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편도꽃과 아몬드
편도는 성경에 자주 등장하는 꽃나무(창세 30,37; 43,11; 탈출 25,33-34 등)입니다.
매 1-2월, 추위가 채 가시기 전에 만개하는 편도꽃의 무리는 그야말로 눈의
향연을 제공합니다.
때마침 이스라엘을 방문하는 순례자들은 성지에도 복사꽃 같은 게 핀다며
반가워하는데, 이는 편도나무가 복숭아나무의 친척이라 충분히 할 수 있는 오해
입니다.
매년 봄, 편도꽃이 이스라엘 땅에 생기를 불어넣어주니 성경에 편도나무가 빈번하게
등장하는 까닭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편도는 야곱이 이집트 재상 요셉에게 선물로 준비한 가나안 토산물의 하나였고
(창세 43,11), 예레미야가 본 환시(예레 1,11-12)와 허무한 인생사에 대해 읊은
코헬렛(12,5)에도 등장합니다.
편도나무는 주님의 성소를 불 밝힌 등잔대의 모양이기도 하였습니다(탈출 25,31-40).
아론의 수위권(首位權)을 두고 지파들 간에 분쟁이 벌어졌을 때는 주님께서 아론의
지팡이에 편도꽃이 피게 하시어 당신께서 아론을 택하셨음을 증명하십니다
(민수 17,16-28).
꽃과 함께 열매까지 맺힌 이 지팡이는 십계명과 더불어 계약 궤 안에 들어가게
되지요(히브 9,4).
편도 열매와 편도나무 둘 다 히브리어로 '샤케드'입니다.
입춘을 알리는 나무임을 암시하듯 그 뜻은 '지켜보다' '방심하지 않다'입니다:
"예레미야야, 무엇이 보이느냐?" "편도나무 가지가 보입니다."
"잘 보았다. 사실 나는 내 말이 이루어지는지 지켜보고 있다"(예레 1,11-12).
사실 편도라는 이름이 생소해서 정체를 얼른 인식하기 어렵지만 알고 보면 친숙한
열매입니다.
바로 아몬드입니다.
아몬드는 견과류로 종종 오해 받지만 복숭아처럼 핵과(核果), 곧 씨가 단단한 핵으로
싸여 있는 열매입니다.
『공동번역 성서』에는 감복숭아로 나오는데, 『성경』의 편도(扁桃)에서 '도'자 역시
'복숭아'를 뜻합니다.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특징도 두 나무의 공통점이지요.
편도꽃은 흰색과 분홍 두 종류로 피는데요, 분홍 꽃의 열매는 달콤하고 흰 꽃의
열매는 쓴 맛이 납니다.
흰 편도꽃은 성경에서 코앞에 닥친 죽음, 노년의 백발을 상징하는 표상으로
쓰였습니다:
"편도나무는 꽃이 한창이고 (…) 인간은 자기의 영원한 집으로 가야만 하고,
거리에는 조객들이 돌아다닌다"(코헬 12,5).
또한 편도나무는 임박한 재앙에 대한 신호로도 등장합니다(예레 1,11-12).
이는 잎이 나기 전에 꽃부터 피는 편도나무처럼 유다 왕국의 재앙이 그만큼 빠르게
닥쳐오리라는 경고입니다.
기원전 587/6년 유다 왕국을 멸망시킨 바빌론의 침공을 예고했던 것이지요.
주변의 일상을 비유 대상으로 삼아 군중을 가르치신 예수님(마태 13,1-53 등)께서는
편도나무에 대해 언급하신 바가 없지만, 예수님도 편도꽃이 만발할 때마다 그 안에
담긴 구약의 이야기들을 떠올리셨을 것입니다.
이른 봄, 성지에 가면 편도꽃의 우아한 아름다움 속에 구약의 여러 이야기들을
되새겨볼 수 있습니다.
-김명숙 소피아 (의정부 교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