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마치며..

2000. 3. 13. 오전 2: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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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어제부터 갈등을 했습니다.

교감 연수라는것이 어째 부담이 되더군요...

일요일만큼은 쉬고 싶다는 말도 안되는 생각도 들고, 자격도 없는 제가 명색이 교감이랍시고 산적한 본당 일들은 다 팽개쳐둔 채 연수를 가야하나하는 짧은 생각이 자꾸 절 망설이게 하더군요..

새벽에 잠이 깼습니다. 눈을 감고 자리에 누워 또 그렇게 한참을 생각했죠..

실은 교감 연수에 참가한 가장 큰 이유는 어처구니없게도 일말의 -이제 제게 남아있지 않다고 생각했던- 책임감이었습니다.

코흘리개 어린이들이, 또 어렵게 생활하시는 할머니들께서 한푼 두푼 내주신 이 귀중한 교회의 돈으로 교감 연수를 가는데... 이렇게 형편없는 나를 그래도 교육시켜 어떻게든 일년동안 제 몫을 해보라고 보내주시는 건데... 아직도 마음을 못잡고 있다니.. 어떻게든 하나라도 더 배워 오겠다는 생각은 안하고..

힘들게 자리에서 일어나 도서관에 간다고 집을 나섰습니다.

 

요즘 개인적으로도 마음이 편치 못해 한동안 갈팡질팡했습니다.

요즘들어 자꾸 드는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생각들... 정말 사람들이 싫다...

더군다나 마리스타에 도착해 강당을 꽉 메운 150명이 넘는 교감들을 보니 정말 위축이 되더군요..

이 많은 사람들... 나보다 다 나은 사람들이겠지..

 

도착하자마자 채 준비되지 못한 상태로 고해성사를 봤습니다.

제 잘못을 뉘우친다는 마음은 애당초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저 허공을 향해 푸념을 하는 것처럼 그렇게 고해성사를 봤습니다. 요 며칠 잊으려 애써 노력했던 것들이 생각이 나서 자꾸 눈물이 나더군요..

 

예수님은 참으로 위대하신 분입니다.

제가 당한 일들이 아님에도 이렇게 잠이 안 올 정도로 억울하고 견딜 수가 없는데 어떻게 그렇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푸실 수 있으셨을까요...

그래도 정말 다행스러운 것.. 내가 믿고 의지할 그 어떤 분이 계시다는 것..

제가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기에 더 큰 정의의 섭리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눈을 들어 멀리 보면 주님은 정의로우시다는 것.. 볼 수 없어 지금 체험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강하게 믿을 수 있습니다.

 

이 자리에 저를 머물게 하신 분의 뜻에 따라야 하겠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잠은 오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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