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도 '미투' 침묵 깬 7년 악몽.."결코 잊을 수 없었다"
입력 2018.02.23. 21:01

차별과 인권을 다루는 KBS 특별취재팀 앞으로 지난 15일 새벽 2시, 엄청난 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현직 신부로부터 오래 전 성폭력을 당했다는 한 천주교 신자의 고발 글이었다. 차분한 문장으로 깔끔하게 정리한 글에서는 7년 전 고통이 선명하게 배어나왔다.
세례명이 소피아인 김민경 씨는 하루 전, KBS 기자들이 스스로 사내 성폭력 사례를 고발하며 #MeToo(미투-나도당했다)운동에 동참한 것을 보고 용기를 냈다고 했다. 민경 씨가 2011년 4월부터 신부 3명과 다른 자원봉사자 1명 등 5명 함께 지냈던 아프리카 남수단에서의 생활은, 처음엔 고되고 보람찼지만 갈수록 지옥이 되어 갔다.

식당에서 나오려고 하니까 어....문을 잠그고 못 나가게 막고 강간을 시도하셨죠. 그래서 음....제가 손목이 붙잡혔는데 저항하면서 제 손목을 빼다가 제 팔에 제 눈이 맞아서 눈에 멍이 시퍼렇게 들고, 벗어나려고 (옆에 놓여져있던) 흉기를 집어들었어요. 그러니까 더 이상 가까이 오시진 않았지만 제가 사제를 찌를 순 없잖아요? 그래서 결국에는 내려놓고, (다른 사람들을 깨우려고) 헬맷으로 거울도 깨볼까 했는데 그마저도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다음날 새벽 5시에 나왔어요. 온몸이 너무 욱신거려서 다음 날까지도 몸이 아팠어요. 그런데 그 다음날 제가 거기 있던 다른 후배 신부님들한테 피해 사실을 알렸고 하지만 달라진 건 없었어요. 왜냐면 그 분들도 거기서 살아야 됐고 그 선배 사제의 막강한 파워, 온 지 얼마 안 된 후배들은 모든 걸 그 선배 사제한테 인수인계를 받아야 했고, 물어봐야 했고, 허락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제가 그 분들이 저에게서 피해 사실을 듣고 “선배 이렇게 하시면 안 됩니다” 말하기를 바랐다면 너무한 걸까요?
되풀이 된 악몽
가해자는 수원교구 소속 한00 신부다. 오늘(23일) 아침까지도 수원 광교의 한 성당에서 각종 미사를 집전하고 세례를 내려준 주임 신부였다. 그는 故이태석 신부의 뒤를 이어, 2008년부터 4년 동안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선교활동을 펼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KBS 다큐멘터리 <울지마 톤즈>에도 이태석 신부와 함께 등장하며 사목활동에 열심인 사제로 부각되기도 했다.
하지만 취재진이나 방문객이 모두 떠나고 사제단과 봉사자 등 5명만 남게 되면 또다시 한00 신부는 이성을 잃었다고 한다.

하루는 그 사제가 창문 앞에서 계속 저를 불러댔는데 제가 못 들은 척 하고 자는 척을 했는데 열쇠도 아닌 아마도 클립 같은 거였던 것 같은데 그걸로 한참을 문을 흔들고 결국엔 문을 따서 방으로 들어왔어요. 그래서 제가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냐”고 그러니까, 저를 움직이지 못 하게 잡고 자기 얘기를 들어달라고 하면서 했던 얘기가 “내가 내 몸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그러니까 네가 좀 이해를 해달라” 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저는 너무 힘들어서 그만 좀 제발 나가달라고 했는데 나가지를 않아서 제가 먼저 제 방에서 나왔어요. 그러니까 그제서야 따라 나오시더라고요.
그렇게 내보내고 겨우 들어가서 ‘아 이제 문을 잠그는 것조차도 나한테는 의미가 없는 행동이고, 이 방조차도 나에게는 안전한 곳이 아니구나’ 그렇게 깨달았죠. 그런 일이 있고 난 다음엔 어쨌거나 미안하다, 잘못했다, 용서해 달라 사죄를 하고 그래서 용서를 받아주고 화해를 하고 그러면 같은 일이 또 반복이 되는거죠.
잊으려고 너무 오래 노력을 했고 이미 6년 전 일이라 정확히 제가 몇 번 저한테 그런 안 좋은 일이 있었는지 회수 같은 건 기억하지 못 하지만, 제가 기억하기에 아주 자주 있었던 일이고 손가락으로 셀 수 없을 정도라고 생각해요. 근데 기억나지 않아도 정확하게 기억나는 그 날짜, 일기에 적혀있는 사건 두 가지만 말씀드리는 거예요.
