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안에서...!!! (소시민의 후기)

2001. 11. 12. 오전 2:2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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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다원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희진, 현숙, 문경 언니와 저는 버스정류장으로 향했습니다. 기다리던 버스가 한 대 왔지만 앉을 자리가 없어서 다음차를 타기로 했습니당..다들 상태가 말이 아녔거던여...^^; 얼마지 않아 또 한 대가 오더군요...

사건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그 버스도 자리가 넉넉한 건 아녔지만, 앞에 두 자리가 남아있었습니다. 맨 앞자리에 앉아있던 문경언니 갑자기 말하길..."우리 맨 뒷자리로 가면 안되냐?"

말이 끝나자 마자 뒷자리로 사사삭~ 쏠린 눈길들...(어찌나 앉고싶었던지....ㅜ.ㅜ)

맨 뒷자리에 양 창가쪽 두명을 제외하곤 텅빈 좌석을 보며, 오랜동안 느껴보지 못한 희열을 느꼈음당..!! 뒷자리에 젤 먼저 접근한 저는, 오른쪽 창가쪽에 앉아있던 사람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발견하곤 곧장 언니들에게 얼레벌레한 표정을 지었음당... 나머지 사람을 위해 서슴없이 그 사람의 옆자리에 앉으셨던 희진이 언니...속으로 뜨끔했지요..--;

세사람이 앉고나니 얼레벌레 서있던 저는 앉을 자리가 없더군여...(꾀부리지 맙시다!!^^)

마침 비어있던, 심상치 않았던 그 사람 앞자리에 앉으려했으나, 그사람이 앞의자 등받이에 두 발을 얹어놓고 있어서(따라하기도 힘든 포즈였음당....) 기냥 좌석에대한 맘을 접었습니당.  

 

그때였음당~~!! 그 심상치 않은 아저씨가 말을 걸어왔음당...

그 아저씨 : "왜, 앞자리에 앉을라구?"

접니다    : "아녜요, 괜찮아요.(생글생글~~)"

이때까지만 해도 나름대로 말짱했음당....그러나 바로 뒤 그 아저씨는 여과없이 진실된 모습을 드러내시더군요...

그 아저씨 : #$%@&%#$%###$\@#%&*\....(이하 생략)

자리에 앉자마자 난데없이 나쁜말을 들은 저희는 시선을 돌려 무시하려했으나, 안되겠다 싶어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고, 앞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아저씨의 광포한 행동은 그때 절정으로 치달았습니다..

 

버스안은 놀람 반, 황당 반으로 술렁였고,

창문이 다 열리지 않는다며, 창밖으로 가래침을 뱉고 말도 안되게 항의하는 모습이나(맨 뒷좌석은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반만 열리도록 해두는것인데..), 운전기사 아저씨에게 "(브레이크)밟아! 밟아!"외치는 그 아저씨는 싸이코드라마 속 광분한 주인공의 모습이었습니다.

음주측정을 위해 도로에 드문드문 서있던 경찰을 부르자는 소리가 들렸고, 얼마지 않아 버스는 멈춰섰습니다... 버스가 멈춰선곳은 길음동 근처 파출소.

앞문이 열리자 누군가 서둘러 밖으로 나가더군요. 첨엔 도망가는 사람인 줄 알았음당... 그 사람이 센걸음으로 과감하게 걸어간곳은..  어릴적 길 잃어버렸을 때 눈물, 콧물범벅으로  첫걸음을 하였고 그 뒤론 결코 한번도 들어가보지 않았던... 파출소.

용감하게 파출소에 신고하러 걸어간 그 사람은 우리 레크부언니 김.희.진.이었습니다...

