는 거겠지요.
그 조그만 다람쥐가 도토리 열두 개쯤을
양 볼을 주머니 삼아 챙겨 넣을 수 있다고 하니 참 기특하지요?
꿀밤나무숲 어딘가에 몰래몰래 먹이 창고를 파 놓고는
누군가 창고를 찾아내 겨울 양식을 송두리째 가져가지 못하도록
한 군데 다 모아두지 않고 여기저기 숨겨둔다고 하는데요.
요리조리 숨겨둔 밤이나 도토리를 정작 다람쥐 자신이
깜빡 잊고 찾아내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합니다.
다람쥐의 귀여운 건망증 덕분에
땅 속 깊이 숨겨져 있던 알밤이나 도토리가
다음 해 봄까지 그대로 남게 되면 포르르 싹이 터서
미래의 밤나무도 되고 도토리나무가 되기도 한답니다.
다람쥐의 건망증 덕분에 생겨날 꿀밤나무숲을 생각하면
사랑에도 건망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베풀고 난 후에 거두어들이지 않고 그냥 둔 사랑이
때로 울창한 꿀밤나무숲이 될 수도 있고
푸르른 도토리나무숲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내가 너를 사랑했다. 내가 너에게 이만큼 사랑을 주었다.
그러니 너도 그만큼의 사랑을 나에게 돌려 달라.'
그리하여 내가 건넨 모든 사랑을 다시 돌려받는다면
달콤한 꿀밤나무숲이 더 이상 생겨나지 않겠지요?
조르르 달아나는 다람쥐의 귀여운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가끔은 잊고 그리하여 돌려받지 않은 사랑이
더 큰 숲이 되어 나에게 넉넉한 그늘을 드리우는 것…
그것이 진짜 사랑이라는 생각을 하며 혼자 중얼거립니다.
사랑은 주는 것.
주고 마는 것….
때로는 주었다는 것조차 하얗게 잊어버리는 것.
* <행복한 착각>
학년 말 성적표를 받아 온 아들이
밝은 얼굴로 힘주어 아버지한테 말했다.
"아버지!!..
우리 반에서 내 인기가 최고인가 봐요."
"어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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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나보고 1년만 더 있어 달라고
부탁까지 하셨어요."
“승자의 주머니 속에는
꿈이 들어 있으나
패자의 주머니 속에는
욕심이 들어있다(j하비스).”
오늘도 행복을 배달하는 사람이 되십시오.
그리고 건강하고 행복한 주말되세요.
♬ 거위의 꿈 - 김동률(사진은 부산 물만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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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njamin Frith, Piano / Robert Stankovsky, Cond
1악장 (Molto allegro con fuoc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