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이 빵을 먹는 사람은 누구든지 영원히 살 것이다.

2005. 5. 29. 오후 8:33:40

글자


   네복음서 저자는 빵을 많게 하신 예수님의 기적을 한결같이 중요한 사건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공관 복음서에서는 그것을 예수님의 능력이 표출된 행위로 소개 하지만 요한 복음서에서는 하나의 표징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6,1-15). 군중들은 빵을 배불리 먹었지만 예수께서 그 같은 행위를 통해 무슨 의미를 전해 주시고자 하시는가를 깨닫지는 못했습니다. 즉 그 사건이 지니고 있는 표징으로서의 의미는 간파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에 예수께서는 ‘생명의 빵에 관한 담화문’(6,22-58)의 형태로 군중들을 깨우치십니다. 그 담화문의 마지막 부분에 소개되고 있는 것이 성체성사의 의미를 전해주는 오늘의 복음(6,51-58)입니다.

   예수께서는 당신 자신을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으로 계시하시며, “이 빵을 먹는 이는 영원히 살 것”이라고 분명한 어조로 말씀하십니다. 청중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직접 들었지만, 그 말씀을 자구적 내지는 문자적으로만 알아들었을 뿐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이 사람이 어떻게 자기 살을 우리에게 주어서 먹게 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반문합니다. 예수께서는 청중들의 몰이해에도 불구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만일 여러분이 인자의 살을 먹지 않고, 또 그의 피를 마시지 않으면 여러분 안에 생명을 얻지 못합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렇게 예수께서는 당신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는 것이 ‘영원한 생명의 원천’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인데, 그것은 죽음을 눌러 이기고 승리하신 분의 자격으로 하시는 말씀입니다.

   인자의 살과 피를 먹고 마셔야 한다는 예수님의 말씀 안에서 살과 피는 생물학적인 의미가 아니라 성서적 의미로 알아 두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그리스도의 몸이신 예수님의 살은 인간임과 동시에 하느님이신 그분의 실존 전체를 의미하고, 그분의 피는 하느님임과 동시에 온전한 인간으로서 십자가에서 당신 자신을 희생 제물로 봉헌하신 것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예수께서는 빵과 포도주의 형상 아래서 당신의 실존을 계속해 가시는데, 그것은 그분께서 내면적으로 우리와 어느 정도까지 친교를 이루시고자 하시는가를 보여 주려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서로 온전하게 하나 되려는 욕구는 지극히 당연하고 정상적인 바람이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예수께서는 사랑하는 사람들 간의 온전한 친교에 대한 바람을 토대로 성체성사의 의미를 최대한 현실화시키려 하십니다.

   예수께서 말씀하신 영원한 생명이란 하느님의 생명에 참여하는 것으로써 우리가 예수님 안에 머물고, 예수께서 우리 안에 머무심으로써 우리가 하느님 안에 머물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성체성사는 하느님의 생명이 우리의 마음 안에서뿐만 아니라, 우리의 몸에도 전달되고 있음을 가장 잘 증거해 줍니다.

   우리는 성체성사를 거행 할 때마다 더할 나위 없는 생명의 선물이 십자가 위에서 단 한 번 주어지고 그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오늘도 주어지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러니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들인가요! ● 서울대교구 안병철 베드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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