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는 소리

2022. 10. 15. 오전 5:51:14

글자

g

가을이 오는 소리



여름 시계는

느려터진 줄만 알았습니다.


바람 잔잔한 한여름 오후, 나뭇가지도

더위에 축 늘어져 옴짝 하지 않고

떠돌던 흰 구름도

움직임을 멈추고 있기에

여름 시계도 늘어져서

가지 아니할 줄 알았습니다.


가을은 멀리만 있는 줄 알았습니다.

철모르는 코스모스가 한두 송이 피고 지지만

철을 아는 코스모스 하늘거리는

꽃물결의 장관은 아직 연출되지 않기에

가을은 저 멀리서 천천히 올 줄만 알았습니다.


산 넘고 물 건너가고 또 가봐야

가을을 만나볼 줄 알았습니다.

눈 감고 가만히 들어보면

들리는 소리가 여름 파도소리인 줄 알았더니

그것이 가을이 오는 소리였나 봅니다.


가을은 미리 가을 색으로 마구 칠해놓고

그 길 따라 천천히 오는 줄만 알았더니

그런 게 아니었나 봅니다.


푸름이 아직 한창인데

알알이 익은 포도송이를 맛보면서

성큼 가을이 다가옴을 알았습니다.


가을에는 아프다고들 하기에

그게 거짓인 줄 알았습니다.

코 끝에 미리 전해지는

가을 내음에 보고 싶음에,

가슴이 미리 아프려고 하니


가을이 짙게 물들어 오면

얼마나 아파해야 할지 나는 모릅니다.



-좋은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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