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방카타리나님 제1주기 추모사

2008. 6. 27. 오후 1: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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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선녀 카타리나 제 1주기 추모사

  

작년 이맘때의 카타리나 언니의 장례미사가 떠오릅니다.

1시간 전쯤 도착해서 성당에서 기도를 바치면서 언니와의 10년 시간을 떠올렸습니다.

  저에게 있어 예수님은 기적과 치유로 환영받는 초능력의 예수님이 아닌 고통당하는 이웃에 대한 충실한 봉사를 실천하시는 사랑과 연민, 희생과 자비의 예수님입니다.

  그렇게 예수님을 가까이 느낄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지만, 구로본동의 빈첸시오회가 그리고 카타리나 언니가 아주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장례미사를 마치고 나왔을 때 억수같이 퍼붓던 비가 그치고 살짝 맑은 하늘이 보였던 것 기억나시나요? 시험 때문에 장지에는 못가고 학교 가는 내내 참 많이도 울었었습니다. 

  어디서나 자기 목소리를 내기 원하는 사람들, 잘났다는 사람들과 치열한 사회생활을 하다 스스로 배경이 되고자 하셨던 카타리나 언니를 처음 보았을 때 솔직히 좀 신기했었습니다. 더군다나 제가 빈첸시오 활동을 한지 한 달도 안 되어서 카타리나 언니랑 둘만 활동을 가게 되었을 때는 어색하기까지 했었습니다.

언니는 “할머니 댁에 갈꺼야”라는 한마디만 하시고 부지런히 앞서서 걸어가셨습니다. 도착해서는 할머니의 말씀을 정말로 열심히 들어 드리고, 기도하고 돌아왔습니다.

저는 몇 번을 더 방문한 다음에 알게 되었습니다. 그 할머니가 초기 치매상태이셨다는 것을. 그것을 알고는 카타리나 언니에게 살짝 서운하기까지 했습니다. “몇 번이나 갔었는데 말씀해주시지.... ” 그런데 할머니의 상태를 느끼고 나니 할머니의 말씀에 더 이상 귀 기울이지 않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에 카타리나 언니는 저만해도 서너 번을 들은 이야기를 처음 듣는 이야기인양 열심히 듣고 맞장구도 치고 계셨습니다. 저보다 앞서서 걸어 가시면서는 활동처를 위해 기도를 하신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한참 후배인 저한테 “활동할 때는 이렇게 해야지..”라는 말로 가르치기보다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셨습니다.

  이런저런 일로 빈첸시오 활동이 뜸해질 때도 언니는 늘 우리 이웃들 곁에서 마음으로 함께 하셨습니다. 오며가며 활동처에 들러 반찬도 나누고, 건강상태를 살피는 등 생활 안에서 활동을 하셨기에 우리 이웃들이 더더욱 언니를 의지하고 사랑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우리 회원들한테도 조용한 언니의 이웃사랑이 많은 자극제가 되었었습니다.

  피정이나 야유회를 갈 때 면 꽃이나 나무를 보면서 아이처럼 좋아하시던 모습,

투병 중에 그 아픈 통증을 느끼면서도 미소로 말씀하시던 모습,

너무 가녀린 몸에 힘겨운 목소리로 인천까지 언제 가냐 얼른 가라고. 하셨던 언니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그리고 그 모습들이 지금의 저에겐 아주 소중한 행복으로 기억됩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 의젓한 자세를 흩뜨리지 않으시고 믿음으로 하느님의 나라를 바라셨고 오히려 울먹거리는 저희들을 위로하셨습니다.

  저는 언니에게 작은 것을 아끼고 사랑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언니의 배낭엔 언제나 누구하고든 나눌 준비를 하는 언니의 비닐봉지가 있었습니다. 평생 옷 한 벌 제대로 사 입지 않고 버려진 옷을 구해 입는 등 자신을 위해서는 한 푼도 쓰지 않으면서도 남 돕는 데는 아끼지 않으셨고, 마침내 언니의 전 재산을 한마음 한 몸 운동본부와 참 제자 마을에 모두 봉헌하셨습니다. 너무나 훌륭하게 빈첸시안 으로서의 삶을 살아내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언니에게 욕심 없이 세상을 사는 맑고 순한 지혜를 배웠습니다. 빈첸시오 활동 중 선택의 순간에서는 늘 가난한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사랑을 지혜롭게 선택할 줄 아셨습니다.

  또한 언제 어디서나 남을 먼저 배려하고 자신을 낮추는 겸손을 배웠습니다.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하는 활동에서도 대상자들을 항상 최우선으로 배려하고 그 어느 누구에 대해서도 비판하지 않으셨습니다.

  지난주에 빈첸시오 가족들이 언니의 연미사를 들이고, 제사지내면서 연도를 하였습니다. 그때 본 추모영정에서의 언니는 어쩜 그리 밝은 모습 이었던지요...

  언니의 영정을 바라보노라면 언니를 떠나보낸 슬픔도 크지만 밑바닥에서 희망과 용기가 솟아오름을 느끼는 이유도 바로 우리들에게 예수님을 가까이 느낄 수 있게 살다 가신 언니의 삶이 그러했기 때문인가 봅니다.

  언니에게 부끄럽지 않은 후배가 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빈첸시안의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저녁 노을을 보면서 “저 하늘 좀 봐라.. 아네스야...정말 이쁘지 않니?”하면서 환하게 웃던 행복한 언니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이쁜 하늘에 저녁노을이 질 때면 저는 언니를 기억하고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북돋워 나가겠습니다.  돌아가시기 전에 극적으로 만나 화해했던 언니의 가족들에게 사랑과 평화를 내려주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이 추모미사에 모인 우리가 진정한 빈첸시안으로 살다 가신 언니의 삶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고 그것이 각자의 생활에서 꽃피워서 언니가 우리에게 주었던 행복을 이젠 우리가 나눠줄 수 있기를 기도하면서 부족한 추모사를 마치겠습니다.

카타리나 언니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2008년 6월 22일

김 현경 아녜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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