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정

2005. 11. 23. 오전 5:5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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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정(避靜) :::

 

28-1 피정(避靜) 이란

늘 해오던 일상적 사회생활이나 업무 또는 일에서 떠나(격리되어) 영신(靈神)적 단련에 장시간 집중적으로 전념하는 것을 피정이라 합니다(New Catholic Encyclopedia p.428, Retreats).
영적으로 자라나기 위하여 조용히 또는 한적하게 지내는 시간이 필요하다라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생활에서도 그 사례를 찾을 수 있습니다(마태오 4, 1-2; 14, 23; 루가 5, 16). 세례를 받으시고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기 전 40 일간 광야에서 지내실 때 기도로 밤을 지새셨고 제자들에게도 정신적 피로를 풀기 위해서는 한적하고 외딴 곳으로 가서 좀 쉬어야 한다고(마르코 6, 31) 하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후 사도들을 중심으로 첫 크리스챤들은 다른 협조자인 성령께서 내리시기까지 오실 것을 준비하는 피정에 곧바로 들어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사도행전 1, 12-14). 이런 예는 그 후에도 계속되어 크리스챤 생활 속에 퍼져 나갔던 것입니다. 그리고 광야의 수도자들이나 교부들은 이 피정에 대하여 성스러운 가치가 있는 좋은 일이라고 강조하였습니다.
현대에 와서 이 피정은 좀 더 구체적인 내용들과 장소 및 지도자 그리고 내용 등을 따라 다양한 명칭과 종류들로 발전하며 널리 알려지고 있다는 것은 다행한 일입니다. 여하튼 피정의 본 뜻에서 중요한 말은, 하던 생활에서 벗어난다. 떠난다라는 뜻과 수련이라는 말을 들 수 있습니다. 한국 가톨릭 대사전에서는 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가톨릭 신자들의 영신생활에 필요한 결정이나 새로운 쇄신을 위해, 어느 기간동안 일상적인 생활의 모든 업무에서 벗어나 묵상과 자기성찰 기도 등 종교적 수련을 할 수 있는 고요한 곳으로 물러남을 말한다. 피정의 장소로는 성당이나 수도원, 피정의 집 등이 이용된다(한국 가톨릭 대사전 1230면, 피정)"고 실려 있습니다.

 

 

28-2 수도자들의 생활과 피정

5 세기경에 교회안의 여러 수도자들(또는 숨어서 수도하는 은수자들)은 자기 자신들을 위하여 부활의 영적신비를 맛보기 위해 또는 이를 준비하기 위해서 수련을 하되, 기도와 단식으로 엄히 자신의 몸을 관리하며 조용히 지내는 것이 중요한 일과였습니다. 이러한 피정의 생활을 어느 기간동안 또는 일생동안 하며 살기위해 사막이나 광야로 찾아 들어가, 단식과 기도외에도 극기와 고행을 자처하여 이행하였습니다. 가톨릭이 동서로 갈라져 있을 때에 동방에서는 특히 사순절 광야(예수님이 엄한 재를 지키셨던 장소)에 찾아가서 피정을 하는 것이 유행이 되다시피 하였고 그 후에도 이곳은 수세기 동안, 그리고 현재까지도 많은 피정자들이 찾아드는 곳이 되었습니다.
한편 서방에서는 베네딕도 성인이 자신과 수도자들에게 사순절 시기에 자신들의 영적생활을 특별히 돌보도록 규칙으로 정하기까지 하였는데 음식절제와 아울러 음료, 취침, 말하는 것까지도 억제하게 하였습니다. 이러한 생활이 점차 수도원의 수련생활이라는 생활로 규칙화 되며 일정한 수련코스로 되었습니다.

 

28-3 순례자들과 피정

성지를 순례하는 많은 사람들의 영적생활을 돕기 위해 피정을 겸한 순례의 행렬이나 장소들이 있었으며, 간혹은 성지순례 자체보다 피정으로 자신들의 신앙생활을 쇄신하려는 뜻으로 성지를 순례하였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으로 12세기경까지 내려오며 계속 발전하였습니다.
성 이냐시오 로욜라는 영신수련이라는 책을 냄으로 구체적인 형태의 피정방법을 발전시킨 공헌이 큽니다. 그래서, 교황 비오 11 세는 이냐시오 성인을 피정의 주보성인이라고 선포까지 하였습니다. 그 외에도 수많은 성인들의 영적수련을 위한 방안들과 영적생활을 위한 제시들에 의한 수련이나 피정들이 생겼습니다. 일정한 지도자가 있으며 지도자를 따라 영적수련을 하는 피정의 집이라는 형태는 17 세기에 와서 생겼다 합니다. 19 세기에 들어오면서 성직자들이나 수도자들은 연례피정 등을 하도록 교회법으로 정하기까지 피정은 신앙생활의 중요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확정되기에까지 이르렀습니다.

