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코프스키 작곡 '1812 서곡' 을 듣고 나서...
12일 창경궁 야외수업을 한 것도 깊어가는 가을을 장식하는 큰 이벤트였는데,
저녁 때 유명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감상할 수 있었던 것은 또 하나의 행운이었다.
오후에 딸이 "엄마, 아빠 저녁 때 예당에서 음악 감상하세요" 라는 뜻밖의 전화...
그것은 바로 '1812 서곡'을 듣게 되는 '서곡'이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1882년에 창단하여 러시아에서 가장 오래 되었으며,
차이코프스키가 세상을 떠나기 엿새 전에
자신의 지휘로 직접 교향곡 6번 (비창)을 초연하기도 했다는 교향악단...
그들을 보러 가면서 문득 떠오른는 것은
70년대에 음악전문가나 애호가에게 입소문이 났었던
종로 1가의 '르네상스 음악감상실' 이었다.
'JBL하츠필드' 대형 스피커에서 울려 나오던 주옥같은 음악들...
지금도 귀에 생생하게 들려오는 순간이었다.
그 때 즐겨 들었던 차이코프스키의 음악들...
- 1812 서곡 Op.49
- 피아노 협주곡 제1번 B프랫 단조 OP.23
- 교향곡 제6번 b단조 '비창' Op.74
등등...
지휘자 '유리 테미르카노프'
한 때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서 진짜 대포소리가 우렁차게 들어있는
'1812 서곡' 음반이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나도 르네상스에서 귀청을 울리던 그 곡에 심취하여
즉시 LP판을 구해서 곡을 완전히 외울 듯이 반복해서 들었다.
나폴레옹 군과의 전투에서 러시아 군이 승리를 거두었던
1812년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는 곡으로 유명하거니와,
그리스 정교의 성가, 노브고로드 지방의 민요 가락과 춤곡이 등장하고...
뭐니뭐니 해도 흥분되는 부분은 마지막 전투 장면과 행진곡,
장엄한 종소리와 예의 대포소리가 압도적인 피날레인데,
여기서는 프랑스와 제정 러시아 국가가 등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오늘 그렇게도 좋아했던 곡을
러시아 오리지널 오케스트라에다
지난 20년 동안 지휘를 맡았던 유리 테미르카노프의 지휘로
들을 수 있게 되었으니 얼마나 가슴이 설레이던지...
과연 그 명성이 헛되지 않는 연주였다.
청중들이 커튼 콜을 6~7회 반복하며
거의 다같이 기립박수를 끊임없이 치는 것도
오랜만에 보는 진풍경이었다.
정말 벅찬 감흥에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순간이었다.
지난 주 교리교수법 시간에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에서
명문 웰튼 고등학교에 영어교사로 부임한 키팅 선생이
파격적인 수업 방식을 예고하듯이 불어 제끼던 휘파람의 선율이
바로 '1812 서곡' 피날레 부분이었는데...
오늘 그 음악의 진수를 맛볼 수 있었음은 정말로 행운이었다고 아니 할 수 없다.
키팅 선생이 학생들에게 "오늘을 살라" 고 역설했는데,
그렇다면 나는 오늘을 잘 살았는가?
"그렇다" 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