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16일 (녹) 연중 제20주일
보소서, 저희 방패이신 하느님. 그리스도의 얼굴을 굽어보소서.
당신 뜨락에서 지내는 하루가 다른 천 날보다 더 좋사옵니다.
시편 84(83),10-11 참조
오늘의 묵상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주 활동 무대인 갈릴래아를 떠나시어 티로와 시돈
지방으로 가십니다.
예수님께서 이민족의 땅으로 가신 이유는 오늘 복음의 앞선 내용들을 짚어
보아야 알 수 있습니다.
먼저 하늘 나라에 대한 비유와 빵을 많게 하신 기적으로 그 나라의 풍요로움을
(마태 13,1-53; 14,13-21 참조) 드러내신 예수님께서는, 물 위를 걸으시는 기적과
병자들을 고쳐 주시는 기적을 통하여 언제나 우리와 함께하고 계심을 보여
주십니다(마태 14,22-36 참조).
그리고 그분께서는 예루살렘에서 온 바리사이들과 율법 학자들과 토론을
벌이셨습니다(마태 15,1-20 참조).
그런데 이 모든 일이 예수님의 발걸음을 갈릴래아에서 이민족의 땅으로 향하게
하였습니다.
말을 해도 소용없고 기적을 통해서도 깨닫지 못하는 위선자들 앞에서 희망이 보이지
않으셨던 것입니다.
바로 그 순간, 이민족 가나안 여인이 도움을 청합니다.
"다윗의 자손이신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여기서 가나안 여인이 예수님께 외쳤던 '다윗의 자손'은 그 당시 이스라엘 백성이
기다리던 메시아를 일컫는 호칭이었습니다.
나탄 예언자가 하느님의 집을 지으려던 다윗 임금에게, 희망의 구원자가 바로
그 가문에서 나올 것이라는 하느님의 축복을 전하면서 비롯된 것입니다.
진작에 이스라엘에게서 나왔어야 할 신앙 고백이 이민족 사람에게서 나왔으니
예수님의 칭찬이 뒤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입술로만 공경하는 위선이 아닌, 강아지에 비유하며 무시하시려는 예수님께
'강아지처럼 주인이 떨어뜨린 부스러기라도 먹겠다.' 하는 여인의 간절한 믿음은
그분 마음에 쏙 들 수밖에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에게도 구원에 대한 희망과 참된 믿음이 주어졌다는 사실입니다.
강아지가 주워 먹을 부스러기만큼의 믿음이라도, 예수님께서 지니고 계신 희망의
틈을 파고든다는 것입니다.
-매일미사 (박기석 사도 요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