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이션 연가

2009. 5. 8. 오후 12:33:01

글자

 

* 카네이션 연가 *   ...   박해옥  
                        
섶 고운 회장저고리  치렁치렁한 남치마 아래


부끄러운 듯 내비치던 하아얀 버선코 같던 내 어머니


오동장(梧桐欌) 깊이 묻어둔 비단치마 삭둑 잘라

몸빼 바지 지어 입고 사방공사 부역 나가 보리쌀 받아 이고

 와토마루에 내리며 까맣게 웃으시던  용감한 전사 같던 내 어머니


빨랫줄에 조르륵 나앉은 제비새끼처럼 날만 새면 껄떡대던 일곱 아이


배주려 설음 탈까 갖은 고생 겨워도  모주망태 아부지

받들어 뫼시던 내 어머니 잘남도 못남도 다 제할 량이다 

 사는 일 때문에 욕심 껴안지 말그라

그토록 소박한 결을 내세우시더니  어머니 이제는 바보천치 되셨나보네


비 내려도 처마 밑도 들 줄 몰라  치덕치덕 걸음 휘감는 젖은 옷으로


내 집 앞을 나그네처럼 지나쳐 가시네


살 토막보다 대가리 맛나다던  이밥보다 꽁보리밥 맛나다던


거짓말쟁이 내 어머니  깊디깊은 바다에 드셨나


풋보리밭고랑에 종달이 되셨는가


오월이면  아, 오월이면


마음자락 싸매어도 눈물만 터져


어둠 같은 그리움이 붉게 피어 나부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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