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나를 부르셨다.

2013. 2. 28. 오전 11:2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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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서 영필 안젤로 수사, ssp

 예수께서 나를 부르셨다

 마르: 1,14-20
  요한이 잡힌 뒤에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에 가시어, 하느님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예수님께서 갈릴래아 호숫가를 지나가시다가, 호수에 그물을 던지고 있는 시몬과 그의 동생
 안드레아를 보셨다. 그들은 어부였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
 그러자 그들은 곧바로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
 예수님께서 조금 더 가시다가, 배에서 그물을 손질하는 제베대오의 아들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을 보시고,  곧바로 그들을 부르셨다. 그러자 그들은 아버지 제베대오를
 삯꾼들과 함께 배에 버려두고 그분을 따라나섰다


 누구나 그렇겠지요.
 현재 자신이 몸 바쳐 하고 있는 일을 시작한 계기를 잊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수도원에 입회한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수십 년이 훌쩍 지나갔네요.
 세월이 바람처럼 흘러갔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수도원에 입회하기 전 세속을 떠돌던 그 시절엔 수도원이 무얼 하는 곳인지,
 그곳에 몸을 담은 분들이 어떻게 살아가시는지 전혀 몰랐습니다.
 그냥 무작정 성체 조배하는 매력에 이끌려 6개월 정도만 체험하고 제 생업과 어머니가
 계시는 곳으로 다시 돌아오겠다고 멋대로 생각했었지요.
 그때는 그랬습니다.
 예수님이 아니라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줄 알았습니다.


 어느 무더운 여름 날 이었습니다.
 본당에서 함께 청년 활동을 하는 형제가 있었습니다. 그분 나름대로 수도원에 관심이 있어서
 이곳저곳  성소모임에 다니고 있는 중이었지요. 수도원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하던 저에게 그 형제가
 은근히 접근하더군요. 수도원 체험을 가는데 한 번 같이 가보자 했습니다. 지금 한국에서는 잠시
 활동을 중단하고 있는 관상 수도원 이었습니다. 내막을 모르는 저로서는 흔쾌히 수락을 하고 말았지요.
 “그냥 따라가는데 손해 볼 건 없겠지.”하는 심정이었을 겁니다.


 계절은 무더위가 절정에 달한 7월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수도원에 막상 도착 해보니 이글거리는 태양의 땡 볕에서 수사님들이 머리를 짧게 하고 고요한
 산중에서 힘겨운 작업들을 하고 계셨습니다. 왜였을까요? 그런 모습들이 제 마음을 특별히 끌어당기거나
 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썩 내키지도 않았고 그래서인지 별로 그 장소에 더 이상 머물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지금에 와서야 그 수도원이 제 성소가 아니었다는 생각이지만 그때는 그랬습니다. 괜히 왔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후회와 더불어 하루 밤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날이 밝자 아침 먹을 생각도 없이 짐을 싸서 도망가다시피
 그곳을 빠져 나왔습니다.

 그 후로는 수도원이라는 곳은 절대 생각지도 않겠다고 나름 마음을 굳혔습니다.
 하지만 그건 제 일방적인 생각이었을 뿐이었습니다.
 예수님의 부르심은 부드럽지만 강력 했습니다.
 그로부터 몇 개월 정도 지난 늦은 가을날이었습니다.
 어머님께서 성바오로 수도원에 미사와 성체 조배 드리고 왔는데 참 좋으셨다고 말씀 하셨습니다.
 “어머니 좋으신 거하고 저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요.” 하고 퉁명스런 말과 함께 지나쳐 버렸습니다.
 그런데 겉으로 드러낸 말과는 달리 결정적으로 어머니의 말씀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자리에 누어있는데
 가슴속에서 뜨거운 불같은 것이 밀고 올라왔습니다.
 지난번의 굳은 결심은 간데없고 문득문득  성바오로 수도원에 한번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며칠을 고민했지요.
 그때 무엇이 날 이끌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결국은 고민 끝에 결국은 성바오로 수도원에 연락 했습니다.
 그리고 성소 담당 수사님과 약속하고 수도원을 방문했습니다.
 참 이상도하지요.
 제가 굳게 가졌던 거부감 같은 것이 눈 녹듯이 제 마음 속에서 사라졌습니다.
 성체 조배를 하는데 포근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제 마음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 혼란스러웠습니다.
 “수도원에서 자격 미달로 들어오지 말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
 “괜히 수도원을 방문해가지고 일만 만들었네. 수도원에서 입회하라고 연락이 오면 어떻게 하지?”
 서로 상반되고 모순된 생각들이 제 마음을 어지럽혔습니다.
 그 당시로서는 어머니와 동생들, 가족들 모두가 눈에 밟히고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렇게 휘몰아치는 번잡한 마음의 와중에서
 수도원에서 자격 미달로 입회를 허락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사실 더 강했습니다.
 저는 예수님으로부터 계속해서 도망가려고 했던 것입니다.

 
 제가 처음 수도원으로 향한 건 무슨 대단한 진리를 찾거나 고상한 사명감에 이끌려서는
 아니었습니다.
 단지 나도 모를 어떤 작은 불씨 같은 것이 마음속에서 자라나 이윽고 제가 감당할 수
 없을 만치 커져버렸습니다.
 그런 중에 수도원으로부터  급작스럽게 연락이 온 것입니다. 입회가 허락된 거죠.
 저로서는 그야말로 급작스러운 일이었지요.
 마음이 정리된 것도 아니었고 확신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별수 없이  짐을 챙기며 혼자 말을 되뇌었지요.
 “왜 하필이면 나야.”
 “왜 저입니까. 세상에 저보다 더 착하고 더 훌륭하고 거룩한 사람이 많은데
 왜 가장 보잘 것 없는 저를 부르시는 것입니까?”
 “아냐, 예수님의 부르심이 아닐 거야. 내가 착각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
 그렇게 의혹과 불신의 짐을 잔뜩 진채 마음속에 일던 불꽃 하나 만을 품고,
 단지 그것에 의지해 수도원에 입회 했던 겁니다.
 그런데 6개월이 지나고 1년이 가고, 평생의 세월이 눈 깜빡 할 사이에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는 동안 수도원은 영원히 예수님과 함께 살아갈 사랑스럽고 행복한
 나의 집이 되었습니다. 처음의 망설임이 확신이 되고 선택은 제가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께서
 하시는 것이라는 진리를 알아챌 때까지 모진 세월의 비바람이 필요했습니다.


 스승이시여!
 당신께서 처음 저를 부르셨을 때
 지나간 미련에 얽매여
 한참을
 망설였습니다.
 바람 부는
 갈릴리 바다,
 살아가던 터전을 등지고
 물고기 한가득 길어 올리던
 그물을 내던지고
 부르심에 응하던
 시몬 베드로와 안드레아 형제들처럼
 기꺼이 따라나서지 못하였습니다.

 
 그리스도여! 나의 주인이시여!
 세속의 달콤함에 눈멀고
 무지의 어둠에 휩싸여
 제 귀를 닫았습니다.
 당신이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내 영혼의 주인이시여!
 이제 당신의 부르심은 커다랗게 울리는 천둥과 같아
 제 귀를 찢고 마음을 흔드나이다.

 
 제 가슴은 온통 당신이 내리신 사랑으로
 당신을 향한 마음으로 넘치나이다.

 

 성바오로 인터넷서원지기 할배 수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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