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영화가 아닙니다. 믿기 힘든 실제상황입니다."
지난 11일밤 미국을 아비규환으로 몰고 간 테러 대참사의 현장을
격한 목소리로 중계하던 미국 ABC방송국의 기자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을 눈앞에 두고 이렇게 말했다. 시청자들은 생방송을 보며 이번 참사와 흡사한 여러 영화를 머리에 떠올릴 수 있었다. 미국 내에선 돈 벌이를 위해 제작했던 할리우드 영화들이
테러법들의 교과서가 된 게 아닌가하는 자괴에 섞인 말이 나올 정도. 그러나 어떤 영화도 이번 수만명의 생명을 한순간에 앗아간 현실만큼 끔찍하진 않았다.
자살테러방식을 담은 영화 ’파이널 디시전’ ’비상계엄’ ’티뷸런스’가 이번 참사와 테러수법과 주변정황면에서 비슷하다.
’파이널 디시전’은 아랍계 테러리스트가 독가스를 가득 실은
비행기를 납치, 워싱턴 백악관으로 가미카제처럼 돌진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번의 불행한 현실과 달리 영화는 특공대원들이 영웅적인 전술로 테러를 저지하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한다.
뉴욕을 배경으로 한 ’비상계엄’은 아랍 테러리스트들의 자살테러를 담고 있다. 이를 진압하기 위해 맨하탄에 군대가 주둔하는 모습은 이제 영화가 아니라 현실이 됐다.
또 연쇄살인범이 기상악화를 이용, 민간 비행기를 납치해 미국의 주요기관을 향해 돌진하는 영화. ’터뷸런스’ 역시 이번 참사와 흡사하다. 테러범들이 어떤 요구도 협상도 시도하지 않았다는 점 역시 같다.
’무단경고’는 93년 세계무역센터(WTC)에서 발발했던 폭탄테러를
그대로 영화화한 작품. 당시 수많은 사상자와 약 300만달러의 피해를 낸 이사건이 잊혀지기도 전에 같은 건물을 배경으로 이보
다 더한 영화소재가 탄생해버렸다.뉴욕이 초토화되어 수 많은 사람이 절규하며 피신하는 TV장면은 외계인의 지구 공격을 담은 ’인티펜던스 데이’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성공하진 못했지만 이번 테러는 대통령 전용기 또한 납치하려 했다고 한다. 이 시도가 실현되었다면 해리슨 포드가 대통령으로 분하여 테러리스트들과 싸우는 영화 ’에어 포스 원’이 현실에서 재현될 뻔했다. UN빌딩을 폭파하기 위해 폭탄배낭을 메고 돌진하는 보스니아 테러리스트가 나오는 ’피스 메이커’, 미국내 주요건물을 날려버리려는 테러리스트에 저항하는 내용의 ’다이하드’리스트도 이번 참사의 사전학습 교재가 되어버렸다.
테러리스트가 보잉747을 몰고 의사당에 돌진하는 장면이 나오는 미국 작가 톰 클랜시의 소설 ’적과 동지(Debt of Honor)’도 이번 사건의 테러전술과 흡사해서 경악을 일으켰다.
CNN은 12일 새벽 생방송 도중 톰 클랜시와 전화연결을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한 해설을 듣는 순발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9월 13일자 문화일보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