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23일 (녹) 연중 제7주일
예로부터 그리스도인은 거룩함과 완전함을 추구하였습니다.
거룩하고 완전한 길로 나아가는 것은 우리에게 중요한 목적입니다.
거룩함과 완전함은 외적인 경건함이 아니라 이웃에 대한 사랑, 나아가 원수마저도
사랑하고 자비를 베푸는 데에서 드러납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이웃 사랑의 계명을 실천하고 자비로운 마음을 가지는 데
과연 얼마나 충실하였는지 성찰하며 이 미사를 봉헌합시다
오늘의 묵상
고등학생 때 담임 선생님과 학습 면담을 한 적이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저에게 반 등수를 보여 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전에는 네가 이 친구보다 성적이 좋았는데 이번 시험에서는 그렇지 않아.
다음에는 적어도 이 친구를 이겨야 하지 않겠니?”
선생님께서 저를 아껴 주시는 마음에 하신 말씀인 것은 알았지만, 솔직히 수긍이
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그 친구와 면담하실 때에는 저를 거론하시면서 잘하였다고 말씀하시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날 일기에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공부는 친구와의 경쟁이 아니다.
진정한 싸움은 친구들과 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과 하는 것이다.
공부를 자신과의 싸움으로 여겨야 친구를 시기하지 않고 응원할 수 있다.
’“원수를 사랑하여라.” 하신 예수님의 말씀도 이런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흔히 누군가를 미워하게 되면, 우리는 그 사람과 싸움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그 사람을 용서하고 싶은 ‘나’와 용서하고 싶지 않은 ‘나 자신’이 싸움을 하는
것입니다.
“원수를 사랑하여라.”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은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나를 극복하게
하는 힘입니다.
우리가 이 싸움에서 나를 극복하는 힘을 얻으려면 예수님께 도움을 청해야 합니다.
이렇게 할 때 우리가 지닌 사랑은 더욱더 깊어지고 넓어집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렇게 하셨습니다.
그분께서는 바리사이들과 율법 학자들을 꾸짖으시면서도 그들을 사랑하셨습니다.
그분께서는 그들의 위선적인 악과 싸우셨으며, 그 악을 몰아내시고자 두려움에
피땀 흘리시는 연약하신 당신 자신과 싸우신 것입니다.
-매일미사 (한재호 루카 신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