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뇌사자의 기도

2008. 12. 26. 오전 2:25:13

글자
어느 뇌사자의 기도

하느님, 
당신이 나눠주신 영혼과 육신 
참으로 감사히 살았습니다. 
이제는 당신께 되돌려야 할 몸 
영혼은 이미 바쳤사오나 
죽은 듯 꼼짝 않는 낡은 몸뚱이 
이것은 어찌하라 하시는지요. 

하느님,  
당신께서 육신을 저에게 나누실 때 
기뻐하며 축복하신 그 말씀대로 
저의 나눔 또한 축복하소서.  
감겨진 눈동자가 살아있다면 
어머니의 젖가슴이 보고 싶은 
눈 못 뜨는 아기에게 돌려주시고 
걷고 싶은 사람에겐 팔 다리를 내주시어

내가 걸어가다 포기하고 돌아섰던
아름다운 세상 
끝까지 포기 않고 달려가게 하소서 
심장은 심장대로 
폐장은 폐장대로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걸어가는 
가난한 벗들에게 나눠주시고 
 
저에겐 오직 
아파하는 이들을 기도할 수 있는 
눈물만 남도록 허락하시어 
죽은 듯 꼼짝 않는 낡은 육신을 
당신의 뜻대로 부활하게 하소서

 시   : 장시아

댓글 3

  • 2008년 12월 26일 오후 5:28

    정말 눈물겨운 시입니다. 수고하셨어요.....

  • 2008년 12월 26일 오후 8:57

    아~~!! 이런 기도를 바칠 수 있다니.....고개가 절로 숙여집니다.

  • 2008년 12월 27일 오후 6:39

    마지막 순간의 이런 기도는 한 생을 어찌 살았는지도 충분히 짐작하게 하지요~ 최후까지 참으로 멋진 삶이 마침이네요.

감동적인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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