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이 받으신 세례의 신비 [토리노의 성 막시무스 주교의 강론에서]

2026. 1. 9. 오전 9:22:06

글자

토리노의 성 막시무스 주교의 강론에서 (Sermo 100, de sancta Epiphania 1,3: CCL 23,398-400)

주님이 받으신 세례의 신비

주님께서 세례를 받으시고자 요르단강에 내려가실 때 그 강에서 천상의 예식과 표지로 축성되기를 원하셨다고 복음서는 말합니다. 비록 주님의 탄생과 그분의 세례 사이에 수년의 간격이 놓여 있지만, 양일 다 같은 시기에 있었던 일이기 때문에, 주님의 탄생 축일 바로 후 같은 전례 시기에 주님의 세례 축일이 뒤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주님의 세례 축일도 탄생 축일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성탄 때 사람으로 탄생하여 나타나셨지만 오늘 세례 받으실 때 신비 속에 하느님으로 다시 탄생하듯이 나타나십니다. 성탄 때 동정녀를 통해서 탄생하셨지만 오늘은 신비 안에서 탄생하십니다. 사람으로서 탄생하실 때 그의 모친 마리아의 품에 안겨 계셨습니다. 오늘 신비를 통해서 당신 신성을 보여 주실 때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하고 말씀하시면서 그 음성으로써 그를 포옹하십니다. 그때 어머니 마리아는 아기를 고이 품에 안고 귀여워 하셨습니다. 오늘 아버지께서는 애정 어린 증언으로 당신 아드님을 보살피십니다. 어머니는 그를 동방 박사들에게 내어 주어 흠숭하도록 했습니다. 오늘 아버지께서는 그를 뭇 민족들에게 드러내시어 경배하도록 하십니다.

그러므로 오늘 주 예수께서는 성세대에 내려오시어 당신의 거룩한 육신이 물로 씻기기를 원하셨습니다. 아마 누군가가 이렇게 말할지 모릅니다. “거룩하신 분께서 왜 세례 받기를 원하셨는가?” 자, 들어 보십시오. 그리스도께서 세례 받으시는 것은 당신이 그 물을 통하여 성화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을 통하여 그 물이 축성되기 위해서였습니다. 당신의 몸이 정화되기 위해서가 아니고 당신이 접촉하시는 그 물을 정화시키기 위해서였습니다. 예수께서 축성받으심으로써 물이 축성되었습니다.

구세주에서 세례 받으실 때 우리 세례물이 정화되고 세례대도 정화되었습니다. 이제 앞으로 세례 받을 민족들이 그 물을 통해서 은총을 받을 것입니다. 백성들이 신뢰심을 갖고 그를 뒤따르도록 그리스도께서는 앞장서 세례를 받으십니다.

나는 구약의 다음 사건을 세례의 예표로서 이해합니다. 불기둥이 앞장서 홍해를 거쳐 지나감으로써 이스라엘 자손들이 용감하게 뒤쫓을 수 있었습니다. 그 불기둥이 물을 먼저 지나가 뒤따라오는 이들에게 통과할 길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바오로 사도의 말에 의하면 이 사건은 세례의 상징이었습니다. 광야의 구름이 이스라엘 사람들 위에 머물고 물결이 그들을 담고 있을 때 어떤 면에서 보면 세례가 분명히 이미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일을 행하신 분은 변함없으신 주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때 불기둥 속에 이스라엘 자손들을 앞장서 가신 분은 그리스도이시고 이제는 세례로써 당신 몸이라는 기둥으로 그리스도 백성들을 앞장서 가신 분도 그리스도이십니다. 이분이 바로 그 당시 뒤따르던 사람들 앞을 비추어 주셨던 불기둥이시고 이제 신자들의 마음에다 빛을 부어 주시는 불기둥이십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시에 물 속의 길을 견고히 하셨고, 이제 성세대에서 신앙의 발자취를 견고히 하십니다.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오늘의 말씀 묵상

목록 전체보기 →
그리스도와 교회의 혼인 [리에즈의 파우스투스 주교의 강론에서]26.01.10조회 112026년1월10일- 보편적 구원 [예언자 이사야서에 의한 독서]26.01.10조회 15주님이 받으신 세례의 신비 [토리노의 성 막시무스 주교의 강론에서]26.01.09조회 102026년1월9일- 새 하늘과 새 땅 [예언자 이사야서에 의한 독서]26.01.09조회 13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에게 성령을 부어 주셨습니다[알렉산드리아의 성 치릴로 주교의 ‘요한 복음 주해’에서]26.01.08조회 132026년1월8일- 주님의 오심을 청하다 [예언자 이사야서에 의한 독서]26.01.08조회 11물의 축성 [콘스탄티노폴리스의 성 프로클루스 주교의 강론에서]26.01.07조회 92026년1월7일- 백성들은 고통 가운데서 하느님의 자비를 다시 기억한다 [예언자 이사야서에 의한 독서]26.01.07조회 9물과 성령 [성 히폴리토 사제가 한 것으로 보는 주님의 거룩한 공현에 관한 강론에서]26.01.06조회 122026년1월6일- 구원이 가까이 왔다 [예언자 이사야서에 의한 독서]26.01.06조회 9우리를 위해 탄생하시기를 원하셨던 그분은 우리가 당신에 대해 모르는 것을 원치 않으셨습니다[성 베드로 크리솔로고 주교의 강론에서]26.01.05조회 92026년1월5일- 주의 영이 당신 종 위에 내려오신다 [예언자 이사야서에 의한 독서]26.01.05조회 12주님은 당신의 구원을 세계 만방에 알리셨습니다 [성 대 레오 교황의 강론에서]26.01.04조회 132026년1월4일-예루살렘 위에 주님의 영광이 나타나다 [예언자 이사야서에 의한 독서]26.01.04조회 13사랑의 이중 계명 [사도 바오로가 골로사이인들에게 보낸 편지에 의한 독서]26.01.03조회 122026년1월3일-새사람으로서의 생활 [사도 바오로가 골로사이인들에게 보낸 편지에 의한 독서]26.01.03조회 11우리는 두 육신 안에 하나의 영혼을 가진 것 같습니다 [나지안조의 성 그레고리오 주교의 강론에서]26.01.02조회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