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도 해내고야 말았습니다! 비록 물밑 교섭에 의한 반강제적인 선출이었지만 여하튼 저희도 밀레니엄을 맞이하여 새로운 얼굴로 교감단을 구성하는 역사적인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현 초등부와 중고등부의 교감이 만나서 (이걸 우리들은 영수 회담이라고 우기지만 다른 이들은 노땅 모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머리를 맞대고 은밀하게 상의했습니다. 원래 권력은 이렇게 어두운 곳에서 창출되는 것 아닙니까? 그리고 낙점 받은 (이것만큼 영광스러운 일이 또 어디 있습니까? 근데 정작 본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고얀 것들..) 두명의 후보자와 함께 또 역시 은밀하고 비말스럽게 회동을 가졌습니다. 모처럼 값비싼 안주를 먹으며 ( 인심 팍팍 썼습니다. 이거 정말 출혈 큽니다. 게다가 DDR을 하겠다는 후임 초등부 교감의 강력한 의견이 있어 세상에.. 이 나이에 오락실 앞을 기웃거리는 성의까지 보였습니다... 눈물납니다.) 수차례 참이슬 원샷을 강요한 결과 드디어 자백을 받아내고야 말았던 것입니다. ( 이근안? 우습다 이거야.. 고문 중의 으뜸은 술고문이지..) 이 자백을 받아내기까지 정말 힘들었습니다. 지금 이 시각까지 물만 봐도 참이슬이 생각나 쏠립니다.
하지만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습니다... "교..감...할...께....요".. 이 한 마디에 저희는 환호성을 내질렀습니다. 아!!! 해냈다..
하지만 그들은 왜 이런 소리를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모양으로 했던 것일까요? 역시 차기 교감들은 겸손합니다. 권력에 욕심이 없습니다. 마음이 가난합니다.
물론 차기 교감들이 나중에 오리발을 내밀 가능성도 농후합니다.
기억이 안나요.. 제가 정말 취했었나봐요... 필름이 끊겼어요..
후후훗...그러나 저희가 누굽니까? 당근 예상을 하고 있는 일이었습니다. 저희 영악한 현직 교감들은 왕고 선배(91학번, 전화만 하면 그냥 콜임)를 입회시켜 증인으로 세움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빼도 박도 못하게 철저히 원천봉쇄한 것입니다. (너희들 말이야... 기냥 코 꿴거야.) 또한 왕고 선배를 매수하여 그들에게 조언 (말이 조언이지 실상 협박임. 왕고 선베의 멘트는 주로 "교감 안해? 마셔! 이 새꺄..." 였으므로..)을 해줄 것을 미리 모의했던 것입니다.
처음에 그들은 세게 나왔습니다. "어쩌면 내년에 교사 못할지도 몰라요.." 역시 그들은 보통내기들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아쭈, 이것들 봐라...선수를 치는데.. 그러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습니다. 근엄하게 말했지요.. 나가려면 일 잘하는 놈으로 세명 박아 놓고 나가! ...찍소리 못하더군요..이렇게 해서 신임 교감들이 철저히 계획된 시나리오에 의해서 내정된 것입니다.
이렇게 음지에서 권력 승계는 성공적으로 이행되었습니다. 증인 자격으로 입회하였던 왕고 선배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우리는 깨끗한 정치를 해야 해.. 이렇게 음습한 곳에서 이루어지다니 너희는 역사 앞에 부끄럽지도 않냐?..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은 권력 이양은 안돼...밀실 정치 종식시키자.."
그렇습니다. 선베의 말이 백번 옳지요..우리가 무슨 공산당도 아니고, 뒤에서 눈 부라리며 강권하고 협박하는 불한당은 아니니까요..물론 본의 아니게 이렇게 자꾸 교감 자리를 고사하는 겸손을 보이는 후배 때문에 약간의 폭력과 억압이 가해지는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요...저희도 마음을 비운 사람들입니다. 이제 한 해가 간다고 벌써 레임덕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후배들 요즘따라 유난히 개깁니다. 근엄... 씨도 안먹힙니다. 하지만 저희, 권력에 집착하고 싶은 마음 없습니다. 저희는 역사를 통해 배웠습니다. "임자! 나 이 자리 절대로 못 내놔" 라고 했다가 결국엔 총을 맞고 말았던 박통처럼 비참한 최후를 맞고 싶지 않습니다. 평화적이고 민주적으로 정권 교체할 작정입니다.
그리하여 12월 11일 정식으로 교감과 총무를 선출합니다. 물론 결과는 뻔한 거지만..
여하튼 저희도 선거합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본인은 아마 중고등부로 가게 될 것 같습니다. 이미 중고등부 교감 내정자의 지명으로 총무직을 수락했습니다. 모두들 저보고 강등이라느니 좌천이라느니 하는 말들을 합니다. 하지만 백의종군 할랍니다.
아! 이제 92학번의 시대는 갔습니다. 99년 한해를 주름잡았던 삼각지의 교감들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서서히 물러나렵니다. 이제 돌이켜 보면 정말 화려했던 92학번들 이었습니다. 현 중고등부 교감은 능력을 인정받아 잘하면 중앙무대로 진출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냥 꼬랑지 내리렵니다.
이변이 없는 한, 밀레니엄 초등부의 교감은 97학번 4년차에 접어드는 김희정 미카엘라 선생님이 되실 것 같습니다. 중고등부는 94학번 윤경일 대건안드레아 선생님이 되실 것 같구요.. 김희정 미카엘라 선생님은 제가 잘 포섭하여 이번 교사의 밤에 데리고 가겠습니다. 내년을 대비하여 1지구의 분위기를 미리 파악해 두는 것이 좋을 듯 해서요..설마 뜨는 태양이라고 미카엘라 선생님한테만 관심을 가지시는 건 아니겠죠?
여하튼 드디어 저희도 젊은 피 수혈했습니다. 힘차게 도약하는 밀레니엄 삼각지! 지켜 봐 주십시오....
삼각지에서 아직까지는 교감인 윤 베로니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