왜 소리치지 않았냐고요? ... "그럼 선교는 어떻게 해요?"
아무리 외딴 곳이라지만 분명 나머지 두 명의 신부와 다른 자원봉사자도 있는데 왜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을까? 사실 취재를 시작할 때부터 궁금했다. 그리고 이 부분이 미심쩍어 고발을 하겠다고 나선 김민경 씨의 진심을 조금은 의심했음을 고백한다. 그런데 그녀의 답변을 듣는 순간 맥이 탁- 풀리는 느낌이었다. '이런 대책 없는 신자를 봤나~' 그녀의 얘기를 들어보자.

그 고요한 수단에 그렇게 큰소리가 나면 제일 먼저 달려올 사람이 현지인, 와치맨이라고 불렸던 직원이고, 현지인 직원이 그런 상황을 목격하게 된다면 아마도 그 미션은 철수를 해야될 것 같았고. 사제라고 하는 사람들이 와서 그 나라에서 그런 일을 벌어지는 걸 만약에 목격을 한다면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어요? (‘선교를 포기해야 될지도 모르겠다’ 이런 생각을 하신 거예요?) 그렇죠, 네.
그런데 그 선교지(아프리카 수단)는 물론 그 사제가 초창기부터 엄청 고생하고 많은 일을 한 것은 인정하지만, 그 사람 혼자서 이룬 선교지는 아니거든요. 어마어마한 신자들의 기도와 돈과 희생과 다른 사제 봉사자들의 노력이 있었는데. 제가 느끼기에는 나 하나 입 다물면 평화로운데 나 때문에 되게 힘든 것 같은 분위기였어요.
그 당시에도 저는 되게 말하기가 무서웠던 거 같아요. 다리가 너무 후들거렸고, 혹시라도 제가 비난받을까봐 무서웠고, 그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할 수도 없었고.
저는 수단을 잊으려고 되게 많이 노력을 했어요. 그런데 제가 살면서 분노조절이 잘 안 되고 아니면 무기력, 우울, 그런 감정들이 저를 힘들게 할 때 그 원인이 뭔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가다보면 그 사건들이 자꾸 떠오르는 거죠.
텔레비전에서 우연히 ‘미투 운동’을 보고 그날부터 한 1~2주 동안 잠을 잘 수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살아야겠다. 그래서 내 발로 처음으로 상담소를 찾아온 게 여기였어요.
제가 이걸 아직 부모님께 말씀을 못 드렸어요. 이제 이거 촬영 끝나고 말씀드릴 생각인데,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될지 사실 잘 모르겠는데. 부모님이 상처받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제 종교를 사랑해요"
"이걸 계기로 교회가 더 나아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7년의 침묵을 깨고 나선 이유는 뭘까? 혹자는 남편이 있는 아내, 자녀가 있는 엄마가 된 이 시점에 부질없는 짓이 아니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김민경 씨는 바로 자신의 남편 덕분에, 그리고 자신의 딸을 위해서 카메라 앞에 섰다고 했다. 시종일관 담담한 모습을 보였던 그녀는 이 지점에서 감정의 격랑을 감추지 못 했다.

제가 언론에 제보를 했다는 얘기를 했을 때 교회 관계자들은 그러면 한국교회 전체가 큰 타격을 입을 텐데, 후원이 끊길 텐데, 그 미션을 철수해야 될 텐데 이런 것들을 걱정하시더라고요.
저는 그 미션이 철수하길 바라는 게 아니에요. 그런데 교회 안에는 이런 문제들이 제가 알기로는 상당히 많아요. 그런데 신자들의 신앙심을 이용해서 묻힌 경우들이 많다고 생각하고. 아마 이게 방송이 되면 교회 안에서도 봇물처럼 터지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제가 이걸 이제야 6년이 지나서 얘기하는 것도 ‘미투 운동’이 없었다면 아마 저도 무덤까지 갖고 갔을지 몰라요.
지금 이렇게 모두가 이게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제가 얘기하지 않으면 저는 아마 앞으로 평생 얘기를 못 할 거라고 생각했고, 다른 사람들도 ‘내가 그때 좀 만만하게 보여서...’내 탓이야. 내가 잘못했어’ ‘내가 그때 그러지 말았었어야 하는데...’ 이렇게 자책하면서 남은 여생을 살지 않았으면 좋겠고.
