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죽음을 접한 것은 버스 안 라디오를 통해서였습니다.
아나운서의 무심한 목소리가 표준 FM을 타고 조용한 버스 안을 울리고 있었습니다.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제 기억은 몇 해 전의 어느 날로 돌아갔습니다.
고3 여름, 모자란 공부 떄문에 스트레스에 허덕이고 있을 때, 저의 가장 가까운 친구가 김광석의 콘서트에 가겠노라 했습니다.
"너 공부 안해? 정신이 있는 거야?"
제 잔소리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결연히 콘서트 장으로 떠나는 친구를 바라보면서 그 용기가 부럽기도 했습니다. 하긴, 그 시간에 공부를 하면 얼마나 더 한다고. 소심한 저는 공연에 가지 못하는 저의 서운함을 그 친구에 대한 한탄으로 대신했지요. 콘서트에 다녀온 친구는 공연장에서 파는 녹음 테이프를 제게 안겨 주었습니다.
"이거 들으면서 공부해. 김광석, 노래 정말 잘하더라."
며칠을 두고 그 테이프를 듣고 또 들으면서, 저는 콘서트에 가지 않은 것을 후회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선생님께 드리는 편지에서 저는 이렇게 썼죠.
"가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또 후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왕 이렇게 된거, 나중에 대학 가서 편한 마음으로 공연에 가고 싶어요. 아, 얼마나 멋질까요."
그러고는 대학에 가고도 김광석을 잊고 있었지요.
언제쯤이었는지.
학교에 가는 버스 안에서 그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접한 것입니다.
버스 안에는 햇살이 넘쳐나고 있었고, 사람들은 졸고 있는지 조용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제가 내릴 정류장이 하나 앞이었는데, 저는 그것도 모르고 넋을 놓고 있었어요.
김광석이 죽었구나.
그의 콘서트에 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 되었구나.
저는 그날, 세상에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때를 놓치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런 날이 있다는 것을.
세상의 평범한 진리는 언제나 예기치 못한 순간에 분명해 지는 법이지요.
요즘 어쩐 일인지 김광석의 "사랑했지만"이 제 머리에서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교사들과 함께 간 노래방에서 망설이다가 그 노래를 불렀습니다.
최신 유행가를 부르는 교사들 앞에서 그 노래를 부르자니 쑥스럽더군요.
제게는 너무나 특별한 그 노래를 따라부르는 교사들은 몇 되지 않았습니다.
김광석은, 제가 그토록 콘서트를 열망했던 김광석은 잊혀지고 있었어요.
좀 거창하게 말해도 될까요.
역사는 모두의 것이지만 그것을 만들어 가는 것은 모두 개인이지요.
오래된 노래에 저의 한숨이 섞여있었어요.
김광석의 죽음과 그의 "사랑했지만"을 곱씹으면서 저는 문득,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하루하루가 얼마나 큰 단위인가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그의 콘서트 테이프를 틀어봅니다.
"사랑했지만, 그대를 사랑했지만, 그저 이렇게 멀리서 바라볼 뿐, 다가설 수 없어. 지친 그대 곁에 머물고 싶지만 떠날 수밖에. 그대를 사랑했지만."
그가 그렇게 애태웠던 사랑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취한 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