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에서 외치는 소리 [성 아우구스티노 주교의 강론에서]

2024. 6. 24. 오전 11:21:27

글자

성 아우구스티노 주교의 강론에서 (Sermo 293,1-3: PL 38,1327-1328)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

교회는 요한의 탄생일을 축일로 지냅니다. 성인들 중에 이렇게 탄생일을 축일로 지내는 분은 없습니다. 탄생일을 축일로 지내는 분은 두 분뿐입니다. 즉 예수 그리스도와 요한 세자입니다. 이 축일을 강론 없이 그냥 보낼 수 없습니다. 이 축일의 신비가 요구하는 만큼 설명할 능력이 나에게는 없지만 그래도 우리 모두 이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는 것은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요한은 나이 많고 아이를 낳지 못하는 어머니에게서 태어났고, 그리스도는 나이 어린 동정녀에게서 탄생하셨습니다. 요한의 아버지는 요한이 태어나리라는 것을 믿지 않았으므로 벙어리가 되었습니다. 동정 마리아는 자신으로부터 그리스도가 나오시리라 믿었으므로 신앙 안에 주님을 잉태하셨습니다. 이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말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그런데 먼저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내 능력의 부족과 시간 관계로 우리 모두 이 깊은 신비를 제대로 캐내지 못한다면, 내가 없어도 여러분 안에 말씀하시는 분께서 더 잘 가르쳐 주실 것입니다. 여러분은 그분을 경건히 생각하고 마음으로 받아들여 그분의 성전이 되었습니다.

요한은 신약과 구약을 나누는 경계선입니다. 주님 친히 이것을 증언하십니다. “모든 예언서와 율법은 세례자 요한에게서 끝난다.” 요한은 구약을 대표하고 신약을 예고합니다. 요한은 구약의 대표자로서 나이 많은 부모에게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신약의 예언자로서 어머니의 태중에 있을 때부터 예언자로 선언되었습니다. 요한은 태어나기 전 마리아의 방문을 받았을 때 어머니의 태중에서 기뻐 뛰놀았습니다. 그래서 요한은 태어나기 전부터 예언자로 간택되어 그리스도께서 자기를 보시기 전부터 그리스도의 선구자로 드러났습니다. 이것은 인간의 미약한 이해력을 초월하는 하느님의 업적입니다.

그가 마침내 태어나 자기 이름을 받았을 때, 그 아버지의 혀는 다시 풀렸습니다. 이 사건이 지니고 있는 상징적 의미를 생각해 보십시오. 즈가리야는 주님의 선구자인 요한이 태어날 때까지 말할 능력을 잃어 침묵을 지켰고 요한이 태어나고서야 다시 입을 열 수 있었습니다. 즈가리야의 침묵은 무슨 뜻을 지니고 있습니까? 그리스도께서 복음 전파를 시작하시기 전까지 감추어져 있던 예언이 그 침묵 속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습니까? 그 예언의 대상이 도착하려고 할 때에 비로소 그 감추인 예언의 내용이 드러났습니다. 요한이 태어날 때 즈가리야의 입이 열리는 것은 이런 뜻을 지니고 있고,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실 때 성전 휘장이 갈라진 것도 이런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때 요한이 자기 사명을 전할 능력을 갖고 있었다면 즈가리야가 다시 입을 열 필요가 없었을 것입니다. “외치는 소리”가 태어났기 때문에 즈가리야의 입은 풀리게 되었습니다. 요한이 주님의 오심을 전하고 있을 때 “당신은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을 받고, 요한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나는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입니다.” 요한은 하나의 “소리”이고 주님은 천지가 창조되기 전부터 계신 “말씀”이십니다. 요한은 잠시 동안 외치는 소리이고, 그리스도는 태초부터 계시는 영원한 말씀이십니다.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오늘의 말씀 묵상

목록 전체보기 →
우리의 전체 생활은 그리스도를 드러내야 합니다 [니사의 성 그레고리오 주교의 ‘그리스도인 완성의 원형’에서24.06.25조회 162024년6월25일- 다윗에 대한 사울의 질투 [사무엘 상권에 의한 독서]24.06.25조회 12광야에서 외치는 소리 [성 아우구스티노 주교의 강론에서]24.06.24조회 262024년6월24일- 예언자의 소명 [예언자 예레미야서에 의한 독서]24.06.24조회 12그리스도는 영원히 왕이시고 사제이십니다[파우스티누스 루치페라누스 사제의 ‘삼위일체론’에서]24.06.23조회 152024년6월23일- 다윗이 왕으로 축성되다[사무엘 상권에 의한 독서]24.06.23조회 11우리는 말로써만이 아니라 실제로 기도해야 합니다 [성 치프리아노 주교 순교자의 ‘주님의 기도’에서]24.06.22조회 132024년6월22일- 들릴라의 배신과 삼손의 죽음 [판관기에 의한 독서]24.06.22조회 10하느님의 사랑을 영원토록 노래하리이다[성 알로이시오 곤자가가 자기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에서]24.06.21조회 122024년6월21일- 참생명은 그리스도와 함께 하느님 안에 감추여 있습니다 [사도 바오로가 골로사이인들에게 보낸 편지에 의한 독서]24.06.21조회 10일용할 양식을 청한 다음 죄의 용서를 청합니다 [성 치프리아노 주교 순교자의 ‘주님의 기도’에서]24.06.20조회 122024년6월20일- 하느님의 백성이 왕을 세우려고 하다 [판관기에 의한 독서]24.06.20조회 10그 나라가 임하시며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소서 [성 치프리아노 주교 순교자의 ‘주님의 기도’에서]24.06.19조회 132024년6월19일- 기드온이 작은 군대로써 승리를 거두다 [판관기에 의한 독서]24.06.19조회 10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성 치프리아노 주교 순교자의 ‘주님의 기도’에서]24.06.18조회 1032024년6월18일- 기드온이 부르심을 받다 [판관기에 의한 독서]24.06.18조회 11우리의 기도는 공적이고 공동체적입니다 [성 치프리아노 주교 순교자의 ‘주님의 기도’에서]24.06.17조회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