강도를 당했다고 해서 죽을 때까지 ‘그때 내가 문단속을 더 잘했어야 했는데’ 이러면서 그걸 죽을 때까지 갖고 살지 않잖아요? 근데 유독 성폭력 사건만 피해자가 그렇게 자책을 하죠. 가해자는 너무 멀쩡히 하던 일 잘 하면서 살고 계신데. 그 잘못된 문화를 바꿔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딸이 있는 아이 엄마인데 다음 달이 두 돌이예요. 제 딸이 나중에 커서 이런 일을 안 당했으면 좋겠지만 만약에 당한다면, 저처럼 바보 같이 침묵하지 말고 얘기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제보 메일 : metoo.kbs@gmail.com]

천주교 수원교구 "성 추문 사죄..사제단 쇄신할 것"
입력 2018.02.25. 14:15
(수원=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 성폭력 피해 경험을 공개하는 '미투' 운동이 천주교 신부에게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는 한 신자의 폭로로 종교계로 번진 가운데 해당 신부가 속한 교구가 신자들에게 서한을 보내 사죄했다.
![[연합뉴스TV 제공]](https://t1.daumcdn.net/news/201802/25/yonhap/20180225141532127buxh.jpg)
천주교 수원교구는 25일 교구장인 이용훈 주교 명의의 '수원 교구민에게 보내는 교구장 특별 사목 서한'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이 주교는 서한에서 "교구장으로서 사제단을 잘 이끌지 못한 부덕의 소치로 이러한 사태가 벌어져 그동안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온 피해 자매님과 가족들 그리고 교구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많은 여성이 성폭력 피해 사실을 용기 있게 고발함으로써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부도덕한 행위가 밝혀지고 있는데 이러한 그릇된 행위는 교회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며 "이번 일을 거울삼아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그릇된 것들을 바로 잡아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교구는 여성 인권과 품위를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고 그에 걸맞은 합당한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해 모든 사제가 이 교육에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며 올바른 사제상을 재정립하고 사제단의 쇄신을 위해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한 여성 신자는 수원교구의 한모 신부가 7년 전 아프리카 남수단 선교 봉사활동 당시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고 최근 언론을 통해 폭로했다.
수원교구는 한 신부가 폭로 내용을 상당 부분 인정했다며 정직 처분을 내린 데 이어 후속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zorba@yna.co.kr
수원교구장 사과..뒤로 "3일만 지나면 잠잠" 단체 문자
입력 2018.02.25. 22:46
[앵커]
현직 신부가 신도를 성폭행하려 했다는 KBS의 보도가 나간 뒤, 해당 신부가 속한 수원교구 교구장이 오늘(25일) 교구민들에게 서한을 통해 공개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해당 성당의 신도들에게는 '사흘 정도만 보도 거리가 없으면 이슈가 잠잠해 질테니 성당에 나오지 말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가 발송돼 또 다른 파문을 낳고 있습니다.
이랑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반성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그릇된 것들을 바로 잡아 나아갈 것입니다.'
오늘(25일) 수원교구장이 공개한 공식 사과문입니다.
하지만 어제(24일) 정작 해당 성당의 평신도들에게는 전혀 다른 취지의 평신도회 단체 문자가 발송됐습니다.
24일부터(어제) 3일간 성당에 미사가 없고 일절 출입도 금지한다, 특히 25일(오늘)은 성당에 오지 않아야 하고 3일 정도만 보도거리가 없으면 자연스럽게 이슈가 사라져 잠잠해진다고 하니 따라주셨으면 한다는 내용입니다.
언론의 왜곡 및 증폭 보도를 막기 위한 결정이고, 언론에서는 어떻게든 영상을 찍고 인터뷰를 하려 혈안이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까지 적었습니다.
한 성당의 미사를 취소하는 것은 교구의 주교단만이 할 수 있는 결정입니다.
하지만 수원교구측은 자신들은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합니다.
[이성효/천주교 수원교구 : "주교 그 부분들에 대해서는 본당에 사목위원이 있습니다. 사목회에서 결정을 한 것 같은데..."]
미사가 3월 2일까지 없는 것도 원래 그 시기가 사제 피정 기간이라 수원교구내 모든 성당에서 미사가 없다고 해명합니다.
하지만 수원교구의 사제 피정 기간은 공식적으로 지난 23일 끝났습니다.
이례적으로 미사를 취소하고 평신도들의 출입까지 막는 행태, 그 결정마저 자신들이 한 것이 아니라고 발뺌하는 모습에서 진정으로 문제를 바로잡을 의지가 있는지 의심받고 있습니다.
[앵커]
현직 신부가 신도를 성폭행하려 했다는 KBS의 보도가 나간 뒤, 해당 신부가 속한 수원교구 교구장이 오늘(25일) 교구민들에게 서한을 통해 공개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해당 성당의 신도들에게는 '사흘 정도만 보도 거리가 없으면 이슈가 잠잠해 질테니 성당에 나오지 말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가 발송돼 또 다른 파문을 낳고 있습니다.
이랑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반성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그릇된 것들을 바로 잡아 나아갈 것입니다.'
