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 담쟁이

2010. 6. 3. 오후 12:04:29

글자

 

 

     도종환 / 담쟁이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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