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고요한 시간에
성가대석에 올라가 보곤 합니다.
자리에 가만히 서 보면
비어있는 의자들 사이로 노래소리가 들립니다.
20년 세월을 넘나들며 귀에 익은 목소리들이
그 작은 공간속으로 가득히 화음을 만들어냅니다.
공간속에 시간은 살아있습니다.
추억은 고요속에서 생명을 되살려냅니다.
부활대축일 미사를 마치고
혼잡한 마당을 빠져나와 연극을 끝낸 배우처럼
텅 빈 그 자리에 또 서있어 봅니다.
공간도 시간도
얇은 경계선을 두고 이쪽과 저쪽은 참 대조적입니다.
혼잡과 고요.
긴장과 허탈.
그 경계에서 한발짝 안으로 내딛으면
나는 또 다른 나를 봅니다.
한 쪽이 강할수록 반대로 다른 쪽도 강합니다
적막하리만큼 고요함과
극도의 허탈함을 받아들입니다.
얼마 전
본당을 떠나시며
이 자리에 고요히 서 계셨을 수녀님을 떠 올려봅니다.
짧은 메모를 남기시며 그분은
어떤 마음이셨을까
수없이 서보는 자리이지만
고요속에 서보는 이 시간은
주님의 또 다른 은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