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별사 - 김종기 비오 총회장

2007. 9. 19. 오전 10:55:34

글자

송별사


  신부님!

시원한 바람과 파란 하늘이 가을이다“라고 외치며 환하게 미소 지을 수 있는 주일 날씨

이지만 오늘 저희들 마음의 날씨는 그렇게 환하게 미소 지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그것은 그동안 저희들의 삶 속에서, 또 저희들의 신앙생활 속에서 커다랗게 자리를

차지하고 계셨으며 또 우리 방화3동 본당의 모든 신자들의 정신적인 지주이시며

영적인 아버지이셨던 분.

돌이켜 보면 결코 짧지 않은 많은 시간을 우리와 함께 울고, 우리와 함께 웃었던 신부님을

보내 드려야하는 서럽고 아쉬운 이별을 준비하는 시간이 돌아온 때문일 것입니다.


  아쉬운 이별을 달래는 마음으로 우리들의 삶 속을 들여다보면

우리의 삶은 언제나 만남과 이별의 시간이 물 흐르듯 반복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부모와 자식으로 만나 생을 다한 뒤에 헤어지는 애틋한 이별이 있고

남자와 여자가 부부로 만나 천년만년 행복하게 오래 오래도록 살기를 원하지만

언젠가는 한 사람을 반드시 먼저 보내야 하는 가슴 아픈 이별도 우리는 피할 수 없습니다.

수많은 이별 가운데에서도 오늘 같은 헤어짐의 아쉬움은 형언할 수 없는 가슴 저림이

저희 모두에게 있습니다.

 

  아마도 그것은 저희들을 위하여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 주시고

때가 되어 하느님의 또 다른 부르심에 순명하는 사제의 길을 연약한 저희의 힘으로는

좀 더 머무르시게 할 수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혹자들은 이런 모든 아쉬운 이별을 마음속에서 정리하기 위하여

會者定離라는 말로 인생의 무상함을 표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저희 모두, 뜻있는 이별을 원하는 저희는

9월이 만들어 놓은 시리도록 파란 하늘 아래서 약속이 소망으로 열매되고

산울림이 가슴에서 잔잔한 울림이 되어

하늘 가득 피어오르는 변치 않는 하나의 그리움을 만들 듯,

진한 그리움만을 가슴에 간직한 채 신부님을 보내드려야 하는 시간을 맞이하였습니다.


  어떠한 形容詞도, 어떠한 미사어구도 신부님을 보내야 하는 저희들의 마음을 다할 수 없는 까닭은

신부님은 본당 식구들을 위해서라면 당신이 하실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다 하시고

그도 모자라 당신의 삶 전체를 저희에게 다 내어 주셨기 때문에

이토록 보내는 가슴이 시리도록 아픈 것입니다.


  받아서 채워지는 사랑보다 주면서 채워지는 사랑을 몸소 실천하시고

저희 모든 신자들을 격려하시며 성전을 봉헌하는데 온갖 정성을 다 기울이신 신부님.

그로인해 오는 아픔과 슬픔에도 행복할 수 있으신 신부님.

그렇게 낮은 사랑이 가장 깊은 하느님 사랑이라는 것을 저희들에게 알려 주시고

당신 삶 속에서 손수 실천하신 신부님.

보여지는 아름다움보다 보여지지 않는 아름다움이 진정한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저희에게 일깨워 주신 신부님.

 

  이제 우리는 그러하신 신부님을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으로만 기억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저희 모두를 애닮프게 만드는 것입니다.


  언젠가 저는 신부님이 그동안 원하지도 않으셨고 공개하지도 않으셨지만

우연히 신부님 숙소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내심 속으로는 무슨 비밀이 그토록 많기에 우리들의 방문을 꺼려하셨고 원하시지도 않았는가 하는

묘한 감정에 사료 잡혀 호기심마저 발동 하였습니다.

제 생각에는 책이나 방안 가득히 쌓아 놓고 계실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문을 여는 순간, 숙소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초라하고 더더욱 사제관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너무 보잘 것 없는 손바닥만한 오피스텔에는 그 아무것도 없고

덩그러니 침대 하나만 놓여 있을 뿐이었습니다.

저의 기대가 산산 조각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아! 정말 이렇게 사시기 때문에 모든 생활의 불편을 감수하시고 우리들을 위하여 당신의

모든 것을 다 내어 주시는 삶을 사실 수 있는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에 미치자

저의 온 몸에 전륜이 일어 소름이 돋는 것을 체험한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훌륭한 본당 신부님도 많이 계시고 저도 신부님을 여러분 모셔 보았지만

신부님 같으신 분은 아마도 제 생애에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는 이 달 9월을 순교자 성월로 보내고 있습니다.

순교는 종교를 증거 하기 위하여 목숨을 바친 분으로 배워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시대의 순교는 자신의 모든 불편을 감수하고 본당 신자들을 위하여

당신 삶 전체를 저희들에게 내어 주신 신부님 같으신 분이

이 시대에 진정한 살아계신 순교자라고 말씀드려도 부족함이 없을 것 입니다.


  이제 저희 모두가 그토록 열망하던 아름답고 기도하기 좋은 분위기의

훌륭한 성당을 만들어 주신 신부님께 저희가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저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작은 우리들만의 공간에서 내 가족 내 형제 같은 생각으로

서로 감싸주고 서로 참아 주고 서로 이해하며 함께 하는 것으로 신부님의 사랑을, 하느님의 사랑을

이웃에게 실천하는 것이 신부님께서 바라시는 소망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하여 저희는 언제나 그 자리에서 바라볼 수 있는 진한 그리움의 눈으로

하늘 빛 고운 뭉개 구름위에 미소 짖고 계신 신부님으로 기억할 것입니다.

무슨 표현으로 무슨 말씀으로 부족한 제가 우리 본당의 모든 식구를 대표하여 떠나시는

신부님께 고맙고 섭섭하다는 말씀을 다 올릴 수 있겠습니까!

그저 언제 어디에 계시든 저희 방화3동 식구들을 기도 속에서 늘 만나 주시고

함께하여 주시기를 바라오며

저희는 신부님께서 사제 서품식 때 선택하신 성구이며 삶 속에서 실천하고 계시고

저희들도 본 받고 싶은 사도 바울로의 필립비서 말씀

“나에게는 그리스도가 생의 전부입니다.”

그리하여 모든 것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사는 열심한 신자가 될 것을 약속드립니다.

부디 부디 영육간에 건강하시어 오랫동안 저희들을 기억하여 함께하여 주시기를 두 손 모아   

기도드리며 아쉬운 송별 인사를 대신합니다.

 

  그동안 너무 너무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저희는 신부님을 사랑합니다.


 

        2007. 9.16 천주교 방화3동 성당 평신도 대표 총회장 김 종기 비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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