 

파출소에서 이 사건을 우습게 보았던지 딸랑 한 사람, 것두 어눌해보이는 신참 (이 말, 하고 보니 왠지 익숙하네여..^^;) 이 나오더군여.. 그 아저씨를 몇 분간 시덥잖게 설득하는 경찰의 모습을보고 답답해한 버스안의 한 시민이, 혼자서 되겠냐며 여럿이 와서 데리고 나가라고 말했습니다. 곧장 운전기사 아저씨가 파출소로 가서 경찰 한 명을 더 데려왔고 그 경찰이 무전기로 다른 곳에 상황을 전달하더군요. 그로부터 몇 분이 지난 후에도,상황은 진전이 없었습니다. 갈피를 잡지 못하는 듯 경찰은 버스에 내렸다 탔다 반복했구요.

 

이렇게 15분 정도 흐르다 보니 조금 전까지 빨리 데리고 나가라고 하던 그 시민에게서 앞으로 조용히있겠다고 한다면 버스를 출발시키자는 말이 나왔지요. 그러나 그 시민을 제외한 저희가 서있던 앞쪽의 시민 대부분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데 이대로 절대 출발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답니다.

그 아저씨와 눈이 마주치는게 겁나서 다른 곳만 보고 있었는데, 뒤에서 몇마디 큰소리가 나는 듯하더니 또 다른 시민이 갑자기 그 아저씨에게 맞대응하면서 싸움을 걸어왔습니다. 첨엔 화나서 발끈한 사람인 줄 알고 싸움날까 걱정했는데, 그 아저씨를 화나게 해서 버스에서 내리게 하려는 속임수란걸 알게되었죠. 문제는 그 아저씨마저 눈치를 챘다는 거구요...결국, 아저씨 내리게 하기 첫번째 프로젝트는 실패로 돌아갔고, 싸움 걸듯 맞대응한 그 시민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버스에서 내렸습니다.

 

잠시 후, 연락을 받고 달려온 듯 보이는 가슴에 X자 흰색 가죽끈 맨 경찰 두 명이 경찰차를 타고 나타났습니다. (문경이 언니는 뭐하고 있었을까요...?? 빈 좌석을 언제 발견하셨는지... 다리아프시다며 그 자리에 앉아계시던걸요..^^)

흰색띠를 두른 경찰을 보자 순간 움찔한 그 아저씨는 어찌나 눈치가 빠른지 갑자기 태도를 바꿔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그 아저씨: 버스가 하도 늦게 달려서 빨리가자고 했습니다.

그 아저씨의 놀라운 연기력에 벙쪄있던 시민들...상황을 모르는 경찰은 그 아저씨의 목소리에 호응하여, 나긋나긋한 말투로 그 아저씨와 대화하더군요.

 

참고 기다릴 수 만은 없다고 생각했는지 희진이 언니는, 버스 앞에서 서성대던 경찰에게 다가가 침착하게 상황설명을 했고, 언니는 증인으로서 그 자리에서 신원증명까지 했죠. 경찰은 증인이 한명 더 필요하다고 했고, 현숙이 언니가 이름을 댔죠....

ㅋㅋ...결정적으로, 창문이 다 안 열려서 화가났다는 두번째 이어진 변명은 그 사람이 심상치 않음을 드러내기에 충분했습니당. "이건 원래 안열려요"라는 경찰의 말이 끝나자 마자 아저씨는 또 다시 광분하였고, 결국 상황 파악이 된 경찰은 셋이 힘을 합쳐 그 아저씨를 끌어내리려 하였습니다.

 

세명도 버거울 만큼, 걸쳐질 만한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 그것에 다리를 걸고 아득바득 안 내리려는 그 아저씨의 몸부림이 있었으나, 나서서 거들어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문가에 앉아있던 힘좋은시민에게 희진이 언니가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 시민은 세명이면 충분하다며 팔짱 낀 채로 여유롭게 앉아있었습니다.

 

그 아저씨가 버스에서 내리자 버스문은 닫히고 우린 출발했습니다.

희진이 언니의 눈은 충열된 건지 무엇인지 벌겋게 달아올라 있더군요....

운전기사 아저씨가 희진이 언니에게 건네는 한마디

"고마워요. 덕분에 이렇게 편안하게 갈 수 있네요."

 

...........

"희진이 언니는 용감했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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