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너무 염치가 없지요…?
글 : 지승신 크레센시아 / 평화방송 아나운서 차장
올해는 내가 아나운서로 살아온 지 23년,
세례를 받은지도 23년이 되는 해다.
정성껏 하느님 딸 노릇을 하려 애썼던 그 시절,
새내기 직장인으로 첫발을 내디뎠던 그 시절,
철이 덜 들어 실수는 많았지만 나름 열정적이고 순수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참 많이도 변했다.
그 당시 대포처럼 보였던 마이크가
지금은 조금 커다란 면봉처럼 느껴질 뿐이고,
거대해 보였던 장비들도 그저 방송을 위한 도구 정도로 보일 뿐이다.
단 5분 방송을 위해 긴장하고 준비했던 모습들은 찾아볼 길이 없다.
좋은 방송, 재미있는 방송을 위해 음악도 듣고 책도 보고
발품도 팔며 애썼던 모습은 다 사라지고,
지금은 그나마 있던 것도 다 바닥난 느낌이다.
하느님을 향한 몸과 마음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왜 그럴까…. 일에서든 신앙에서든
왜 이렇게 미지근하고 무덤덤해졌을까….
순수하고 열정적이었던 나를 어디 가면
다시 찾아올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바로 그곳은 가장 가까이에 있었다.
나는 평화방송TV 신앙상담 프로그램
‘따뜻한 동행’에서 많은 분들을 만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떻게 그런 삶이 있을까 할 정도로
기막히고 화나고 눈물 나는 때가 많다.
평생 가장 바닥이다 싶은 삶 속에서도
세례 때의 첫 마음을 잊지 않고 예수 마리아를 부르는
그분들의 한결같은 모습에 ‘나 같으면, 진작에…’라는
말이 튀어나오려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신앙이고 뭐고 다 잊어버릴 만도 한데
그 빛깔이 세례 때의 그것과 똑같음을 발견한다.
그렇게 힘들고 도저히 용서할 수 없을 만한 삶을
평생 살아오면서도 하나도 바래지 않은 그분들의
순수한 믿음과 열정을 발견할 때마다,
20여 년 만에 다 바래버린 나의 믿음과
방송에 대한 열정을 돌아보게 된다.
이제는 내 맘이 내 맘 같지 않고,
아무 맛도 나지 않는 신앙인으로,
방송인으로의 내 모습에 부끄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상담해 주시는 신부님의 말씀에서 그 방법을 찾았다.
사실 신부님들께서 그때마다 적절히 상담을 청한 이들의
마음을 위로해주며 따뜻하게 동행하시지만,
그날 암담한 사연 하나를 놓고 하신 그 신부님 말씀은
기억하려 하지 않아도 자꾸 생각이 난다.
바로 내 마음이 내 맘 같지 않을 때는
예수님의 마음과 내 마음을 바꿔달라고 청하라는 것이다.
이보다 더 지혜로운 기도가 또 있을까…
“예수님, 제 마음을 제가 어쩌지 못하오니, 염치없지만
예수님의 마음과 제 마음을 좀 바꿔주세요, 아멘.”
-2010년 5월23일 서울주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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