 

 

28-4 일반신자들의 피정

수도자들이 이러한 영신수련 생활을 하며 하느님과 깊은 관상속에서 함께하는 생활은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졌고, 그리고 때로는 일반인들도 이러한 생활에 젖어들고 싶은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은 가끔 수도원을 자진방문하여 수도자들의 생활에 동참하기도 하며, 어떤 경우에는 일정한 목적하에 수도원 측에 피정을 청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수도원에서는 개별피정을 지도하기도 했던 것입니다. 베네딕도 성인의 규칙 53 장에 손님접대에 대하여 나오는데, 손님들의 육신을 돌보는 것이 손님을 잘 대한다고만 볼 수 없고 기도와 영적독서로 영신문제까지도 잘 돌보아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28-5 피정의 집

현재 한국에는 많은 피정집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들 대부분이 수도원계통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는 순교성지 현지에 찾아오는 순례자들을 위한 피정집들도 생겨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런 일입니다. 그러나 어떤 개인이 교구 주교님과 연관없이 피정자들을 대상으로 수지타산상 영리를 목적으로 일으킬 수는 없습니다. 교회의 기구안에서 교회의 발전에 이바지하여야 되는, 교회에 의한 활동범위 내에 속해야 됩니다. 개인별장과 피정의 집은 명칭상에서도 구분되며 개신교의 기도원 등속과는 체제상이나 운영상 또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교회의 이러한 피정집들은 교회발전을 위한 교회사목활동의 일환이며, 조직상 신자는 본당과 교구와, 수도원이면 모원과 한 맥을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비록 사설, 개인 집에서 한다해도 지도자나 참여자들 그리고 그 흐름이 가톨릭 교의에 입각한 것이면 역시 정상적 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28-6 피정의 형태

그러나 현대에 들어오면서 공동으로 하는 피정이 생기어 대화식이나 그룹토의, 그룹작업, 강의형태, 연구형태 등 상호협조하에 이루어지는 공동 피정의 형태등 다양하게 생겨 났습니다. 개별적으로 하는 피정 등이 그렇다고 없어진 것은 아니며 형태의 다양성으로 발전해 가며 평신도 사이에서도 영적생활에 관심을 두고 새로운 마음의 다짐을 위하여 각종 피정에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성직자들의 피정, 수도자들의 피정, 평신자들의 피정이라고 계층을 따라 부를 수도 있지만 인원수를 따라 개별피정, 단체피정이라 불러도 됩니다. 그리고 내용을 따라 명명되기도 하며 지도방식을 따라 각양각색의 이름을 붙여 말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지도방식은 성서책을 읽어가며 계시의 일면에 혼자 명상을 하여 노트에 느낌을 기록해 감으로 이에 몰두하는 식도 있고 지도자의 영적지시에 순명하며 맡기는 일들을 그때그때 해내는 식도 있어 그 형태는 다양하다 하겠습니다.

 

 

28-7 생활반성과 피정

집안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 대청소를 하든지 새로 도배를 한다든지 집수리를 할 때가 있습니다. 집을 잘 보존하고 관리하려면 이러한 일들이 꼭 필요하듯이 우리 영적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자신을 내적으로 재정비 해야할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세례 후에나 그외 일정한 시간이 흘러 자신이 신앙의 자세에 이상이 생겼다고 느낄 때에 피정에 들어가는 것은 참 좋은 일입니다.

주말에 온 가족이 함께 피정하러 수도원을 찾아가는 일도 아름다운 일이며 몇몇 친구들이 함께, 또는 부부동반하여 미리 계획하고 피정의 집을 찾아가서 피정을 하는 것은 보다 나은 내일의 정신건강과 신심연마의 진정한 맛을 약속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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