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규 신부-허운스님 종교의 벽 넘은 평화기원

2005. 5. 13. 오전 1:4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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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규 신부-허운스님 종교의 벽 넘은 평화기원

 


△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둔 11일 저녁 대구시 수성구 시지동 고산성당에서 신부와 수녀, 스님과 목사, 시민 100여명이 함께 108배 행사를 열었다. 정홍규 신부와 김락현 목사, 허운 스님(왼쪽부터) 등이 합장을 하고 있다.


 
사랑과 자비의‘108배’
“어리석은 이기심을 멈추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종교의 벽을 넘어 절을 올립니다.”

부처님 오신 날(15일)을 앞두고 천주교 성당에서 스님과 신부, 개신교 목사가 함께하는 ‘부처님 오신 날 경축, 생명의 소리 108배’ 행사가 열렸다.

11일 저녁 7시 대구시 수성구 시지동 고산성당(주임신부 정홍규 아우구스티노) 강당. 스님과 신부·수녀, 개신교 목사, 불자와 천주·개신교 신도, 일반 시민 등 종교를 달리하는 100여명이 50평 남짓한 마룻바닥에 엎드려 108배를 올렸다. 강당 가운데는 천주교와 불교에서 사용하는 성초와 연등 안의 촛불만이 타오를 뿐 다른 종교 상징물은 놓여 있지 않았다.

이들은 저마다 서원을 담아 각자의 믿음 대상을 향해 끊임없이 절을 올렸다. 절을 올리는 동안 국악작곡가 김영동씨의 108배 명상 음반 <생명의 소리>가 강당 가득히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

이날 행사는 고산성당 정홍규 신부가 대구시 남구 봉덕3동 은적사 주지 허운 스님에게 제안해 이뤄졌다. 또 이웃에 있는 크리스찬아카데미 교회 김락현 목사와 신도들도 이날 정 신부의 초청에 응해 행사에 참여했다.

정 신부는 “자신을 낮추고 생명과 공감하는 우리 전통 문화인 절은 불교뿐 아니라 가톨릭의 정신에도 부합된다”며 “종교의 벽을 넘어 모두가 화해하고 평화를 이루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행사를 제안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허운 스님은 “이웃을 초월해 전 인류를 구원하고자 한 예수그리스도의 사랑과, 차별 없는 불교의 자비·실천은 공통점이 있다”며 “종교가 힘을 합쳐 세상을 이롭게 하자는 뜻에서 이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정 신부와 허운 스님은 2002년 대구지하철 참사 대책위에서 만났다. 이듬해 대구시민의 안녕을 기원하는 ‘생명살림 천지굿’을 같이 하며 고산성당과 은적사 간의 교류를 시작했다. 그 뒤 성탄절이나 석탄일에 주임신부와 주지스님이 번갈아 참석해 축하 메시지를 주고받고 송년음악회를 함께 기획하는 등 종교간 화해와 교류에 힘써 왔다. 지구의 날인 지난달 22일에는 대구 동성로에서 신부와 스님들이 108배를 하는 행사를 하기도 했다.

이번 행사를 앞두고 정 신부는 사제관 앞 성모상 옆에 은적사에서 제공한 부처님 오신 날 봉축 연등 3개를 손수 달았다. 부처님 오신 날인 15일까지 연등 50개를 달 예정이다.

 

대구/글·사진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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