오늘(25일) 수원교구장이 공개한 공식 사과문입니다.
하지만 어제(24일) 정작 해당 성당의 평신도들에게는 전혀 다른 취지의 평신도회 단체 문자가 발송됐습니다.
24일부터(어제) 3일간 성당에 미사가 없고 일절 출입도 금지한다, 특히 25일(오늘)은 성당에 오지 않아야 하고 3일 정도만 보도거리가 없으면 자연스럽게 이슈가 사라져 잠잠해진다고 하니 따라주셨으면 한다는 내용입니다.
언론의 왜곡 및 증폭 보도를 막기 위한 결정이고, 언론에서는 어떻게든 영상을 찍고 인터뷰를 하려 혈안이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까지 적었습니다.
한 성당의 미사를 취소하는 것은 교구의 주교단만이 할 수 있는 결정입니다.
하지만 수원교구측은 자신들은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합니다.
[이성효/천주교 수원교구 : "주교 그 부분들에 대해서는 본당에 사목위원이 있습니다. 사목회에서 결정을 한 것 같은데..."]
미사가 3월 2일까지 없는 것도 원래 그 시기가 사제 피정 기간이라 수원교구내 모든 성당에서 미사가 없다고 해명합니다.
하지만 수원교구의 사제 피정 기간은 공식적으로 지난 23일 끝났습니다.
이례적으로 미사를 취소하고 평신도들의 출입까지 막는 행태, 그 결정마저 자신들이 한 것이 아니라고 발뺌하는 모습에서 진정으로 문제를 바로잡을 의지가 있는지 의심받고 있습니다.
신부가 해외 선교 중 성폭력 시도 파장 .. 맡고 있던 성당 임시 폐쇄
2018.02.26. 06:40
25일 오전 10시쯤 경기도 수원 광교의 한 성당.
2011년 선교 봉사차 아프리카 수단에 온 한국인 여성 신자를 상대로 수차례 성폭행을 시도했다는 폭로가 나와 천주교 수원교구로부터 중징계 처분을 받은 한모 신부가 주임신부로 있던 성당이다.
자신을 피해자라고 주장한 김모씨는 한 신부가 2011년 11월부터 이듬해 귀국하기 전까지 11개월 동안 남수단에서 수차례 성폭력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수원교구, 주임신부직 박탈 징계
신부 속했던 정의구현사제단 침묵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신부가 주임신부로 있던 수원의 한 성당이 25일 굳게 닫혀 있다. [김민욱 기자]](https://t1.daumcdn.net/news/201802/26/joongang/20180226011052381yyxm.jpg)
‘주일’임에도 유리 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출입문에는 ‘2월 25일~3월 2일까지 본당 사정으로 인해 미사는 없습니다. 인근 성당을 이용해 주십시오’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가까운 2곳 성당의 주일미사 시간도 함께 안내됐다.
이런 안내를 미리 알지 못한 일부 신자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시작되는 미사에 왔다가 발길을 돌려야 했다. 50대 후반의 한 신자는 “(한 신부의 일에 대해) 충격적이고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신부는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소속으로 평택 쌍용자동차 사태부터 세월호 참사, 수원 공군비행장 이전과 관련해 목소리를 높이는 등 활발히 사회와 소통해 왔다. 익명을 요구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한 신부가 그동안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에 앞장서면서 지역사회 등에서 존경을 받아 왔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 23일 한 언론을 통해 한 신부에 대한 폭로가 터져 나왔다. 자신을 피해자라고 주장한 김모씨는 한 신부가 2011년 11월부터 이듬해 귀국하기 전까지 11개월 동안 남수단에서 수차례 성폭력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이후 수원교구는 한 신부의 주임신부직을 박탈하고 미사 집전 자격도 정지시켰다. 이어 25일에는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의 명의로 ‘수원교구민에게 보내는 교구장 특별 사목 서한’을 발표하며 사과한 뒤 사제를 대상으로 한 일종의 ‘성폭력 예방교육’을 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또 ‘올바른 사제상을 정립하고 사제단의 쇄신을 위해 온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주교의 서한에는 징계위원회를 연다거나 가해자로 지목된 한 신부의 사제직 박탈 등 추가 징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또 피해자 김씨가 요구한 교구 내 성폭력 피해 전수조사에 대해서도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았다.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소속이었던 한 신부는 김씨의 폭로 후 사제단을 탈퇴했다. 각종 사회적 이슈에 거리낌 없이 입장을 내놓던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내부 구성원인 한 신부의 성폭력 사건에 대해선 25일 현재까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경찰은 한 신부를 가해자로 지목한 김씨를 접촉한 뒤 수사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중앙일보는 한 신부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원교구 측에 수차례 연락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수원=김민욱·최모란 기자, 백성호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