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1일자 복음을 읽고서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하늘나라는 자기 포도밭에서 일할 일꾼들을 사려고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선 밭 임자와 같다”고 하셨습니다. 그는 일꾼들과 하루 한 데나리온으로 품삯을 주기로 합의하고 그들을 자기 포도밭으로 보냈습니다. 포도밭 주인은 아침 9시, 열두시, 오후 3시, 오후 5시에 일꾼들을 불러모아서 포도밭에 보냈으나 일을 마치는 오후 6시에는 한시간 일한 사람이나 아침부터 일한 사람이나 똑같이 한 데나리온 씩 돈을 주었습니다. 우리가 생각할 때 이해가 안되는 부분입니다.
예수님께서 12제자들에게 너희는 일찍부터 나를 따라 나섰지만 그렇다고 너희들이 하느님의 나라에서 받을 영광이 반드시 남들보다 클 것이라고 생각하여서는 안된다는 경계의 의미를 이 복음에 담았다고 합니다. 한편으로는 선민의식을 지닌 이스라엘 민족들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유다 민족은 일찍이 하느님의 선택을 받은 유다 민족만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다는 자만심에 빠져 있었습니다. 복음 말미에 예수님께서는 꼴찌가 첫째 되고 첫째가 꼴찌될 것이라는 말씀을 하십니다. 유대 랍비의 교훈 중에는 하느님의 나라에 한시간만에 도달하는 사람도 있고 평생에 걸쳐 도달하는 사람도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씀에는 신앙생활을 오래 하였다고 해서 하느님의 나라에 우선적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앞서 얘기한 포도밭 주인은 오후 5시에 온 일꾼들에게 먼저 한 데나리온 씩을 주었습니다. 따라서 아침 9시에 온 일꾼들은 한 데나리온 씩 받고 일하기로 약속하였지만 자신들이 아침부터 일했으므로 오후 5시에 온 사람보다 삯을 더 받을 것으로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들 역시 한 데나리온 씩만 받았습니다. 그들이 불평하자 밭 주인은 “친구여 내가 불의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지 않소. 당신은 나와 처음부터 한 데나리온으로 합의하지 않았소. 나는 단지 맨 나중에 온 사람에게도 후하게 주고 싶은 것 뿐이오. 내가 내 것을 가지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단 말이오? 아니면 내가 후하다고 해서 시기하는 것이오?”
이러한 밭 주인의 이야기에 하느님의 구원의 신비가 있습니다. 즉 하느님의 자비의 정신이 오늘의 복음에 담겨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늦게 교회에 들어 왔다고 하여 평생 교회를 다닌 사람보다 더 못하게 우리를 대하시지 않습니다. 하느님은 관대하시며 비록 우리가 교회에 많은 봉사를 하지 않았다 하여 그것만을 가지고 우리를 차별하지는 않으십니다. 많은 시간을 봉사하는 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분도 있지만 문제는 우리의 진실성과 하느님에 대한 사랑입니다. 비록 우리가 가진 시간 중 많은 부분을 하느님을 위하여 희생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우리는 이에 주눅들거나 하느님에 대하여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또한 오늘 복음에는 하느님의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오후 5시까지 온종일 일할 수 있기를 바라며 밭주인을 기다린 사람들은 대부분 몸이 약하게 보여 밭 주인들에 의하여 뽑히는데 실패하였습니다. 그들은 노동시장에서 인기가 없어 뽑히지 못하였으나 가족 생계 때문에 필사적으로 돈이 필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밭 주인은 그들을 동정하여 해질시간이 가까웠음에도 그들에게 일자리를 주었던 것입니다. 그들은 하루 종일 그들에게 일자리를 줄 밭주인을 기다리며 굶주리는 가족들의 얼굴을 가슴속에 그리고 있었을 것입니다. 밭주인은 그들에게 한 시간의 일자리일지언정 그들에게 일감을 주었고 하루분의 품삯을 주었습니다.
이처럼 하느님은 비록 인간의 기준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신심을 하느님께 바쳤다 하더라도 우리에게 후한 구원의 품삯을 주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부족함을 채워주시는 한없이 너그러운 하늘나라의 계산법을 갖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