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7동]가장 가치있는 신발

2001. 10. 15. 오전 9: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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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가장 가치 있는 신발

 

"상우야, 내일 학교 가려면 일찍 자야지?" "...몰라요"

 

상우가 퉁명스럽게 대답을 한 건 운동화 때문이었다. 한 주 전 체육시간에 달리기를 하다가 하나밖에 없는 운동화가 찢어지는 바람에 친구들 앞에서 이만저만 창피를 당한 것이 아니었다.

 

그 날 바로 아빠에게 운동화 얘기를 언뜻 했지만 벌이도 신통치 않은 요즘 아빠에게 그 말이 통할 것 같지 않았다. 한 주가 지나고 다시 야외에서 하는 체육 시간이 내일로 다가오자 상우는 그 찢어진 운동화를 신지 않고 학교에 빠질 방법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상우야, 일어나야지. 도시락도 싸 놓았으니 가져가고..." 오늘따라 왜 그렇게 서두르는지 상우는 아빠가 밉기만 했다.

 

’엄마가 살아 계셨다면 틀림없이 새 운동화를 사 주셨을 텐데...’

 

엄마는 오랫동안 병원에 누워 있다가 지난해에 그만 돌아가시고 말았다. 엄마의 병원비 때문에 상우와 아빠는 그동안 살던 곳을 떠나 이사까지 와야 했다. 아빠에게 운동화 얘기를 하지 않은 것은 장애를 가진 아빠가 그동안 아무 일도 못하다가 시에서 주는 일을 시작한지 며칠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빠의 주머니 사정을 잘 알고 있으니까.

 

그런데 가방을 메고 신발을 찾으러 문턱에 앉았다가 상우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신발장 위에는 하얀 바탕에 그림까지 그려져 있는 운동화가 놓여 있었던 것이다. 새 것이 아닌 걸 보니 어디서 주워 온 듯 싶었다. 몸도 불편한 아빠는 저 신발을 닦느라 무척 고생하셨을 것이다.

 

하얀 운동화를 집어드는 상우의 눈에 조그만 쪽지가 보였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신발을 신을 수는 없지만,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발걸음으로 살거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51가지 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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