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묵시록
신약 성경의 유일한 묵시문학 작품인 요한 묵시록은 ‘아시아에 있는 일곱 교회’(에페소, 스미르나, 페르가몬, 티아티라, 사르디스, 필라델피아, 라오디케이아)에 사도 요한이 로마 황제 도미티아누스의 통치 말기(91-96년)에 써 보낸 것으로 여겨집니다. 도미티아누스(8196년)는 로마제국의 통합과 중앙집권화를 위해 로마 관습과 종교의 실천뿐 아니라 황제숭배를 요구하였습니다. 요한 묵시록은 이를 거부함으로써 박해를 받는 신자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 굳건한 믿음과 희망을 불어넣고자 합니다.
요한 묵시록의 내용
“지금도 계시고 전에도 계셨으며 또 앞으로 오실 전능하신 주 하느님”(1,8)이시며, “보라, 내가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든다.”(21,5) 라는 말씀처럼 새로운 창조의 주권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중심 역할을 강조하는 요한 묵시록은 크게 ‘일곱 교회의 신자들에게 보내는 말씀’ 형태로 제시되는 예언 부분(1,9-3,22)과 세상 종말에 대한 환시들, 심판, 새 세상에 대한 환시들을 전하는 묵시 부분(4,122,5)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한 묵시록은 일곱 교회만이 아니라 아시아 속주의 신자 공동체 전체에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메시지를 전합니다. 첫째, 순교로써 하느님 나라를 증언하는 그리스도인들은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될 것입니다. 둘째, 신앙인들을 박해하는 자들은 심판을 받을 것이며, 그 종말의 때가 가까이 왔음을 전합니다. 셋째, 그리스도인들에게 하느님의 뜻에 반하는 로마제국의 가치와 질서에 순응하지 않을 것을 권고합니다.
✚ 묵시 1,1-8 : 머리말(1,1-3)과 인사말(1,4-8)
✚ 묵시 1,9-3,22 : ‘일곱 교회에 보내는 말씀’ 형태로 제시되는 예언 부분
① 묵시 1,9-20 : 파트모스 섬에서 체험한 요한의 소명 환시
② 묵시 2,1-3,22 : 일곱 교회의 신자들에게 보내는 칭찬과 책망 그리고 회개에로의 초대 말씀을 담아 보낸 서간
: “보라, 내가 문 앞에 서서 문을 두드리고 있다. 누구든지 내 목소리를 듣고 문을 열면, 나는 그의 집에 들어가 그와 함께 먹고 그 사람도 나와 함께 먹을 것이다.”(3,20)
✚ 묵시 4,1-22,5 : 묵시 문학에 속하는 부분
① 묵시 4,1-11 : 하느님 어좌 환시, 하늘과 땅의 주인이며 임금이신 하느님
: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전능하신 주 하느님 전에도 계셨고 지금도 계시며 또 앞으로 오실 분!”(4,8)
② 묵시 5,1-14 : 일곱 번 봉인된 두루마리와 어린양
(1) ‘유다 지파 다윗 가문에서 난 사자’이자 ‘어린양’이며 십자가의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만이 일곱 번 봉인된 두루마리를 풀 수 있음
(2) 어린양이신 예수님은 희생제물인 동시에 희생 제사를 드리는 대사제이심
(3) 신앙인의 삶 자체가 하느님께 올리는 흠 없는 제물이어야 함
③ 묵시 6,1-8,1 : 어린양이 일곱 봉인들을 뜯는 환시들
(1) 묵시 6,1-17 : 여섯 봉인을 뜯음. 첫째에서 넷째 봉인 (말을 탄 네 기사, 온 세상에 닥친 재앙들), 다섯째 봉인(하느님의 말씀과 증언 때문에 순교한 이들, 하느님의 개입을 청하는 물음), 여섯 째 봉인(세상에 대한 진노)
(2) 묵시 7,1-17 : 이마에 인장을 받은 십사만 사천 명과 어린양의 피로 긴 겉옷을 깨끗이 빨아 입은 선택된 구원받은 사람들
(3) 묵시 8,1 : 일곱째 봉인(반 시간가량 침묵의 시간, 새로운 환시의 방출)
④ 묵시 8,2-11,19 : 일곱 천사가 부는 일곱 나팔의 환시들
(1) 묵시 8,2-9,21 : 첫째에서 여섯째 나팔(마지막 때의 재앙들, 회개하지 않는 죽음에서 남은 자들)
(2) 묵시 10,1-11,14 : 작은 두루마리를 받아 삼키며 받은 새 로운 소명(10,1-11)과 죽음을 이기고 일으켜진 두 증인(11,1-14)
(3) 묵시 11,15-19 : 일곱째 나팔(지금도 계시고 전에도 계시던 전능하신 주 하느님의 통치)
⑤ 묵시 12,1-20,15
(1) 묵시 12,1-18 : 정치·사회적 현실과의 충돌. “태양을 입고 발밑에 달을 두고 머리에 열두 개 별로 된 관을 쓴 여인”(12,1)의 쇠 지팡이로 모든 민족들을 다스릴 사내아이 출산, 하느님의 어좌로 들어 올려짐, 대천사 미카엘과 용(뱀, 악마, 사탄)의 대결과 용의 패배
