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빈민사목위 선교본당] 봉천3동 선교본당

2009. 7. 20. 오전 8:03:05

글자

 

 

가진 것 나누며 사는 우리가 가장 큰 부자죠

 

 
▲ 12일 서울 봉천3동선교본당 조영식 신부와 신자들이 주일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김민경 기자 sofia@pbc.co.kr]
 
 
    비가 억수같이 퍼붓던 12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한 연립주택에 사람들이 모여든다. '하늘자리 공동체'라는 팻말이 붙어있는 이 집은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소속 봉천3동선교본당(주임 조영식 신부)이다.

 오전 10시 교중미사를 앞두고 어린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50여 명 신자는 성전으로 꾸민 3층 마루에 모여앉아 작지만 힘있는 목소리로 묵주기도를 바치고 열심히 성가연습을 한다.

 미사를 시작하며 조영식 주임신부가 비 피해를 묻자 한 신자는 "이번 비에 웬만해선 비가 안 새는 집이 없다"고 대답한다.

 신자들의 기도 시간, '청소년을 위해' '하늘자리 공동체를 위해' 등 서로를 위해 정성껏 바치는 자유기도 마지막에는 "비가 샐 때 속상해 하는 대신 근심, 걱정을 비와 함께 흘려버리게 해달라"는 기도도 이어진다.

 모두가 함께 손을 잡고 바치는 주님의 기도, 양형 영성체는 작은 공동체의 소소한 기쁨이다. 교중미사 후에는 항상 봉사자들이 전날 봐온 장으로 준비한 식사를 모두가 함께하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길 건너 큰 성당을 두고 이곳을 찾는 이는 홀몸 어르신 등 가난한 이들과 초대교회 모습처럼 살아가는 모습에 반해 가난을 스스로 선택한 이들이다.

 3년 전 이 동네로 이사와 가까운 성당을 찾다 우연히 이곳에 오게 됐다는 김애영(체칠리아, 52) 복음화위원장은 "선교본당이 뭐 하는 곳인지도 모르고 왔다가 복음적 가난을 사는 이들 모습에 반해 가난을 선택했다"며 "선교본당에 온 뒤 나에게 주어진 것이 모두 '내 것'이 아닌 '하느님 것'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가난을 선택하기는 조 신부도 마찬가지다. 빈민사목위원회 모든 사제가 그렇지만 자가용도, 식복사도 없다. 신자들이 함께 장만한 식사를 나누고 나면 조 신부는 직접 커피를 타 어르신들께 드리고, 아이들과 레슬링도 한다. 조 신부는 신자들에게 때론 아들 같고 친구 같고 아버지 같은 가난한 이들의 가난한 '이웃'이다.

 1층은 지역사회에 내어줘 공동작업장으로, 2층은 사제관과 할머니들 쉼터로 나눠 사용하는 것은 하늘자리 공동체 구성원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삶을 나누는' 단적인 예이다.

 본당에서 5분 거리의 분도공부방은 아이들에게 가정 같은 곳이다. 10년 전 함께 '꽃망울 놀이방'을 다니던 아이들은 이제는 공부방에서 함께 공부하고 기도하며 꿈을 키워가고 있다. 김 제누아(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 수녀는 "아이들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부자는 '가진 것을 나눌 줄 아는 사람'이라고 가르친다"며 "아이들과 함께하며 감사를 배우고 하느님 현존을 느낀다"고 말했다.

 조 신부는 "예수님께서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제자들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신 오늘 복음말씀처럼, 예수님께서는 보잘것없는 인간을 통해 역사 하신다"며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하느님께서 우리를 선택하시고 파견하셨기에 하느님의 위대하심을 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취재를 마치고 나서는데 선교본당 한쪽 벽 서각의 문구가 더욱 선명히 눈에 들어왔다. "주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셨다"(루카 4,18).

댓글 1

  • 2009년 7월 22일 오후 4:02

    司祭의 해에 아르스의성자 성비안네신부님을 기억하며 가난한이웃을 돌보아주시는 사제님들을위해 많은 기도 드려야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