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부시! 혹시나 한 거 맞지?
이용남의 포토에세이 스물 다섯 번째
이용남 기자
ⓒ이용남
부시! 나 다큐사진가야. 왜 지난 번 경의선 철도연결공사 때 파주 도라산에서 봤었잖아. 내가 그 동안 조금 바빠서 연락을 못했어. 왜 바빴냐고? 음.. 미국식 사고로 말하면 아주 별것 아닌 그냥 어린 소녀 두 명이 장갑차에 깔려죽은 것 때문이야. 자네도 알고 있지? 아 참! 얼마 전에 보니까 자네가 사과를 했더군. 사실 나는 자네와의 여러 가지 친분 때문에 모른 척 했었는데 지금 대한민국 국민들은 자네 죽여버린다고 난리가 아니야.
그래서 걱정이 돼서 편지를 쓰는 거야. 자네도 보고를 받았겠지만 한국 사람들은 운전병과 관제병을 무죄 평결하고 출국까지 시켰다며 몹시 분개하고 있어. 자네가 다 시킨 일이라는 거야. 나는 자네가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하는 데도 믿지를 않아. 나 지금 턱에 하얀 수염이 났어. 처음 경험하는 거야. 자네한테 반말해도 된다는 뜻인가 봐.
그리고 자네가 먹다가 내뱉은 그 아까운 부사 말이야. 그거 사람들이 가짜 사과라고 소비자센터에 고발하겠대. 어떤 사람은 그 사과가 마귀 할멈이 백설공주에게 먹였던 그런 사과라면서 12월에 백악관으로 따지러간대.
한국 사람들은 소파 수리를 원하는가봐. 그 소파 내가 봐도 형편없더라. 웬만하면 바꾸지 그래. 내가 견본 사진 하나 보내줄게. 효순이가 쓰던 의자야. 효순이 엄마가 너무 속이 상해서 효순이를 잊어보려고 불태운 거야. 이 의자를 뼈대로 삼아 ‘소파’를 만들어봐. 내가 자네를 도울 수 있는 것이 이것뿐이 없는 것 같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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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가 얼마전에 미2사단장으로 보낸 우드 소장의 모습이야. 지금 우드 소장도 욕을 많이 얻어먹고 있어. 동두천 캠프케이시 군사법정 앞에서 한국 국민들이 짜고 치는 재판 중단하라며 항의를 하는데, 미군 병사 몇 놈이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이 실실 비웃었나봐. 자네 같으면 성질 안 나겠어. 우드 소장 쳐다보는 저 눈 좀 봐. 짱이 저러는데 쫄다구가 안그러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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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사진도 한 장 보내줄게. 이 거울은 효순이가 초등학교 졸업 선물로 친구한테 받은 거래. 소 여물 끓이는 부엌에 있어서 내가 자네 줄려고 찍은 거야. 효순이 엄마가 그러는데 아궁이에 불을 때면서도 거울을 들여다보고는 했대. 이렇게 꿈 많은 소녀를 자네가 죽였으니... 어쨌든 거울을 보낼 테니 자네 양심을 비춰보길 바래. 괜히 쓸데없이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구 똥이 제일 굵냐고 물어보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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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자네 성훈이 알지? 효순이 동생이야. 지금 9살인데 누나가 비명에 떠나고 나서 매일같이 저렇게 탱크를 만들고 있어. 종이컵을 삼각형으로 높이 쌓은 것이 탱크고, 그 앞에 있는 컵이 효순이와 미선이 누나래. 자네도 자식 키우니까 알겠지만 저 모습을 보는 부모 속이 얼마나 아프겠어. 자네 같았으면 아마 만들어 놓은 무기 한반도에 모두 쏟아 붓고 난리부르스를 쳤을 거야. 내가 자네 성질 좀 알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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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사실 한국에서는 자네 욕 별로 안 했는데 지난 9월에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 가서 ‘미국 나빠’ 사진전을 했어. 그 때 자네는 안왔더군. 내가 자네와 미국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방법을 한 번 써본거야. 자네 혓바닥에 맞게 썼으니까 부담 갖지 말고 빵 먹으면서 읽어도 돼. 그런데 물은 꼭 먹어야 돼?. 지난번처럼 의자에서 고꾸라지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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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가 여중생의 비극적 참사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바로 그 날 효순이 언니와 동생이 학교에 가는 모습이야. 자네 눈에는 사진이 잘 안보이지?. 그럴 꺼야. 그런데 난 아주 잘 보여. 얘네들이 뭘 원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그래. 대사가 읊어대는 그런 부사 말고 자네가 전 세계에 직접하는 사과, 그리고 불평등한 소파개정이 있어야 원한에 맺힌 효순이와 미선이의 영혼이 동생 주위를 맴돌지 않고 눈을 감을 수 있어.
자네는 꼭 나의 조언을 명심해야돼. 내가 어렸을 때 얻어먹은 꿀꿀이죽 인연 때문에 지금 한반도 전역에 확산되고 있는 반미감정 정보를 자네한테 주는 거야. 이제 이것으로 신세는 갚았어. 선택은 이제 자네에게 달렸어. 추수감사절 휴가동안 잘 생각해보고 답장을 해 줘. 그리고 ‘혹시’나 하는 얕은 꾀는 쓰지 않는 게 좋아. 60년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거든...
2002년11월30일 ⓒ민중의 소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