a. 사내아이의 출산은 메시아를 통한 하느님의 새로운 시작을 상징
b. 그리스도인 공동체는 자신을 마지막 이스라엘로 이해
c. 용의 패배는 마지막 때에 사탄이 정복됨을 나타내는데, 이 마지막 때가 이미 지금 시작되었음을 전함
(2) 묵시 13,1-18 : 두 짐승(바다에서 올라온 짐승, 땅에서 올라 온 짐승: 어떤 사람을 가리키는 숫자 육백육십육, 오른손이나 이마에 표를 받게 함, 짐승과 상을 경배하게 함)
(3) 묵시 14,1-20 : 어린양과 그의 백성 십사만 사천 명, 심판에 대한 세 천사들의 예고, 마지막 수확(심판)
a. 우상숭배를 거부하고 믿음을 끝까지 지킨 십사만 사천 명을 종말에 구원하심
b. 십사만 사천은 상징적 숫자. 이스라엘의 12지파(구약)× 예수 그리스도의 12사도(신약)×1000을 말함. 구약에서 신약과 종말에 이르기까지 충실하게 믿음을 지키며 사는 구원된 사람들을 상징
(4) 묵시 15,1-16,21 : 하느님의 진노가 담긴 일곱 대접의 환시들
(5) 묵시 17,1-19,10 : 대탕녀 바빌론에게 내릴 심판과 패망, 어린양의 혼인 잔치
a. 대탕녀 바빌론은 우상을 숭배하도록 그리스도인들을 박해하는 로마제국
: “어린양의 혼인 잔치에 초대받은 이들은 행복하다.”(19,9)
(6) 묵시 19,11-21 : 흰말을 타신 ‘성실하고 참되신 분’, ‘하느님의 말씀’, ‘임금들의 임금, 주님들의 주님’이신 분의 심판
(7) 묵시 20,1-6 : 예수님에 대한 증언과 하느님의 말씀 때문에 순교한 사람들이 살아나서 그리스도와 함께 천 년 동안 통치함
(8) 묵시 20,7-15 : 사탄의 패망, 생명의 책에 기록된 대로 자신의 행실에 따라 받는 마지막 심판
⑥ 묵시 21,1-22,5 : 새 창조에 대한 환시들
(1) 묵시 21,1-8 : ‘새 하늘과 새 땅’
(2) 묵시 21,9-22,5 : ‘새 예루살렘’(주 하느님과 어린양이 성전이요 빛과 등불)
✚ 묵시 22,6-21 : 맺음말
: “나는 알파이며 오메가이고 처음이며 마지막이고 시작이며 마침이다.”(22,13)
: “‘그렇다, 내가 곧 간다.’ 아멘. 오십시오, 주 예수님!”(22,20)
요한 묵시록의 신학적 주제
✚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 고백 :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1,1) 라는 첫 머리말에서 보듯이 요한 묵시록에서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은 매우 중요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이라는 결정적인 사건 안에서 하느님 나라의 승리는 이미 시작되어 그 완성을 향하여 나아가고 있습니다. 교회공동체는 ‘이미, 아직 아니’라는 종말론적 여정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실현하는 유일한 주님이신 예수님을 받아들이는 하느님의 백성이 되어 야 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재림 때에 모든 사람을 그 행실에 따라 심판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리스도께서 죽음과 부활을 통하여 영광에 이르신 것처럼 그리스도인들도 순교의 삶을 통해 그리스도의 영광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현세에서의 그 어떤 권력(로마제국)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아멘. 오십시오, 주 예수님!”(22,20)이라고 믿음과 희망을 노래할 수 있습니다.
✚ 교회 공동체의 사명 : 당신 십자가의 피로 죄의 노예가 된 온 인류를 구원한 어린양이신 예수님의 선택된 공동체인 교회는 박해와 순교의 위험을 겪으면서도 세상을 향하여 예언자로서의 증인의 역할을 수행하고 그리스도의 부활의 승리를 전하는 가운데, 하느님과의 온전한 일치를 이루는 ‘새 하늘과 새 땅’, ‘새 예루살렘’의 삶을 지금 여기에서부터 구현하여야 합니다.
✚ 그리스도인으로서의 투신 :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 고백 안에서 증인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교회 공동체에 속한 그리스도인은 매순간 자신의 구체적인 삶을 통해 믿음에 대한 진실성과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야 합니다. 이것은 하느님의 뜻과 양립할 수 없는 우상숭배의 모든 형태를 거부하는 모습으로 드러납니다.
<허영엽(마티아)신부님의 소공동체길잡이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