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교우분이 복음 중에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내용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풍랑 속에서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던 제자들이 도와달라고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제자들을 보고 믿음이 없다고 힐난조로 이야기하신 것은 납득이 안 간다는 것입니다.
왜 주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야단치듯이 믿음이 없다고 하신 것일까요?
보기를 들어드리지요.
1. 제자들이 주님 빼놓고 놀러간 적이 있어서
2. 제자들이 당신을 우습게 보는 것 같아서
3. 이 중에 답이 없다
그럼 왜 주님께서 제자들을 보고 믿음이 없다 하셨는가?
무슨 뜻으로 하신 말씀인가에 대하여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떤 분이 물으시길 무슨 호수에서 풍랑이 이느냐.
뻥도 심하다 하셨는데 뻥이 아닙니다.
갈릴레아호수는 우리가 아는 잔잔한 호수가 아니라
그 지역 사람들이 ‘바다’라고 부를 정도로 아주 넓은 호수입니다.
그리고 간혹 날씨가 갑자기 나빠져서 풍랑이 치기도 하는 곳입니다.
저도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가서 갈릴레아 호수에서 배를 탔는데
하필이면 비바람이 불어치는 날 탔습니다.
정말 말 그대로 호수에 파도가 치는데 무섭더군요.
그런데 왜 주님께서는 제자들을 야단치셨을까요?
제자들이 심리학전문용어로 ‘퇴행’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즉 애들처럼 굴었기 때문입니다.
제자들은 갈릴레아 호수에서 어부생활을 오랫동안 해온 사람들이었습니다.
온갖 일을 다 경험한 백전노장들인데
갑자기 애들처럼 징징거리며 주님께 매달렸기 때문에 힐난당했던 것입니다.
즉 주님께서 믿음을 가지라고 하신 것은
주님 당신에 대한 믿음뿐 아니라
제자들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지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하느님을 믿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자기자신을 믿는 것입니다.
만약 자기자신에 대한 믿음이 약하면 어떤 일이 생기는가?
자기자신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하면 어떤 부작용이 생기는가?
심리적, 육체적으로 문제가 생깁니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 작은 장애물인데도 커 보이고,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심한 불안감이 생기고
아무 이유도 어떤 대상도 없이 막연한 분노가 일어나며,
똥 싸고 뭉개는 아이처럼 우유부단한 행동을 하게 됩니다.
또 이렇게 불안, 걱정거리를 마음에 담고 있는 것은
자신의 몸을 유독성쓰레기장으로 만드는 것과 같아서
여기저기 아프고 쑤시는 신경증적 증상들이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옛날 중세 수도원의 두 수사님 이야기로 답을 하지요.
사람들이 신앙생활을 잊어가자 수도원을 지원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또 나가는 사람까지 있어서 급기야 큰 수도원에 단 두 사람만이 남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두 사람이 모두 고민을 하게 되었는데
한 사람은 매일같이 하루종일 주님께 매달려 기도했습니다.
“저를 살려주십시오. 저희 수도원이 이제 망하려고 합니다.
큰일났습니다. 제가 얼마나 근심걱정이 많은지 주님은 모르십니다.”
그리고 기도를 하지 않을 때에는 방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난 왜 이 모양이지. 난 왜 하는 일마다 이렇게 잘 안되는 거지.’
하다가 낑낑 앓더니 그만 몸져 누워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다른 수사 한 사람은 마음이 불안해지면
불안한 것들을 다 종이에 적어서 주님 앞에 가져가 활활 불태우면서
“제 불안 근심 걱정 다 가져가 주십시오.” 하고는
“제가 그동안 너무 편하게 살아와서 죄스러웠는데
이렇게 저를 단련시킬 시간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리고는 수도원 밖으로 나가 동네방네 다니면서
젊은 사람들과 신앙에 관한 진지한 대화를 하면서
성소자를 모으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열심히 수도원 재건을 위해 일하던 수사가
심장마비로 죽고, 골골하는 수사 혼자 남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수사는 다시 기도 중에 주님께 원망을 하였습니다.
“주님. 데려가시려면 차라리 저같이 병약한 사람을 데려가시지,
왜 한참 일하는 사람을 데려가십니까?”
그러자 주님께서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내가 그 친구를 데려온 건 최근 천당분위기가 영 안 좋아지고 있어서
뭔가 쇄신을 하려고 갑자기 그 친구를 「천당총리」로 인사발령을 냈기 때문이야.
그런데 너는 할 줄 아는 거라곤 징징거리는 것밖에 없으니
천당에 오면 애물덩어리가 될까봐 그냥 거기서 살라고 안 부른 거야.”
이렇듯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사랑받기 위해서는
자신감을 키우는, 자신을 믿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람의 마음 안에는 「사고의 조류」라는 것이 있습니다.
즉 사람의 마음은 같은 성질을 가진 생각들을
끌어들이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부정적인 기분은 공감의 법칙에 의해서
부정적인 성질의 생각들을 더 끌어들이게 됩니다.
그래서 실패할 것을 상상하는 사람은 실패를 끌어들이게 된다는 것입니다.
산에 올라가면 등산로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길은 처음부터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길을 냈기 때문에 생긴 것입니다.
우리 인생에서도 길 없는 산을 만날 때가 많습니다.
그런 때 주님을 믿고 자기 자신을 믿는다면
없던 길도 생길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