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보고 싶은 매디슨 공동체 여러분!
저예요, 꼬수사.
지금 저는 Take-Home exam 하나를 두고 아직도 뭘 써야 할 지 몰라서...방안을 어슬렁 거리고 있답니다.
커피를 끊어서, 하루 종일 녹차를 마셔댔더니, 제가 숨을 쉴 때마다 ㅋㅋㅋ 풀잎냄새를 넘어서서 숲의 향기가 나네요^^*
오늘 낮에 시험지 하나 달랑 들고 버클리 캠퍼스를 쏘다니다가 캠퍼스를 가로 지르는 샛강 기슭에서 트럼펫을
연주하는 어느 흑인 학생을 만났어요.
지나치다가 제가 아는 곡이 나오더라구요.
그래서 멀찌감치서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자세로 그 연주를 훔쳐 들었어요.
자전거 탈 때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쓰는 헬멧을 쓰고 정말 너무나도 멋지게 트럼펫을 연주하는 그이가 부러웠어요. 그래서 돌아오는 길에 페이퍼 끝나면 급한대로 헬멧부터 하나 구입해야 겠다....생각했습니다.
이번 주에 우리가 함께 보게 될 영화는 그 유명한 <나의 왼발>과 <아버지의 이름으로>라는 영화를 연출했던 아일랜드 출신 감독 짐 셰리던의 <더 복서(Der Boxer)> 입니다.
전작들 처럼, 아일랜드의 정치적 상황과 개인의 운명이 그의 주제인데, 이 작품에서도 그가 천착하는 주제를 잘 소화했다는 평가를 듣는 작품입니다.
IRA 요원으로 십년이 넘게 복역한 후 체육관을 차리고 다시 복서로서 일을 하게 되는 대니와, 같은 IRA요원을 애인으로 두고 있지만 그는 감옥에서 복역하고 있기 때문에 '만질 수 없는(intangible)' 애인을 두고 있는 매기 사이의 사랑이 테마를 이루면서 이들의 개인의 운명이 어떻게 정치적인 상황으로 인해 심각한 영향을 받는가
하는 스토리 텔링을 지니고 있는 드라마 장르의 영화입니다.
감독은 시사회 때 기자회견을 통해, 만질 수 없는(intangible) 사랑의 운명은 그 대상이 국가이든 혹은 개인이든 간에 비극적이다. 인간은 만져질 수 있는(tangible) 사랑에 만족하며 그 만족에 신뢰를 두는 까닭이다. 라고 자신의 연출의도를 설명했죠.
관전 포인트은 역시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연기입니다.
이탈리아의 어느 한적한 시골에서 구두 수선공으로 소일하다가 연기에 다시 복귀했는데도 그 연기의 날카로움이란, 칼을 오래도록 놓은 거장의 판화가였던 오윤 선생이 오랜만에 들은 그의 칼집에서 오히려 소름돋는 날카로움이 그의 목판화에서 생생히 전해지는듯한 느낌이 드는 것에 비유될 수 있을 정도로 감동적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복서들의 삶을 다룬 영화중에는 <어느 헤비급 복서의 진혼곡>이란 영화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앤소니 퀸 이 주연한 영화인데, 제가 중학생 때 KBS 채널 3(이 채널을 모르는 젊은 친구들이 있을텐데..쩝.)를 통해 TV로 보고 난 후, 너무 슬픈 나머지 나도 복서가 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일념하에 후진 츄리닝 상의에 겨울 코트 모자를 떼어다가 역시 후지게 달아서 아침에 입고 뛰다가 감기 걸려서 며칠 앓았던 기억이 있는 영화랍니다. 잊을 수가 없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